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에서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는 축구장 하나 없는 게 말이 됩니까?”
대전 동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축구 동호인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축구를 즐길 수 있는 운동공간과 시설이 부족해 지역 축구 동호인들에 대한 홀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
특히 동구지역 축구 대회마저 타 지역에서 개최돼 동호인들의 불만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28일 지역 체육계 등에 따르면 동구축구협회는 지난 27일 대전 중구 사정공원 축구장에서 제25회 동구협회장기 축구대회를 개최했다.
동구축구협회가 주관한 대회를 옆 동네인 중구에서 연 것이다. 당초 동구체육회 등은 대전대학교 운동장을 사용하려 했다. 그러나 학교 측이 잔디 상태 악화에 따른 안전 사고 우려 등의 이유로 운동장 섭외가 불발됐다.
그러자 이날 대회에 참가한 일부 동호인들의 허탈감과 상실감은 분노로 바뀌어 버렸다.
조기축구 A팀으로 출전한 김모(50대·남)씨는 “동구에서 대회를 개최할 축구장 하나 없다는 게 너무 자존심이 상했다”며 “동호인들이 불편함 없이 축구를 즐기기 위해선 적어도 4면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B팀 황모(40대·남)씨도 “같은 원도심인 중구는 사정공원과 안영구장, 대덕구는 을미기 공원 등이 있는데 정작 동구는 없다”며 “동구 정치인들이 동호인들에게 납득할 만한 대응 방안이라도 제시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재 동구축구협회에 등록된 축구 동호인들은 19개 팀에 약 850여명이다. 하지만 공식 규격 축구 시설로 갖춰진 운동장은 대전대와 동아마이스터고뿐이다. 문제는 이마저도 주말 사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대전대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잔디 보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동아마이스터고는 주말마다 공무원 및 각종 자격증 시험 등이 많은 데다 코로나19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운동장 개방을 불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대부분 동호인들은 매주 고정적으로 운동할 장소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불편함에 직면하고 있다. 타 지역 운동장을 빌리려 해도 이미 해당 지역 축구팀이 장악을 한 상황이고, 교통비와 비싼 사용료 부담까지 떠안게 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
김재선 동구축구협회장은 “동구는 21개 팀에 동호인 1000명 이상으로 대전에서 가장 많은 축구인이 활동했던 지역”이라면서 “동구에서 공을 찰 수 있는 운동장이 부족하다보니 기존 동호인들이 타 지역으로 계속 빠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회장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황인호 구청장과 장철민 국회의원에게 동구의 열악한 체육 인프라와 대책 마련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축구광’으로 불리는 정민규 동구체육회장은 “실제 ‘축구장이 동구만 없다’라는 동호인들의 많은 원망을 받고 있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동구지역에 축구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 앞으로 구청장 등 지역 정치인들에게 적극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장철민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대전대를 '2027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보조경기장으로 선정해 일부 시설 개선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시에 전달했다"며 "트랙과 운동장의 유지 및 보수 비용을 보조하는 대신 시민개방 운동장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축구 동호인뿐만 아니라 동구민들의 체육 인프라 향상을 위해 대전시장과 동구청장이 해당 사안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한편 동구축구협회는 올 가을 동구청장기 축구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도 지역 내 운동장 확보가 되지 않을 경우 타 지역 개최가 불가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