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된 남편 뒷바라지 하며 성실히 내조”
“해고된 남편 뒷바라지 하며 성실히 내조”
  • 최성수 기자
  • 승인 2006.05.06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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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이용길 후보의 아내 허영임 여사

“올해가 결혼 20주년 입니다. ‘당선’이라는 큰 선물을 받고 싶어요.”

10년이라는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의지가 강하고 주관이 뚜렷한 모습에 반해 시작한 결혼생활.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는지 모를 정도로, 어쩌면 다시 하라면 엄두가 안날 것 같은 그런 시절을 보냈다. 차라리 모르고 시작했기에 가능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리라.

민주노동당 충남도지사 후보 이용길씨의 부인 허영임 여사.
순박해 보이면서도 당찬 모습의 허여사에게서 전통적인 한국의 어머니상이 그려진다.

인터뷰는 처음이라며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하고 싶은 말은 놓치지 않는다. 혹여 큰 일을 앞둔 남편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조심하는 모습은 여느 후보 부인과 다를 바 없었지만 나름대로 솔직하려 애쓰는 모습이 엿보인다.

남편을 만난 곳은 일터에서다. 당시 남편은 현대자동차 천안지점에서 세일즈맨으로, 자신은 총무직으로 일했다. 그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워낙 나이차가 있어서 그러려니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정확히 4월 1일 만우절에 그에게 프러포즈를 받았고 우여곡절 끝에 결혼했다.

6남매 중 다섯째(막내딸)로 자라서 8남매 중 장남의 남편을 만나 시댁살이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조부모까지 모셔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반대를 무릅쓴 결혼에 대한 책임감으로 최선을 다했다. 조부모를 친정부모 모시듯, 시동생들에겐 큰누나 역할하듯 그렇게 지금까지 살아왔다.

“친구들과는 다른 차원의 고민을 한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지요.”

   
▲ 허영임 여사, 민주노동당 이용길 후보의 아내
살아가면서 이웃이나 친구들을 보면 부부간 불화가 외도, 도박, 음주 등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그로인해 싸움이 나고 결국은 갈라서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남편은 그런 일로 자신을 괴롭힌 적은 없다. 남편의 얼굴보기는 힘들지만 그가 늘 주장하는대로 “노동자와 서민을 위해”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불평하지 않는다.

남편이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을 한 때는 98년 이른바 노동법 날치기 파동 후였다. 당시 민노총 대전충남 지역본부장을 맡고 있던 남편으로서는 노동자 총파업시 앞장 설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해고’라는 날벼락은 떨어졌고, 그때부터 실질적인 가장의 역할은 그녀에게 주어졌다.

우선은 경제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어린이집 보조교사였고 지금도 천안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원장이지만 직접 운전하며 아이들을 실어 나르고, 먹거리도 직접 챙긴다. 아침 일찍 아이들을 찾아가면 일 나간 부모를 대신하여 형의 손에 이끌려온 아이도, 방안에 홀로 잠든 아이도 만나야 한다.

국민소득 2만불 시대의 이면에는 생존을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이 적지 않다. 어쩌면 그런 아이들을 돌보면서 남편 못지않은 사명감을 느꼈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일상의 삶에서 체감한 이웃의 어려운 현실이 어쩌다 한번씩 집에 들어오는 남편을 더욱 이해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이번에도 떨어지면 다음엔 제가 나가야죠.”

이번이 세 번째 출마다. 남편은 2000년과 2004년 천안을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그때는 꼭 된다는 확신을 갖고 나간 건 아니었다. 이 땅의 노동자와 농민, 서민을 위한 정당인 민주노동당 후보로서 사명과 책임을 갖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느낌이 좋다. 정당 싸움인 국회의원 선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지역의 일군을 뽑는 지방선거이기에 해볼만하다는 것이다. 쉽진 않겠지만 열심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는가.

“선거비용 마련, 궁금하지 않으세요?”

묻지도 않은 말을 하고 싶은 이유는 그동안 주위에서 많이들 물어온 탓이리라. 민노당의 출마자는 당과 당원의 뜻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다보니 선거 기탁금은 물론 선거 비용도 당에서 지원해 준다. 물론 법정선거비용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지만 출마자들의 부담은 거의 없다. ‘몇 번 출마해서 재산 말아먹었다’고 하는 얘기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홍보물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빈곤과 차별없는 충남을 만들어야지요.”

남편의 공약에 대해 아느냐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다. 그러면서 ‘차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인다. 노동자중 60%이상인 비정규직, 여성,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없애야 한다.

아직 공약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교환을 하지 않았지만 이것이 복지충남을 지향하는 남편의 핵심 공약일거라고 조심스레 말한다. 남편은 장애인의 날 행사장에 갔다가 명함조차 뿌리지 못하고 왔다. 장애인을 들러리로 하는 생색내기용 행사장에서 차마 다른 정치인처럼 하지 못하겠더라는 것이다. 이런 전시적이고 소모적인 행정부터 바로잡아 실질적인 복지가 이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는 남편이 너무 자랑스럽다. 큰 힘이 돼주지 못하는 자신이 미안할 따름이다.

“여보, 힘내세요. 잘 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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