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특집_대전 엑스포과학공원
7월 특집_대전 엑스포과학공원
  • 글 사진 송주홍 자료제공 대전시 문화사업과
  • 승인 2013.07.0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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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상징이 사라지려 한다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이 또다시 뜨겁다. 시작은 지난 6월 8일이었다. 미래부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조성할 예정이던 기초과학연구원을 엑스포과학공원 안에 조성하겠다.”라는 방안을 대전시에 공식 전달했다.
불과 6일 만인 13일, 염홍철 대전시장은 “미래부가 대전시 4대 요구 사안 받아들이면 미래부 제안 수용하겠다.”라고 밝혔다. 대전시가 제시한 4대 원칙은 △과학벨트 부지 축소 불가 △과학벨트 부지 매입비 전액 국고 부담 △엑스포공원 내 창조경제 핵심시설 건립 △대전시 대덕특구 창조경제 전진기지 조성 방안 최대수용 등이다.

이에 따라 엑스포과학공원 문제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문제로 확산했다. 여기에 더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논란이 충청권 여.대립으로 번졌다. 현재(6월 26일)까지 보면 본질은 흐려지고 정치권 싸움만 남은 상태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안에도 논란거리가 많다. 일단 여기서는 논외로 하고, 엑스포과학공원에 관해서만 이야기한다.

정책 부재와 방만 운영
엑스포과학공원 현안을 이해하려면, 그에 앞서 그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엑스포과학공원이 문 연 건 1994년 8월이다. 대전엑스포 ‘93이 긍정적 성과를 이뤘고, 그 토대에 엑스포과학공원이 문을 열었다. 시작은 좋았다. 과학도시라는 상징성, 자부심을 가지고 힘차게 출발했다.

엑스포과학공원 논란의 시발점은 1999년이다. 정확하게는 1999년 1월 정부가 대전시에 엑스포과학공원을 무상 양도하면서부터다. 그 당시 대전시는 정부에게 받은 현금 900억 원, 현물 2,263억 원 등 자본금 3,136억 원 규모로 지방공사를 설립했다. 그때부터 엑스포과학공원은 지방공사에서 관리하기 시작했다.

엑스포과학공원이 적자 수렁에 빠진 것도 그즈음이다. 낡은 시설과 시대 흐름에 뒤처진 콘텐츠도 문제였지만, 가장 큰 문제는 대전시의 정책 부재와 방만 운영이었다. 대전시의 안일한 대처가 적자를 키운 것이다. 자연히 사람들은 엑스포과학공원을 외면했고, 매년 50~100억 원에 가까운 적자가 발생했다. 결국, 2008년 4월 지방공사는 적자누적으로 행정안전부에 청산명령을 받았다.

2개월 뒤, 2008년 6월 대전시는 그제야 엑스포 재창조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을 발주했다. 바꿔 말하면 정부에게 무상양도 받은 1999년부터 2008년까지 10년간, 대전시엔 이렇다 할 계획조차 없었단 얘기다. 10년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2008년 이후 ‘엑스포재창조사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대전시가 보여준 정책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그 시작은 2010년 엑스포재창조 PF(Project financing)공모사업 추진부터다. “부지 일부를 상업 용도로 변경해, 민간 사업자가 정주시설(공동주택)을 건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라는 게 주요 골자였다. 간단히 설명하면 엑스포과학공원 안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거였다. 당연한 결과지만, 시민 반대의견과 주택시장 침체로 민간 사업자 공모에 실패하며 계획이 무산됐다.

2011년 4월에도 대전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을 내놓는다. 이때는 ‘파라마운트 무비 테마파크’ 조성 계획이었다. 내용인즉, “영화를 테마로 한 라이드 쇼, 워터파크, 호텔,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유치하겠다.”라는 거였다. 이 또한 지지부진한 진행으로 무산됐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지방공사가 문 닫고 2011년 12월, 대전시 산하 대전마케팅공사가 출범했다.

대전마케팅공사 출범 2개월 후인 2012년 1월. 대전시가 이번엔 대기업과 손을 잡는다. 롯데와 진행한 복합테마파크 조성 업무 협약이 그것이다. 그리고 2012년 7월 그 계획을 공개했다. 워터파크, 테마파크, 쇼핑센터 등을 세워 경제효과, 고용효과 등을 내겠다는 거였다. 이때는 그 어느 때보다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과학 상징성 훼손, 교통문제, 지방상권 붕괴 등이 반대 이유였다. 또한, 복합테마파크를 조성하자면 부지를 상업용도로 변경해야 하는데, 당시 이 일을 관할했던 지식경제부에서 허락하지 않았다. 국가조차 외면해버린 것이다. 그러더니 이번 6월 갑자기 기초과학연구원 건이 나왔다.

큰 틀 없는 섣부른 정책
1994년 엑스포과학공원이 문 연 이래 지난 20년간 벌어졌던 굵직굵직한 사건만 모아놔도 이렇다. 간략하게 다시 한 번 정리하면 99년 정부가 대전시에 엑스포과학공원을 무상 양도했다. 이후 수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고, 10년 후인 08년 들어와서야 엑스포 재창조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을 발주했다. 그 뒤 대전시는 엑스포과학공원 문제에 관한 근본적인 고민 없이, 주먹구구식 정책을 늘어놨다.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엑스포과학공원에 기초과학연구원을 짓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엑스포과학공원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엑스포과학공원을 ‘어떻게’ 만들겠다는 큰 틀이 없었다는 거다. 대전시에서 줄곧 말하는 그 마스터플랜 말이다. 이에 관한 대전시 “큰 틀은 있으나, 엑스포를 재창조하려면 대전시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사업비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나 민간 자본이 필요한데, 그러자면 이해관계가 얽혀 우리 뜻대로만 할 수 없다. 그래서 세부적인 사항이 바뀌었던 것이다.”라고 한다.

그럼 그간 대전시가 내놓은 정책을 다시 한 번 보자. 대전시가 정말로 ‘큰 틀’을 가지고 있었던 건지 말이다. PF공모사업(정주시설 건립 허용)→무비테마파크→롯데복합테마파크→기초과학연구원. 여기서 도대체 무엇이 큰 틀이고, 어디가 세부적인 사항만 바뀌었던 것뿐인가? 사업 파트너에 따라 이리저리 끌려 다닌 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전시에서 먼저 종합적이고 장기적이고 확고한 계획을 수립한 후에, 이에 응해줄 수 있는 사업 파트너를 고르는 것이 순서 아닌가?

다음으로, 그렇다면 대전시는 왜 여태 ‘큰 틀’이 없었던 걸까. 정부가 무상 양도한 99년부터만 따져도 무려 15년인데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복잡하고 민감한 사안이니까 책임을 피해왔던 거다. 앞서 말했듯, 대전시에서 엑스포 재창조 마스터플랜 용역을 발주한 게 2008년이다. 정부가 무상 양도한 1999년부터 10년, 대전시는 줄곧 ‘폭탄 돌리기’만 한 셈이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매년 적자가 100억 원이나 발생하니, 언제까지 장기적인 계획만 논의할 순 없다. 하루라도 빨리 재창조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누구 때문에 적자가 발생했고, 누구 때문에 엑스포과학공원이 이렇게 됐는지 모르는 건가?

그럼 대전시가 말한 대로 적자 누적을 피하기 위한 섣부른 정책이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보자. 현시점 기준으로 대전시가 수립한 계획대로 엑스포과학공원 18만 평을 나누면 이렇다. 기초과학연구원 약 8만 평, 엑스포기념구역 4만 평, 사이언스센터 2만 평, HD드라마타운 2만 평, 다목적전시관 1만 평, 기타 1만 평. 한 마디로 중구난방이다. 종합적인 계획 없이, 상황에 따라 부지를 떼어주다 보니까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대전시는 이 결과를 놓고도 “크게 네 가지 테마(첨단영상산업구역, 엑스포 기념구역, 전시컨벤션구역, 기초과학연구원 구역)에 따라 나눈 것.”이라고 설명한다. 근데 어디 그런가? 국비 준다니까 일단 앉혀놓고 거기에 맞춰 네 가지 테마를 설정한 건 아닌가? 또 네 가지 테마 사이의 연관성은 무엇인가? 대전시 계획대로 일이 추진된다면 결국 18만 평 중 그 명맥을 유지하는 건 엑스포기념구역 4만 평이 전부다. 대전시가 계획한 엑스포과학공원 지도를 보고 있자면 마치 ‘콜라주’를 보는 것 같다.

지금이라도 원칙대로
이러니까 원칙을 말할 수밖에 없는 거다. 애초에 출발이 잘못되었으니 지금이라도 다시 해보자는 거다.
1999년, 정부가 대전시에 엑스포과학공원을 무상으로 줬을 때는 대전시와 공무원에게 준 게 아니다. 대전시민에게 준 것이다. 더욱이 엑스포과학공원이 그저 단순한 과학공원인가? 아니다. 엑스포과학공원은 대전시민의 추억이 담긴 곳이고, 대전시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는 말이다. 지금 당장 적자 난다고 해서 급하게 뜯어 고쳐버리면 끝인가? 그러면 정말로 끝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묻고 싶다.

지난 20년간, 백번 양보해 15년간, 대전시는 줄곧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대전시민과 제대로 된 합의 한 번 없이 모든 일을 추진했다. 심지어 이번 기초과학연구원 사안은 조건부이긴 하지만 단 6일 만에 모든 것을 결정해버렸다. 시민을 위한 공간이고, 대전시에서도 시민을 위한 공간이라고 말하면서 시민 의견은 귀담아듣지 않는다.

매년 적자 100억, 20년간 적자 1,000억 원. 사람 발길 끊긴 초라한 18만 평. 콜라주를 보는 듯한 엑스포과학공원 지도. 원칙 없이 추진한 결과가 바로 이런 것들이다.

진부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고루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원칙은 지켜야 한다. 지금이라도 원칙대로 가보자는 거다. 시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합의 과정을 거쳐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대로 천천히, 조금씩 장기적으로 추진해보자는 거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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