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가 만난 사람> 뮤지컬 배우 강연종
<토마토가 만난 사람> 뮤지컬 배우 강연종
  • 월간토마토 점필정
  • 승인 2011.04.1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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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운 좋게 여기까지 왔네요. 하하하!”

성악가, 오페라 배우, 뮤지컬 배우, 그리고 연극배우….

그는 우연한 기회에 노래했고, 우연히 무대에 올라 연기까지 했다. 그는 하는 것마다 잘 풀렸고, 그래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큰 힘이 되었다.

그는 이것을 “운이 좋았다.”라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엄청난 성공이 갑자기 찾아온 것도 아니다. 그는 한 발씩 내디뎠을 뿐이다. ‘진화’나 ‘변화’라는 표현보다는 ‘확장’이 어울릴 것 같다. 그는 지금도 성악가이며, ‘배우’라는 영역으로 자신을 넓혀가는 중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예전보다 조금 더 욕심낼 뿐이다.

학창시절 강연종 씨는 특별히 잘하는 것도,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아마도 ‘상품’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았더라면, 그는 지금처럼 대중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청소년 가곡 경연대회에 걸린 작은 상품에 욕심이 나 선생님께 노래를 배웠다. 그런데 그게 꽤 적성에 잘 맞았나 보다. 욕심내던 상도 받았고,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게 되었다.

대학에서 2학년 때까지는 많이 힘들었다. 열심히 노래해도 실력이 느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3학년이 되자 부쩍 스스로 알아차릴 만큼 실력이 늘었다. 그렇게 한 걸음 나아갔다. 그때부터는 노래가 재미있었고, ‘나도 잘하는 게 있구나.’라는 보람과 자신감도 생겼다.

졸업 후 이탈리아 밀라노로 유학하는 데 별로 걱정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자신감으로 밀라노 베르디국립음악원 5년 과정을 3년 만에 마쳤다.

이탈리아에서 7년을 지내다 귀국했다. 검증된 실력으로 단번에 오페라 주역으로 데뷔하고, 여러 대학 강단에서 예비 성악가들을 가르쳤다. 성악가로서 평탄한 삶이었다. 뮤지컬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는 말이다.

◆뮤지컬에 혼쭐난, 그리고 젖은 성악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정통 클래식을 전공한 사람들은 뮤지컬을 하찮게 보는 게 일반적이었어요. 저도 그때는 ‘노래가 안 되면 하는 게 뮤지컬’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아예 뮤지컬 쪽은 생각도 안 했죠.”

2003년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개관에 맞춰 <신 실크로드>라는 작품이 축하공연으로 기획되었다. 이 작품은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개관을 축하하는 대전시립예술단 합동 공연으로 기획한 ‘뮤페라’(뮤지컬 오페라)로 박철호, 김원정 등 유명 뮤지컬 배우와 대전에서 활동하는 성악가들이 총출동한 공연이었다. 그리고 이 공연에 오디션을 본 강연종 씨는 박철호 씨와 같은 역으로 더블캐스팅된다.

“연습무대에서 정말 한 발도 못 움직이겠더라고요. 오페라는 원전에 따라 엄격하게 정해진 규칙을 지키면 되는데, 뮤지컬 무대는 전혀 달랐어요. 식은땀 줄줄 흘렸죠.”

이후 강연종 씨는 극단 새벽이 공연한 뮤지컬 <블루사이공>에 출연하고, 8개월에 걸친 <미녀와 야수> 공연에도 참여한다. 뮤지컬 무대에 오르면 오를수록 재미있었고, 왠지 모를 욕심도 커졌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에 출연하면서 남경주 선배를 만났죠. 남경주 선배에게 연기를 많이 배웠어요. 이때 연기에 대한 욕심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진 것 같아요.”

강연종 씨는 <벽을 뚫는 남자> 공연 도중에 대형 뮤지컬 <캣츠> 첫 우리말 공연에 ‘거스’ 역할로 캐스팅된다. 공연이 큰 이슈가 되면서 더불어 강연종 씨도 뮤지컬 배우로서 대중에게 알려진다. ‘목소리가 감미로운, 노래 잘하는 배우’로 말이다.

이후 <오페라의 유령> 장기공연과 소극장 뮤지컬 <문리버>까지. 강연종 씨는 주연과 조연을 넘나들며, 자신의 경쟁력인 ‘노래’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여갔다. 더불어 끊임없는 연습으로 ‘연기’를 채워나갔다.

“아직은 ‘배우’라고 자신 있게 얘기하기가 조금 그래요. 다만, 배우처럼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내 연기의 한계를 넘어설까 늘 고민하고 연구해요.”

강연종 씨가 배우로서 발전하기 위해 찾은 방법은 ‘사람을 관찰하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과 사귀면서, 그 사람 캐릭터를 관찰해 자기 것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더불어 진심으로 사귄 사람들은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커다란 재산이 된다. 지금까지 강연종 씨가 살면서 깨달은 진리다.

◆하고 싶은 것 하고 있을 뿐
물론 강연종 씨가 뮤지컬 무대에 서기 시작하면서 말이 많았다고 한다. ‘목이 갔다더라.’, ‘노래가 안 되니까 뮤지컬을 한다더라.’

강연종 씨도 뮤지컬 무대에 서기 전에는 같은 생각을 했기에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었다. 그리고 무대에 높고 낮음, 또는 선후가 따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그런 말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고, 내가 즐기는 것을 한다는 것이 힘 빠지지 않고 계속하는 동력이었다.

“정통 성악만을 고집하던 분들 가운데도 뮤지컬 배우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분들이 많아요. 요즘은 많이 일반화된 것 같아요.”

그렇다고 강연종 씨가 정통 클래식을 포기하거나 버린 것도 아니다. 그는 여전히 오페라 무대에 서고, 어린이합창단 상임지휘자를 역임하고 중창단 콘서트를 꾸준히 진행하며 성악가로서도 계속 활동 하고 있다.

“사실 뮤지컬을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제 발성과 목이 상하지 않을 작품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뮤지컬에서도 클래식 요소가 많은 작품에 주로 출연하게 되었어요. 생각해보면 제가 가장 잘하는 것이 성악이잖아요.”

◆기를 쓰고 그 인물이 되려 한다
강연종 씨가 최근 극단 새벽이 무대에 올린 <지상 최고의 만찬>이란 연극 무대에 올랐다. 강연종 씨가 처음 도전하는 정극이다. 이 작품에서 강연종 씨는 노래가 아닌(아주 조금 노래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말과 표정, 행동으로 야비한 사채업자이자 자상한 아버지인 ‘동철’이란 인물을 연기했다.

“첫 정극인 만큼 많이 배운다는 생각으로 준비했어요. 그래서 연출 선생님과 동료 배우들에게 많이 미안하죠.”

그렇게 경험해본 정극 연기는 또 다른 세계였다고 강연종 씨는 말했다. 전혀 다른 인물이 된다는 것, 완전히 그 캐릭터에 몰입해야 한다는 것, 연기를 하되 연기하는 것이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 지금껏 성악가로서, 뮤지컬 배우로서 쌓은 경험에 정극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더했다. 앞서 말했듯이 그의 영역이 확장되는 시점이 이번 <지상 최고의 만찬>이었다.

◆일단 해보면 다 되더라
강연종 씨가 바라는 배우로서의 모습은 경험이 아주 많아 후배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배우이다. 물론 아주 오래 무대에서 현역으로 연기하면서 말이다.

“제 좌우명이 ‘해보고 얘기하자!’예요. 제 성격이 고민을 많이 하기보다는 일단 행동하고 보는 편인데, 지금까지 살면서 겪은 바로는 일단 해보면 다 되더라고요. 정말 세상에 안 되는 것이 없는 것 같아요.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게 없어요. 이런 제 경험과 깨달음을 후배들에게 얘기하고 싶어요.”

강연종 씨가 배우로서 걸어온 길을 보면, ‘잘되는 작품’과 인연이 있었다. 그것을 그는 ‘운’이라고 말하지만, 그 뒤에 모자란 연기를 채우려는 엄청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력과 노력 없이 경쟁이 치열한 뮤지컬 배우 세계에서 살아남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구나 연고를 대전에 둔 그에게 사실 ‘운’은 애초에 거리가 먼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올해 여름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캣츠>와 내년 2월에 시작하는 뮤지컬 <엘리자벳> 오디션을 통과해 캐스팅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연극무대와 방송 드라마, 영화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연기 경험을 쌓고 싶다고 했다. 꼭 주역이 아니라도 말이다.

“뮤지컬 무대에 오른 뒤로는 <레미제라블> 장발장 역을 꿈꿔왔어요.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만은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제는 그 작품에 참여만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특정 역할도 중요하지만, 무대와 구성원들 모두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달았거든요. 좋은 사람들과 만나 좋은 공연을 함께 만든다는 것 자체가 매우 즐겁고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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