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헌책방
이상한 나라는 이상한 나라답게 이상하다. 반갑게 인사하며 반겨주는 이는 없지만, 이상하게 편안하다. 켜켜이 쌓인 책이 뿜어내는 묵힌 냄새에 코가 싱긋하고, 오랜만에 마주한 아기자기한 장난감에 눈이 방긋한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이곳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서재를 꾸몄다 하여 매스컴 좀 탄 윤성근 씨가 운영한다. 하지만, 매스컴을 통해 알더라도 굳이 찾아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단다.원체 오는 사람만 오는 헌책방 특성도 있지만 “지하철로 오기도 어려워요.”라는 이유가 한몫한다. 게다가 호기심으로 찾아오는 손님은 그다지 반기지도 않는다. “어떻게 인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미 들어왔는데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하기가 그렇잖아요.”라는 내성적인 윤성근 씨.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좋아하는 책 때문에 찾아오길 바란다. 그만큼 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그. 돈이 안 되는 헌책방이지만 “책이 좋고, 재밌어서” 한단다. (헌책방 탄생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자신이 쓴 <이상한 나라의헌책방>을 참고하란다.)
책은 윤성근씨가 직접 발품을 팔아 구한다. 그래서인지 다른 헌책방보다 가격이 조금 비싸다. 종류는 철학, 사회학이 많고, 일본, 미국 소설은 간혹 있다. 철저하게 그의 취향인데 “책에 대해서 물어볼까 봐 읽은 책만 팔아요.”라는 주인정신을 내포한다. 그리고 또 하나, ‘진짜 좋은 책’을 판다는 자부심이다.“헌책방은 진실한 베스트셀러를 팔 수 있어요. 정말 잘 나가는 책을 팔 수 있죠.”
출판사의 영업이나 언론 홍보가 아닌 ‘진짜 베스트셀러’를 팔 수 있는 곳이 헌책방이다. 왜냐? “진짜 좋은 책은 사가요.”라는 그의 말처럼 책하면 빠지지 않는 애서가들이 모이는 나라가 이상한 나라이니 말이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
헌책방이라고 단정하기에 이상한 나라는 불분명하다. 누군가는 책을 읽고, 누군가는 공부하고, 누군가는 차를 마시며 대화한다. 가끔은 전시도 공연도 한다. 뭐라 규정지을 수 없이 모호한 공간. 하지만, 추구하는 모습은 있다. 유럽의 ‘살롱’이다.
“책방이면서 토론도 하고 가끔 작당 모의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유럽에서는 책방이 했어요. 그런 모습을 상상하고 시작했는데, 아직 더 해야죠.”
그렇다 보니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다. 그래서 책을 사지 않아도, 그냥 멍하니 있다가도 이상하지 않고 편안하게 머물 수 있다. 단, 한 가지 주의할 게 있다. “떠들지만 말아 주세요.”란다. 조용한 공간이 너무 없는 요즘. 이상한 나라만은 조용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그가 말했다.매월 둘째, 넷째 금요일 이상한 나라에서는 심야 책방이 열린다. 서울 지하철이 다닐 때까지 밤새 문을 연다는 심야책방. ‘어떻게 해도 잠이 오지 않을 때, 읽을 책이 많거나 써야 할 글이 많은 분, 헤어진 그 여자, 그 남자 생각에 몸서리치는 새벽을 맞을 때, 진짜 좋아하는 단짝 친구와 술 없이 밤새도록 이야기하고 싶을 때, 홧김에 가출하고 싶은 어른들’누구라도 좋단다.
“심야책방에 참가하러 지방에서도 올라오세요”라니 이상한 나라가 궁금하다면 부담 없이 가보길. 참, 책방을 운영하며 만난 사람과 책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는 그가 쓴 <심야책방>에 가득 담겼다. 책방 주인이, 책방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책 읽자.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