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은 4번째 절기[節]
입춘은 4번째 절기[節]
  • 허정 이상엽
  • 승인 2018.02.0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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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은 해마다 봄이 시작되는 입춘(立春) 날이면 어김없이 입춘첩을 써 붙였다.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등의 글귀가 그것이다. 가문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선현들의 지혜가 담긴 전통 문화지만, 요즘은 겨우 그 명맥만 이어지고 있다.

어쨌든 동지(冬至), 소한(小寒), 대한(大寒) 다음으로 4번째 절기[節]인 입춘은 수많은 이런 저런 풍습을 생산해 냈다. 그런데 현대인들 대부분은 입춘을 첫 번째 절기[節]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중대한 오류가 분명하다. 24절기는 음력과 관련이 없는 독립된 달력[歲曆]이 되고, 또 한자 문화권의 역원(曆元)은 동지점(冬至點)이기 때문이다.

허정 이상엽

왜 이렇게 잘못된 인식이 진리로 둔갑해 통용될까? 이런 오류의 중심에는 현대 천문학계와 현행 역법을 관장하는 한국천문연구원 편찬 <만세력>과 <역서>의 내용이 크게 한몫했다고 확신된다.

그러니까 한국천문연구원 편찬 <만세력>과 <2016 역서>에서 “음력에서는…(중략)…24기(또는 24절기)를 도입하였다.…(중략)…음력은…(중략)…태음태양력이라고 할 수 있다.”라는 오류를 전제로 음력과 24기절력을 합쳐 태음태양력 1종류로 명명해 달력의 역사와 종류를 축소 왜곡하고, 또 한자 문화권의 역원(曆元)이 동지점(冬至點)이라는 사실을 명기하지 않아 절기를 음력으로 인식한 탓이라는 얘기다.

음력은 달의 운동만을 계산해 년과 월을 결정하고, 24절기는 태양의 운동만을 계산해 절기와 중기를 결정한다. 때문에 음력은 24절기와 관련이 없고, 24절기 또한 음력과 관련이 없다. 다만 24절기 중에서 중기(中氣)를 기준으로 윤달의 위치를 결정한다. 이것은 짧은 음력을 긴 24기절력을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태음태양력은 달력의 종류와 역사를 축소시킨 명칭

1년에 약 11일이 짧은 음력을 24절기력의 3번째 달인 입춘과 경칩사이인 인월(寅月)에 맞추어 사용하여 3년이 되면 음력은 24절기력보다 1달이 “불어난다[閏].” 그러므로 “불어났다”라는 윤자[閏]를 써서 윤달이라고 한다. 때문에 입춘을 첫 번째 절기라고 하는 것은 오류가 된다.

이런 등등의 사실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달력[시헌력법]을 상세히 설명한 <대청시헌서전석(大淸時憲書箋釋)>을 통해서 명확히 확인되었다. 이 책에서는 “세(歲)의 3월을 정월로 삼았다(歲之三月曰正月).”라고 했다. 이것은 1년을 약 365일로 삼은 세(歲)라는 달력 즉 24절기력의 자월(子月)과 축월(丑月)을 지난 3번째 달인 인월(寅月)을 음력 정월(正月)로 삼았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세(歲)의 3월을 정월로 삼았다(歲之三月曰正月).”라는 내용은 24기절력 3번째 달인 인월(寅月)에 음력 정월을 맞추었다는 얘기다. 매년 입춘과 경칩사이인 인월(寅月)에 음력 정월이 들고 또 24기절력의 첫 달인 자월(子月)에는 항상 음력 11월이 들게 되는 이유이다.

따라서 “세(歲)의 3월을 정월로 삼았다(歲之三月曰正月).”…(중략)… “만약 구년(舊年)12월 18일이 입춘이면 18일은 곧 신년(新年)정월 절기[節]가 일에 주[主事]가 된다.” 라고 한 <대청시헌서전석>의 내용이 부정되지 않는 한, 입춘을 첫 번째 절기라고 하는 것은 중대한 오류가 된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음력과 24절기를 합쳐 태음태양력으로 명명하여 달력의 종류와 역사를 축소 왜곡하지 않았다면, 시헌력법을 정확히 알고 <만세력>과 <역서>의 내용을 기술했다면, 아마도 입춘을 첫 번째 절기로 인식할 사람은 없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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