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3월이면 인동 쌀시장에서 3.16 인동장터 독립만세운동 재현행사 열리는데 십년 넘게 이어지는 만세운동 행사를 줄곧 지켜온 터줏대감 있으니 바로 ‘사탕할머니’로 통하는 인동의 강인자 할머니(84)이다.

강 할머니는 올해도 어김없이 만세운동 행사장을 찾아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사탕을 쥐어준다.
난데없이 사탕을 받은 이는 당혹스러하며 혹여 개업을 알리거나 특정 종교의 메시지가 담긴 종이가 사탕에 딸려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지만 이리저리 봐도 그냥 사탕이다.
강인자 할머니는 “그 시절 목숨을 걸고 싸운 사람들도 있는데 사탕이 뭐 대단하다고. 이런 행사가 열리는 게 다행이고 또 이렇게 찾아와주는 게 얼마나 고마워. 이런 기회에 시장이 다시 살아나면 더 바랄 게 없지. 내가 60년전 인동시장에서 처음 장사를 할 때만 해도 세(勢)가 대단했는데 지금은 다들 꾸려나가기도 힘들잖어.”라고 말했다.
그런데 왜 하필 사탕이냐는 물음에 "주기도 간편하고 달달한 것이 맛도 좋고 이래저래 제일 만만한 것이 사탕이더라"라고 했다.
십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나눠준 사탕은 슈퍼하는 아들네서 가져오기도 하고 자식들한테 받은 용돈을 모아서 직접 사기도 하셨다고 밝히며 “우리 아들 얘기가 이제껏 한 차도 더 가져갔을 꺼라고 하니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지.” 라고 했다.
할머니댁에는 홍삼맛, 딸기맛, 박하맛.. 갖가지 사탕이 가득하고 사탕할머니라고 소문이 나서 쌀은 떨어져도 사탕 떨어지면 큰일난다는 강 할머니는 어디를 가시든 작은 손가방에 항상 사탕 넣어가지고 다니신다.
놀이터의 꼬맹이는 이뻐서 하나, 몸이 불편한 그 양반은 안쓰러워서 하나, 어려운 형편에도 열심히 사는 애기엄마는 대견해서 하나, 할머니는 오가며 만나는 이들과 그렇게 사탕으로 사랑을 나눈다.
강 할머니는 사탕할머니라고 이름난 것만큼이나 꽃 할머니로도 알려져 있는데 이웃들에게 꽃씨를 나눠주기도 하고 꽃을 심을만한 곳이 눈이 띄면 어디든 나서서 꽃을 심으며 “세상에 꽃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어. 조금만 부지런떨면 이렇게 보기가 좋은 걸.” 라며 10여 년째 인동의 꽃길을 담당하고 있다.
할머니의 하루는 짧기만 한데 벌써 20년 넘게 매일 출근하듯 복지관을 드나들며 일손 돕고 주변에 사탕과 꽃씨 나눠주고 여든도 넘긴 연세에 혹시 건강이라도 상하지 않으실까 걱정이지만 “젊었을 때 워낙 고생을 많이 해서 애들이 이제는 쉬라고 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뭐해 움직여야지. 내 고집을 아니까 그저 몸 아프지 않을 만큼만 하라고 신신당부야.” 라고 했다.
다리에 힘이 있을 때까지는 계속 할 작정이라는 강 할머니는 이웃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쉬운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며 쥐어주신 사탕이 유난히 달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