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은 해 본 사람만 한다”
“봉사활동은 해 본 사람만 한다”
  • 최경준 기자
  • 승인 2006.03.0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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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영 대한적십자 대전·충남지사 회장

적십자는 장 앙리 뒤낭이 ‘솔페리노의 회상’이라는 책을 통해 상병자를 구호하기 위한 헌신적이고 자격있는 자원 봉사구호단체를 각 국에 설치할 것과 이들의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국제적인 조약 체결을 제안하여, 1864년 12개국 대표가 제네바에 모여 ‘제네바협약’을 채택, 조인함으로써 적십자 운동이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한제국이 1903년 제네바 협약에 가입, 1905년 고종황제 칙령47호로 대한적십자사 규칙을 제정함으로서 대한적십자사가 탄생하였다.

적십자사는 1919년 상해 임시정부하에서 독립군과 재외거주 동포를 위한 인도적 활동을 전개해 왔으며, 그 후 1949년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이 공포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권역별 지사체제로 조직되어 사회봉사사업, 청소년적십자(RCY)활동, 안전사업, 대북사업, 혈액사업의 5대 사업으로 구분되어 다채로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대전·충남지사는 5대 사업과 더불어 적십자의 이념에 따라 지역특성에 맞는 사업을 발굴하여 언제 어디서나 고통 받고 소외받는 이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2년째 대전충남지사를 이끌어가고 있는 박건영 회장을 만나 그의 봉사 철학과 지사의 활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넉넉하고 편안한 인상으로 반갑게 맞아주는 박회장은 “원래 인터뷰는 잘 안한다”며 질문에 앞서 적십자 활동에 대해 브리핑하듯 설명해 주었다. 먼저 적십자사의 5대 사업은 다음과 같다.

▲ 중추절 구호활동 첫째, 봉사사업. 봉사사업은 지역 및 직장의 일반인으로 구성된 일반봉사 조직, 적십자 사업을 자문하고 후원할 목적으로 조직된 후원조직, 전문지식이나 기술을 갖춘 봉사원으로 분야·기능별로 조직된 전문조직의 3개로 분류되어, 적십자 봉사원들과 함께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가 사랑을 전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전·충남 지사의 경우 20~30명으로 구성된 동·면 단위별 300여 단체에 5,500여명의 봉사자들이 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 김장나누기, 장애인 목욕시키기, 재해 구난활동 등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대전·충남지역 최대 봉사활동자는 2만6천시간이며, 이는 하루 3시간씩 23년 이상을 봉사해야 가능한 시간이다. 이처럼 꾸준히 봉사활동을 한 이들이 매우 많다. 봉사는 중독성이 있어 한번 시작하면 꾸준히 한다. ▲ sisaforu
둘째, 청소년적십자(RCY)사업.

청소년적십자는 초·중·고교생 및 대학생들로 구성된 RCY단원들과 이들을 지도하는 지도교수들로 구성되어 사랑과 봉사의 적십자정신을 배우고 실천하여 우리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 활동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국내외 단원들과의 친선활동을 통해 남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자신과 친구, 가족, 이웃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한다.

특히 사랑과 봉사의 적십자 기본 정신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한 봉사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는 인성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 sisaforu 셋째, 안전사업.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긴박한 사고에 대비하여 일반시민, 학생, 군인 등을 대상으로 각종 교육을 통해 인명구조에 관한 전문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각종 사고에 대비해 부상자 및 자신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교육을 통해 응급처치 보급, 수상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불의의 사고시 신속하고 안전하게 구조하는 수상안전법, 피서객의 안전을 위한 적십자구조대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대전충남지사에서 지난해 대천해수욕장에서 인명구조 활동을 벌여 90여명을 구조하는 성과를 올렸다. ▲ sisaforu
넷째 대북사업.

대한적십자사는 95년부터 정부의 대북지원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비료 및 식량 지원과 이산가족상봉도 적십자의 주도로 이뤄진다. 남측 100명, 북측 100명씩 금강산회담을 실시했으며, 화상상봉을 1일 2시간씩 10곳에서 80명이 했다. 또한 새터민(탈북자) 지원도 이들의 몫이다. 새터민 1명당 3명의 봉사자가 참여, 그들이 잘 정착하도록 도와주고 가르쳐준다.

새터민들이 새로운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봉사자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대한적십자사는 남북한 화해와 평화 분위기를 정착시켜 민족 최대의 숙원인 통일을 앞당기는데도 기여할 것이다. 정부의 일을 대행하는 것이지만 일부는 ‘대북 퍼주기’로 오해를 한다. 인도적인 차원에서라도 북한동포 돕기를 꾸준히 해 나갈 계획이다. 

▲ 순회진료 다섯째 혈액사업. 대한적십자사는 1958년 혈액사업을 시작한 이래, 헌혈문화 정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1974년 ‘세계 헌혈의 해’를 맞아 매혈추방캠페인을 전개, 헌혈문화로 전환하는데 기여했다. 1981년부터는 정부로부터 국가 혈액사업을 위탁 받아 헌혈자를 250만명까지 증대, 수혈용 혈액의 자급자족을 달성하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2004년 7월에는 채혈단계에서부터 안전한 혈액을 확보하기 위해 헌혈실명제를 본격 도입했고, 9월부터는 정부가 마련한 혈액안전관리개선 종합대책에 따라 쾌적한 환경에서 헌혈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선진국형 헌혈의집 신설 및 개선작업에도 착수했다. 또한 혈액검사체계의 전문성 제고를 통한 안전성 확보에도 주력해 이중삼중의 확인 감시 시스템인 델타확인 및 이중확인 시스템의 도입을 완료했다. 2005년 2월부터는 최신 혈액검사법인 핵산증폭검사법을 도입, 에이즈판별을 기존 22일에서 10일이 단축시켰다. 이와 같은 주력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서야 준비한 질문을 할 수 있었다. ▲ 박건영 회장
적십자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한만우 전 회장의 권유로 시작하였다. 5년 전쯤 상임위원으로 참여하여 활동하다 2004년 11월, 회장을 맡아 2년째 하고 있다. 봉사의 기쁨을 다시금 누리고 있으니 행복하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참여를 권유하고 있다.

회장으로서 지난 1년의 소회와 성과를 자랑해 주시지요.
회장이 되었다고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새롭게 일을 벌리기 보다는 지금까지 해 왔던 사업들이 잘 정착하는데 주력했다. 성과라기보다는 이런 차원에서 기존의 후원회원을 배가한 점이 나름대로의 보람이다.

그렇다면 올해 역시 특별한 계획이 없겠네요.
충청남도와 대전시의 후원으로 급식차 2대를 확보하게 되는 만큼, 이를 활용하여 더 많은 봉사를 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 1만 7천여명인 후원회원을 2만명 정도까지 유치하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헌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바꿔질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들어 보고 싶다.

대전·충남지사의 역점사항은 무엇입니까.
내실있는 사업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한국적십자 창립 100주년인 지난해 다채로운 행사를 하였다. 따라서 올해는 봉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다시 다지는 해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 후원회원으로의 확충도, 봉사회원의 정예화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에이즈혈액유통 보도로 혈액수급의 어려움이 크다고 알고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헌혈이 보도전과 비교해서 15%정도 감소했다.  아직까지는 혈액을 수입하지는 않지만 연구분야에서 사용하는 혈액은 넉넉하지 못하다. 현장에서 뛰는 봉사자들이 헌혈캠페인을 하는데 있어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쨌든 보도 내용이 사실 아닌가요.
물론 에이즈혈액을 공급한 것도 분명 잘못이다.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기술이 허용하는 오차 범위에서 발생한 것이다. 선진국과 비교해도 낮은 수치이다. 잠복기란 특성을 가진 에이즈균을 가려내기 위해서는 검사기간 단축밖에 없다. 10여일 단축을 위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지만 이 또한 100% 잡아낼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있나요.
다시 강조하지만 적십자는 안전한 혈액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허용오차에서 나타난 부작용 때문에 더 큰 일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문제 아닌가. 적절한 헌혈은 건강에도 좋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시민들의 헌혈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절실하다.

화제를 좀 바꾸죠. 요즘 적십자 회비 수납기이죠.
적십자회비를 자발적으로 수납한지 22년째이다. 의무적으로 할 때보다는 적지만 비교적 납부실적은 좋은 편이다. 경기가 좋지 않음에도 특히 이 지역은 납부 실적이 높은 편이다. 특이한 점은 잘사는 동네 일수록 회비 납부가 낮다. (‘대전의 경우 둔산’이란 질문에 ‘잘 아네요’라고 답한다) 지역별 납부 현황도 서울이 제일 낮다.

에피소드도 많을 듯 한데요.
한번은 새벽시간에 전화를 해 “왜 지로를 보냈느냐”고 따지듯 항의하는 경우가 있었다. 대북사업에 쓰이는 적십자회비를 못 내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렇지 않다는 설명을 듣고 오히려  후원회원이 되었지만 이런 경우가 10번 정도 있었다.

개인적인 소망이 있으신지요.
봉사활동은 처음 발을 들여 놓기가 힘들지만, 봉사활동을 해본 사람이 한다. 모든 사람들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봉사활동에 참여하여 밝고 아름다운 사회가 이룩됐으면 한다. 

시민들에게 바라는 점을 마지막 질문으로 드립니다.
어려운 이웃에게 다가설 수 있는 지원을 제공해주고, 성원해주는 시민 여러분들에게 항상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후원금을 정부나 대기업에서 제공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 들이 자발적으로 내주는 후원금이 더 소중하다. 우리가 낸 돈으로 우리를 돕는다고 생각하고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박건영 회장은 현재 서울정형외과 원장으로 재직 중이며 대전바둑협회 이사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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