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간 그만 쓰자
일본 시간 그만 쓰자
  • 허정 이상엽
  • 승인 2018.08.1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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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여 통하는 것은 때[時]를 따른다(變通者趣時者也).” <역경> 계사전에 나오는 이 말은 때[時]를 얻으면 성공, 때를 잃으면 실패한다는 교훈으로 곧잘 인용된다.

허정 이상엽

머물지도 지체하지도 않아, 가는 것도 잡지 못하고 오는 것도 막지 못하는 게 시간이다. 잠시도 쉬지 않고 무심히 흐르지만, 그의 흐름은 온 세상을 바꾸어 자취를 남긴다. 다만 더딤과 빠름[遲速]의 차이를 둘뿐이다.

인간의 부귀빈천(富貴貧賤)과 쇠로병사(衰老病死) 역시 시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해와 달의 운행과 정확히 맞는 시간을 쓰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해왔다. 우리가 사는 이 땅에 뜨고 지는 태양시를 쓰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는 뜻이다.

그 결과 조선 초기에 이르러 겨우 중국의 시간으로부터 해방을 맞았다. 중국 북경에 뜨고 지는 해와 달의 모습을 근거로 만든 달력을 폐기하고, 서울 하늘에 뜨고 지는 해와 달, 그리고 별의 모습을 근거로 시간을 계산해 달력을 만들어 사용했다.

“서울[漢陽] 동지[日至]의 해 그림자[晷]를 계산해 지차(至差)를 구하고 매일 해의 출입을 얻고 주야의 각분(刻分)을 정하여 우리나라에서 쓰기로 하였다(漢陽日至之晷推求至差得每日日出入晝夜刻分定爲本國所用).”라고 하는 <칠정산내편>의 내용이 그 증거이다.

그런데 현 우리 달력에서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노력이 담긴 진정한 우리 시간은 찾아볼 수 없다. 우리 민족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일제가 강제로 사용하게 했던 일본 시간[동경 135도]을 다시 표준시로 채택해 달력을 만들어 쓰기 때문이다.

조선 초기 경복궁 위에 뜨고 지는 해와 달의 운동을 계산한 시간으로 달력을 만들어 썼고, 또 고종황제(1908) 때는 우리 국토 중심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동경 127도 30분을 표준자오선으로 채택해 진정한 시간 독립을 완성했다.

따라서 “음력에서 한 달은 달의 위상 변화를 기준한 삭망월로 결정한다.”라고 한 <2018 역서>의 역법 발표 등을 고려하면, 울릉도 동쪽 350㎞ 지점(동해중부) 즉 일본 국토 중심부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135도를 표준시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일제잔재로, 현 우리 달력은 일본 시간으로 만든 일본 달력이 된다.

때문에 동경 135도는 정부에서 정한 우리 표준시간이고 이를 적용해 만든 달력은 ‘우리 달력이다’라고 하는 일부 천문학자의 주장은 억지가 된다. “달력은 표준시간으로 만든다.”라고 하는 역법은 발표된 사실이 없기 때문이다.

혹자는 갑자기 표준자오선을 바꾸면 일상생활에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이는 기우가 분명하다. 이미 88년 올림픽을 치를 때 1시간 앞당겨 쓰는 일광 절약 시간제를 실시했고, 이때 시간 변경에 따른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전 세계는 평균태양시와 원자시와의 오차를 조정하기 위해 윤초를 도입해 사용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뜨고 지는 태양의 운행보다 약 30분이나 빠른 동경 135도를 표준자오선으로 채택했다. 그래서 우리 국토 중심부에 해당되는 동경 127도 30분을 표준시로 채택해 만든 조선 시대 음력과 비교하면, 큰달과 작은달이 뒤바뀌고 윤달이 1달 앞당겨 지는 오류가 발생한다. 이런 사실을 고려하면 현 음력은 조선시대보다도 더 못한 달력이 된다.

따라서 윤초 운운하며 현행 달력이 조선시대 보다 훨씬 더 정밀하다고 하는 건 견강부회(牽强附會)의 극치가 된다. 광복 73주년을 맞아 일제 강점기 문화가 청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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