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청' 운영하는 권민혜 씨
'중구청' 운영하는 권민혜 씨
  • 월간토마토 박숙현
  • 승인 2011.09.2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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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즐기는, 놀고 싶은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대흥동에서 10년 넘게 바텐더로 일한 권민혜(32) 씨, 사람 좋아하는 그녀가 주인장인 바(BAR) ‘중구청’에는 작은 무대가 있다.

직장인밴드를 비롯한 그녀의 지인들이 기증한 드럼, 기타, 키보드로 꾸민 반타원형 무대. ‘열린 무대’가 특징인 이곳은 어느, 누구나의 무대가 될 수 있다. 어떤 날은 알려지지 않은 인디밴드 공연이 있는가 하면 혹은 그날 처음 만난 손님들의 즉석 공연이 벌어지기도 한다. 무대도 있겠다, 손님 모으기에 좋은 정기공연을 생각해볼 만하건만 정기공연은 싫단다.

“연주가 일이 되는 순간, 연주를 즐기기가 어렵잖아요. 연주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듣는 사람도 즐겁죠.”

그녀에게 대흥동은 특별하다. 청소년기와 바텐더 생활까지 오랜 세월을 함께한 대흥동엔 추억이 많다. 이야기도 많다. 논, 밭이었던 둔산동과는 비교가 안 된다. 게다가 재밌다. 그림과 음악을 좋아하는, 소위 말해 통하는 친구, 끼 있는 친구가 많다.

‘중구청’ 창문에 쓴 ‘외·계·분·환·영.’ 다섯 글자는 그런 그들을 향한 그녀 나름의 구애(?)다. 그렇다 보니 대흥동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그녀를 만나러 갔을 때 그녀는 ‘대흥동립만세’ 준비로 한창 바빴다.

공연과 행사 참여만 하던 그동안과 달리 조직위원회 회의에도 참석하며 축전에 힘을 보탰다. 그래서인지 그녀 가방엔 참여 가게 신청서가 가득했는데, 가게를 직접 방문하며 대흥동립만세를 설명했다.

10여 년 넘게 대흥동에서 일하며 친해진 동네 사람들은 그녀더러 “장사하는 사람이 철이 없다.”라고 한다. 돈 버는 일보다 ‘딴 것’에 열심인 그녀가 이해하기 어렵다나. 그래도 그녀는 열심이다. 더운 날 빨빨거리며 돌아다녀도 피곤하지 않다. 왜? 즐거우니까.

매년 돌아오는 가게 생일날에는 지인들과 파티를 연다. 그때마다 와주는 사람들에게서 그녀, 그리고 그녀의 공간에 대한 애정을 느낀다.

“사랑도 받아 본 사람이 주는 거잖아요.”라 말하는 그녀, 대흥동에서 받은 사랑이기에 대흥동에 나눠줄 수밖에 없단다. 가장 큰 사랑의 대상이자 수혜자는 공연하는 친구들. ‘중구청’ 앞 우리들공원에서 공연할 때면 비 피할 곳은 물론, 장비 사용에 필요한 전기까지 소소한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중구청’은 무대가 필요한 친구들의 무대가 되어주기도 한다. 어쩔 땐 공연에 방해될까 다른 가게에서 울려대는 음악 소리를 줄여달라고 부탁도 한다니 이 정도면 매니저도 저리가라다. “주변에 음악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밥 먹고 살기 힘든 현실을 알기에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다.”라는 그녀, 얼굴만큼이나 맘씨가 곱다.

서른둘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동안미모라는 글쟁이의 칭찬에 “여기 오는 사람들은 다 동안”이라며 웃는다. 그렇다고 동안들만 갈 수 있는 건 아니니 걱정하지 말지어다.

그녀는 ‘중구청’을 지치고 힘든 삶에서 나이, 성별, 직업을 버리고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단다. 현실 때문에 기타를 져버릴 수밖에 없었던 친구들이 오랜만에 기타를 잡을 수 있는, 다 잊고 진짜 즐기는, 놀고 싶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자신의 이름을 딴 ‘미네바(minebar)’도 ‘중구청’으로 바꿨다.

은행동이 10대 아이들 놀이터라면, 옛 중구청 터 주변은 20대 중, 후반이 찾는 문화와 소비 공간이다. 성인이 되었지만 청소년처럼 방황하는 것 같다면, 또는 청소년 시절의 순수함을 꿈꾸고 있다면, 그녀가 만든 놀이터 ‘중구청’에 들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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