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대전대학교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 박정희 교수가 최근 한국연구재단의 명저번역 지원을 통해 『셀본의 자연사와 유물들』(아카넷)을 한국 최초로 번역 출간했다.
책의 원저자 길버트 화이트(1720-1793)는 영국 성공회 성직자로서 평생 자신의 고향에 머물며 자연과 유물들을 관찰하고 기록한 연구자로, 영국 생태학의 시조면서 낭만주의 문학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지난 1789년에 발간된 『셀본의 자연사와 유물들』은 찰스 다윈, 윌리엄 워즈워스,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 토머스 칼라일, 헨리 데이비드 소로, 버지니아 울프, 위스턴 휴 오든 등에게 영향을 미쳤으며 책에는 잉글랜드 남부 햄프셔 셀본 지역의 동식물 생활상, 지질학, 기후, 오랜 풍습 등이 세세하게 기록돼 있다.
세계적으로 약 300판본이 나온 해당 작품은 일본, 중국 등 동양에서도 번역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드디어 국내에서도 800쪽의 초역본이 발간되게 됐다.
책은 편지글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장은 셀본의 자연과 그 안에 서식하는 동식물, 특히 새들에 관해 두 박물학자에게 보내는 편지글이다. 저자는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자연의 기적 속에서 섭리를 깨닫는 사제이지만, 동시에 의심스러운 자연 현상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질문을 이어가는 과학자였고, 더 이상 이해할 수 없는 곳에 다다르면 상상의 문을 살며시 열어보는 풍부한 감성의 시인이었다.
두 번째 장은 셀본 지역의 역사를 담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수도원의 역사뿐 아니라 영국 왕실의 이야기, 마을의 미신과 관습, 집시 이야기, 건축물 이야기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세 번째 장은 동식물 관찰결과를 요약한 내용,
네 번째 장은 수십 년 간의 날씨 기록, 윌리엄 마크윅(1739-1812)과 저자의 자연달력 비교 등이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시가 몇 편 수록되는데, 이 부분뿐 아니라 그의 작품 전체에서 독자는 시적 묘사와 상상을 만날 수 있다.
역자 박정희 교수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고, 지난 2014년 대전대에 부임한 다음해부터 학술적 글쓰기 수업과 의사소통 클리닉에서 1:1 글쓰기 지도를 하면서 근 5년 넘게 틈틈이 번역을 해오다 올해 드디어 번역서를 출판하게 됐다.
박정희 교수는 이전에도 세 편의 번역을 출간했지만 이 책보다 더 많은 노력과 애정을 기울인 적이 없다고 말하면서,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영혼과 마음이 즐겁고 건강해지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