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테라헤르츠의 대역폭과 초당 75.7테라샘플링의 속도로 빛의 파형을 왜곡 없이 관측할 수 있는 현존 최고 성능의 초고속 오실로스코프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오실로스코프는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물리 현상을 전압 또는 전류로 바꿔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그려내는 장비로, 물리·화학·기계·재료·토목·의학·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장비로 활용되고 있다.
기존의 오실로스코프는 두 전극 사이를 통과하는 전자빔이 측정하고자 하는 전자기파에 의해 휘는 궤적을 연속적으로 측정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원자력연이 새로 개발한 초고속 오실로스코프는 이전과는 구조부터가 다른데, 금속판 사이 작은 틈을 통과하는 전자기파를 가로 막대 형태의 전자빔이 도장 찍듯 한 번에 기록한다.
특히 전자빔을 얼마나 압축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인데, 전자의 특성상 좁은 공간에 모여 있으면 서로 강하게 밀어내는 힘이 발생해 빔을 얇게 유지하기 힘들다.
이에 연구진은 전자빔을 빛의 속도까지 가속해 전자들 간의 밀어내는 힘을 상쇄시킴으로써 두께를 7.5마이크로미터까지 압축시켰다. 그 결과 1테라헤르츠의 주파수로 진동하는 전자기파의 파형을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원자력연은 1테라헤르츠까지 관측하는 이번 장비가 초고속 분광학 등 빛을 이용한 물성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백인형 박사는 “이번 기술개발로 가까운 시일 내에 과학자들이 꿈꿔왔던 페타(1015)헤르츠, 즉 일천조분의 일 초 동안 진동하는 전자기파의 파형까지 실시간 관측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앞으로 전자빔의 두께를 수백 나노미터 단위까지 압축시키는 데 연구를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