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경상도 등 동남권 지역에서 흔히 채취할 수 있는 천연 점토광물인 ‘벤토나이트(Bentonite)’를 활용해 통풍과 신장질환을 현장에서 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는 고성능 전기화학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은 포항지질자원실증연구센터 김재환 박사 연구팀이 캐나다 캘거리대학교와 국내산 천연 나노클레이(벤토나이트)와 탄소나노튜브를 결합해 대사질환의 지표인 ‘요산(Uric Acid)’을 정밀 측정하는 차세대 현장진단(POC) 바이오센서를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병원에 가지 않고도 혈액 한 방울로 질병을 즉시 확인하는 현장진단(POC)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단백질 대사 부산물인 ‘요산’은 통풍, 만성 신장질환, 대사증후군을 판가름하는 핵심 바이오마커다.
기존의 병원 실험실 분석법은 정밀하지만 고가의 장비와 전문 인력이 필요하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소형 전기화학 센서가 대안으로 꼽혔으나 혈액이나 소변을 센서에 올렸을 때 단백질이나 지질 성분이 전극 표면에 들러붙어 신호를 막는 ‘생체오염(Biofouling) 현상’ 때문에 센서의 수명과 정확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고질적인 상용화 난제가 존재했다.
공동 연구팀은 국내 동남권에 풍부하게 매장된 천연 층상 점토광물인 벤토나이트에 함유된 고유한 성질에 주목했다.
벤토나이트는 넓은 비표면적과 다공성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생체적합성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다른 단백질의 무분별한 흡착을 억제하는 성질을 품고 있다. 다만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낮은 전도성 탓에 그간 전기화학 센서용 소재로는 외면받아 왔다.
연구팀은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도성과 표면적이 극대화된 ‘다중벽 탄소나노튜브(MWCNTs)’를 벤토나이트와 물리적으로 결합한 신개념 나노복합체(Bentonite-MWCNT)를 설계했다.
벤토나이트가 탄소나노튜브의 그물망 구조 내부에서 센서 감도를 좌우하는 요산분해효소(Uricase)를 고르게 분산·지지해주고 불순물 흡착은 차단하는 천연 방어막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 것이다.
제작 공정에서도 성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기존 바이오센서 제조에 흔히 쓰이던 액체를 툭 떨어뜨리는 ‘드롭캐스팅’ 방식 대신, 나노복합체를 미세 입자로 분사하는 ‘에어브러시 스프레이 공정’을 자체 도입했다.
이 기술을 통해 전극 표면에 나노 두께의 균일한 박막을 대량으로 코팅할 수 있게 돼 센서 기기 간의 편차(재현성)를 획기적으로 낮췄다. 이렇게 완성된 벤토나이트 기반 바이오센서는 실제 임상 검사에 적용 가능한 성능 지표를 달성했다.
먼저 별도의 시료 전처리 과정 없이도 10~2000μM의 광범위한 요산 농도를 안정적으로 검출해 혈중 정상 수치는 물론 통풍 및 중증 신장질환 환자의 이상 농도 영역까지 완벽히 포함한다.
또 인공 혈청을 활용한 가혹 환경 테스트 결과 기존 탄소나노튜브 단독 전극은 단백질 흡착으로 인해 신호가 27.6%나 감소한 반면, 벤토나이트를 적용한 센서는 신호 감소율을 단 10.0%로 방어해 냈다.
특히 상온 보관 시 수일 내에 성능이 저하되는 일반 센서들과 달리, 60일 이상 장기 보관한 후에도 초기 검출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아스코르브산 등 혈액 내 유사 간섭 물질의 방해 속에서도 요산만을 잡아내는 높은 선택성도 검증됐다.
이번 연구는 주변의 값싼 천연 자원을 첨단 바이오 메디컬 소재로 변모시켰다는 점에서 자원 안보와 순환경제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수입산 고가 합성 소재에 의존하던 바이오센서 시장에 국산 천연 광물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체계적 규명한 덕분이다.
연구팀은 이번에 확립한 천연 광물 기반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향후 요산뿐만 아니라 포도당(당뇨), 콜레스테롤(고지혈증), 크레아티닌(신부전) 등 다양한 만성질환 바이오마커를 동시에 스크리닝할 수 있는 다중 진단 센서로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재환 박사는 “이번 성과는 그동안 단순 산업용 밀폐재나 화장품 원료 등으로만 쓰이던 국내산 천연 광물의 과학적·기능적 가치를 첨단 정밀 의료기술 분야로 확장한 의미 있는 융합연구 성과”라며 “지질자원 기반 소재의 고부가가치화 기술을 고도화해 실제 착용 가능한 웨어러블 진단 기기 및 스마트 헬스케어 플랫폼 등 차세대 미래 메디컬 신산업 분야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