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인 6색, 펜 끝에서 피어난 여섯 개의 세계
- 지역 문화예술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다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국조폐공사 화폐박물관 특별전시실을 2일 찾았다. 오는 21일까지 펼쳐지는 드로잉 대관전, ‘펜으로 그려내는 삶의 풍경들’이 막을 올렸기 때문이다.
전시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화려한 색채 대신 흑백의 단단함과 섬세한 선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번 전시는 모든 미술의 시작이자 가장 순수한 예술 언어로 꼽히는 ‘드로잉’을 주제로 삼았다.
작품들 앞을 서성이다 보면 가슴 한구석이 몽글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매일 마주치던 익숙한 골목길, 무심히 지나쳤던 창밖의 풍경들이 작가들의 섬세한 펜 끝을 거쳐 전혀 새로운 미학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잊고 지냈던 유년의 기억, 혹은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감정들이 잔잔하게 환기되는 순간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관람객은 "바쁘게 사느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는데, 펜화로 그려진 익숙한 풍경을 보니 왠지 모르게 눈시울이 시려지면서도 위로를 받는 기분"이라며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했다.
이번 전시는 예술이 단순히 벽에 걸린 감상용 액자를 넘어, 개인의 삶과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연결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조용히 증명해 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이옥수 회장을 필두로 이석능, 정정화, 장인수, 김은실, 신원식 등 6인의 드로잉 작가가 뭉쳤다.여섯 명의 작가는 저마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각기 다른 굵기와 질감의 선으로 삶을 기록했다.
어떤 작품은 벼랑 끝에 선 나무의 강인함을, 어떤 작품은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의 나른함을 담고 있다. 하나의 선이 모여 면이 되고, 그 면이 모여 거대한 인생의 풍경을 이루는 과정은 그 자체로 깊은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다.
성창훈 한국조폐공사 사장은 “이번 전시가 화폐박물관을 찾는 모든 관람객에게 작품 속에서 자신만의 해석과 서사를 발견하고, 서로의 생각과 따뜻한 감정을 나누는 뜻깊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전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전했다.
실제로 한국조폐공사는 화폐박물관 특별전시실을 지역 예술인들을 위해 무료 대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공간을 내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시 지원과 홍보까지 아끼지 않으며 묵묵히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해온 것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하지만, 때로는 그 어떤 따뜻한 말보다 깊은 위로를 주기도 한다. 6인의 작가가 꾹꾹 눌러 담은 삶의 흔적들을 만나고 싶다면, 이번 유월에는 화폐박물관으로 걸음을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삭막한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내 삶의 풍경은 어떤 선으로 그려지고 있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