소음·현수막 대신 '세로 영상'…정성헌 세종시의원 후보의 이색 실험
소음·현수막 대신 '세로 영상'…정성헌 세종시의원 후보의 이색 실험
  • 최형순 기자
  • 승인 2026.05.20 2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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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선거구(어진·나성·세종) 출마…‘방축천 경관조명’ 주도한 전직 주민자치회장
- 지역 청년 스타트업과 협업한 ‘세로 시네마’로 선거운동 패러다임 전환 시도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확성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행가 로고송과 도심을 도배한 천편일률적인 현수막.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익숙한 풍경 속에서 전혀 다른 방식의 '선거 언어'를 시도하는 후보가 있어 지역 정가의 이목을 끌고 있다.

세종시 제8선거구(어진동·나성동·세종동)에 출마한국민의 힘 정성헌 후보

6·3 지방선거 세종시 제8선거구(어진동·나성동·세종동)에 출마한국민의 힘 정성헌 후보의 선거 캠프 이야기다. 정 후보는 확성기 소음 대신 스마트폰 화면에 최적화된 디지털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 18일 정성헌 후보 캠프는 공식 SNS 채널을 통해 ‘정성헌의 세로 시네마 1편 '불을 밝힌 사나이’를 공개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의 엄격한 시간·방식 제한을 준수하면서도 유권자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가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영상의 형식과 내용은 파격적이다. 기존의 정치인 홍보 영상처럼 후보자의 이력을 나열하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구호는 일절 등장하지 않는다.

영상 주요 내용은 고된 하루를 마친 청년이 어두운 퇴근길을 걸어간다. 이때 청년의 발앞으로 환한 조명이 켜지고, 청년은 미소를 지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멀어진다. 화면 뒤편에서 이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는 정 후보의 뒷모습으로 영상은 마무리된다.

이 영상의 모티브는 실제 정 후보가 과거 어진동 주민자치회장 시절 직접 추진했던 ‘방축천 분수길 경관조명 사업’이다.

현재 방축천은 랜드마크 크리스마스트리, 프로젝션 맵핑, 어진 1·2교 보행다리 조명이 어우러져 세종시의 대표적인 야경 명소로 꼽힌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 사업의 시작은 거창한 행정 기획이 아닌 한 주민의 작은 시선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정성헌 후보는 "당시 지친 몸으로 어두운 퇴근길을 걷는 가장들의 무거운 발걸음, 늦은 시간 비를 맞으며 하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늘 마음에 걸렸다"며 "화려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욕심보다 이웃들의 밤길을 안전하고 따뜻하게 밝혀주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였다"고 회고했다.

정 후보는 주민자치회장 재임 시절, 이 진심을 바탕으로 마을계획단과 주민자치회를 설득했다. 이후 어진동 행정복지센터 직원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이끌어내며 예산 확보 및 시공을 완수했다. 3년 전 한 주민대표의 결심이 오늘날 세종시민들이 누리는 도시 풍경을 바꾼 셈이다.

이번 영상 제작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제작 과정'에 있다. 정 후보 캠프는 단순히 대형 대행사에 외주를 주는 방식 대신, 지역의 연기·연출 전공 청년들이 창업한 스타트업과 손을 잡았다.

평균 연령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젊은 도시 세종'의 지역적 특성을 선거 운동 과정에 그대로 녹여낸 결과다.

캠프 관계자는 "청년 창업 생태계와의 협업을 통해 영상의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청년 세대에게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한다는 상생의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는 이번 선거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선거는 다음 세대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소중한 행위이고, 후보가 입으로만 외치는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어떤 일을 해왔고 어떤 비전을 가졌는지 유권자가 기록을 보고 직접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인의 언어는 대개 과장되기 쉽다. 공약은 화려하지만 지나온 삶으로 이를 증명하는 후보는 드물다.

지금 이 시간에도 방축천의 경관조명은 퇴근길 시민들의 발밑을 비추고 있다. 과거의 성과를 요란스럽게 자랑하는 대신, 짧은 영상 한 편으로 유권자의 잔잔한 공감을 부르는 정 후보의 대안적 선거 운동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어떤 성적표를 거둘지, 세종시 제8선거구 유권자들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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