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 보세, 예술전문도서관
만들어 보세, 예술전문도서관
  • 글 박숙현
  • 승인 2012.11.02 11: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냥 도서관이 아니다. 예술전문도서관이다. 음악, 디자인, 사진, 건축 등 문화예술 서적과 볼거리가 잔뜩 있는 곳. ‘예술’을 마음껏 보고 느끼는 도서관을 꿈꾼다.

왜 예술전문도서관인가?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좋은 창조물은 기존의 문화적 자원을 바탕으로 발전하며 나온다. 그래서 창조 활동이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문화적 자원을 접하는 게 필요하다. 다양한 작품을 보고, 접하면서 작품 보는 눈이 생기듯이.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많은 시에서 문화 인프라를 신경 쓰는 이유도 그래서다. 일상 속에서 접하는 다양한 문화예술은 지역의 예술 수준을 높이고 문화를 발전시킨다.

그런 점에서 문화예술 자원을 지역 주민과 문화예술인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예술전문도서관’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사진집과 지역에서 열린 전시 도록 등 문화 예술 관련 자료를 맘껏 볼 수 있는, ‘예술’ 하면 떠오르는 특화된 도서관이 말이다.

▲ 국립예술자료원
예술전문도서관, 이랬으면 좋겠네
도서관의 메인은 ‘책’이다. 하지만 예술전문도서관이니만큼 살짝 다른 생각도 가미해 본다. (다양하고 전문화된 예술 서적은 기본이라는 전제하에) 뉴욕의 ‘링컨센터’에 자리하고 있는 뉴욕공연예술도서관은 책이 없는 도서관이다.

전체 자료 가운데 30%만 종이책인 도서관은 음악·무용·연극·녹음 등 4개 분야에 걸친 자료 3만 5,000점을 소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뉴욕공연예술도서관의 자랑은 TOFT(Theatre on Film and Tape)이다. 1970년부터 연극·뮤지컬·전위적인 공연·세미나·대담 등의 영상·음향 등을 테이프로 기록, 자체 제작해 보관한 것을 이르는 TOFT는 유명 영화감독과 배우들이 뉴욕공연예술도서관을 찾는 이유다.

글쟁이가 꿈꾸는 예술전문도서관도 그랬으면 한다. 전통적인 예술 서적 중심이 아닌 다양한 시각자료와 볼거리가 풍부했으면 좋겠다. 필요한 자료 때문에도 오지만 심심해서, 거기 가면 재미있는 게 많은 곳. 그래서 서적 중심의 열람실을 제외하고는 시각자료와 사진 중심의 이미지 도서관이었으면 한다. 누구나 전시할 수 있는 열린 ‘벽’과 열린 ‘공간’.

창의적인 발상과 톡톡 튀는 생각이 느껴지고, 창작욕구가 생기는 그런 곳. 그리고 여기에 도서관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 재미난 예술 책을 더하자. ‘리빙 라이브러리’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곳곳은 물론 우리나라 곳곳에서도 진행하는 ‘사람 책’이다. 책이 아닌 사람을 읽는다는 개념의 ‘리빙 라이브러리’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도서관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사람에 대한 편견이나 세상에 대한 고정관념을 줄인다는 취지다. 예술전문도서관이니만큼 우선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와 문화기획자, 큐레이터로 시작해 보면 좋겠다. 대여방식은 책과 같다. 원하는 ‘사람 책’을 신청해서 대여하면 ‘사람 책’과 30~40분가량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인생과 삶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주는 ‘사람 책’. 평소 만나고 싶었던 문화예술인이나 관심 있는 분야의 사람을 ‘사람 책’으로 만날 수 있다면 정말 재밌지 않을까?

예술전문도서관, 여기는 어떨까?
예술전문도서관을 꿈꾸며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은 ‘원도심’이다. 다양한 문화 활동이 벌어지는 원도심은 문화예술 자원이 풍부하다. 그만큼 예술전문도서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다.

특정한 조직에 속해있지 않은 예술가에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과 학습 시설은 큰 자원이다. 게다가 예술전문도서관은 원도심과 잘 어울린다. 예술전문도서관의 다양한 문화예술자료와 정보 공유, 네트워크는 ‘문화예술’을 키워드로 한 원도심 활성화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

개인과 지역사회의 문화적 상상력과 창조력을 키워주는 도서관. 원도심에 필요한 하드웨어는 사람을 모으기 위해 건립하는 엉뚱한 센터가 아닌 예술전문도서관이다. 굳이 새 건물일 필요도 없다. 원도심에 빈 어떤 건물, 이전하는 충남도청, 아니면 12월에 계약이 만료돼 이전할지 모르는 테미도서관도 괜찮다. ‘공간’보다 중요한 건 공간을 만드는 사람과 이용하는 사람의 ‘의지’와 ‘마음’이니.

현재 우리나라에서 문화예술 관련 자료를 모아둔 곳은 많다. 부천문화재단 산하 예술정보도서관 <다감>, 서울 문화예술의 전당 <아르코 도서관>, 서울 <문예진흥원 예술자료관> 고양시 <아람누리 도서관>, 광주에 세워질 <국립예술도서관> 등. 벤치마킹할만한 곳이 얼마든 있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충청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