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7일 후임 총리 인선과 관련해 "국정공백이 오래가지 않도록, 시간이 너무 걸리지 않게 당 대표들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 날 여야 원내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후임 총리 인선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고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전했다.
이와관련해 이병완 실장은 "5.31 지방 선거전이냐, 선거후냐 하는 논란이 있는데 당연히 선거전에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후임 총리 인선은 다음주중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또 여야 원내대표들에게 4월 임시국회에서 사법개혁안과 국방개혁안 관련 법률을 처리해줄 것을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사법 개혁안은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를 거쳐 방향이 잡혀왔고, 몇몇 관련 법안은 시간상으로 서둘러 처리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4월 국회에서 처리해주길 특별히 당부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국방개혁안도 여야를 떠나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제인 만큼 여야 대표들이 적극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노 대통령은 "양극화해소 대책은 최우선 과제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양극화해소의 핵심은 일자리이고 그중에서도 비정규직 대책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한미 FTA는 중차대한 문제"라며 "국내 피해 계층이나 집단에는 반드시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한미 FTA는 우리 경제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맺은 전략적 방안"이라며"우리 국민의 역량을 믿고 앞으로 충분한 대화를 통해 대책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와관련해 "미국이 한국에 압력을 가한 것은 없고 오히려 미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략적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초청 배경에 대해 노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대표들간에 대화를 모색하려는 마음이 있었는데 정치적 상황 때문에 하지 못하게 됐다"며 "모든 문제에 대해 대화의 문화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여야 대표들간에, 당간에 대화가 막히면 대통령을 향해서 대화를 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데 노력하고 싶다"며 "꽃이 피면 청와대 주위를 구경시켜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야당이 협조해서 법안들이 많이 통과된 것에 감사하다"며 "현실적으로 야당이 법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국정 운영이 어렵다.포괄적으로 여야 간의 대화, 여야 협의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김한길 대표가 전했다.
또 노 대통령은 "우리 정치 현실에서는 대통령이 야당에 대해 협력 요청을 하면 마치 배신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인데 잘못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만찬에서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사학법 재개정 문제에 대해 신축적 입장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이재오 대표는 또 "5.31 지방선거와 관련해 장관이나 공직자들이 여당대표들이나 간부들하고 같이 다니는데 선거의 중립성에 우려가 된다"며 특히 "선거사범에 관련된 주무장관인 천정배 법무장관이 열린우리당 당적을 보유하고 있는데 대해 형평성 문제 있다.서울교도소 재소자 성폭행 문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또 이낙연 민주당 원내대표는 "양극화해소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공허하게 들린다"며 "당적이탈이 해법이 되지 않겠느냐"고 노 대통령에게 당적 이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에대해 노 대통령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지만 우리 정치문화나 정치상황, 국민정서를 생각했을때 어려운 문제"라고 답했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 대표는 남은 임기동안 양극화 해소에 전념해줄 것을 노 대통령에게 건의했고, 정진석 국민중심당 원내대표는 "책임총리제는 맞지만 정치적으로 중립적 인사를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양극화와 당적 이탈은 별개의 문제"라며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노 대통령 탈당 요구를 일축했다.
이날 만찬은 저녁 6시 30분부터 시작돼 9시 15분까지 이어졌으며 이외에도 선배 정치인들의 과거 정치활동,노 대통령의 청와대 생활등을 주제로 대화가 이어졌다고 이병완 실장이 전했다.
CBS정치부 김재덕 기자 jdeog@cb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