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참여 국제연구팀, 양성자·중성자 대칭핵 구조 반전 최초 확인
IBS 참여 국제연구팀, 양성자·중성자 대칭핵 구조 반전 최초 확인
  • 이성현 기자
  • 승인 2025.12.08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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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핵 생성과 감마선 측청 실험 과정
원자핵 생성과 감마선 측청 실험 과정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원자핵 내부의 질서가 뒤집히는 독특한 물리 현상이 포착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희귀 핵 연구단 하정수 YSF(Young Scientist Fellow)가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그동안 중성자가 매우 많은 핵에서만 나타난다고 알려졌던 ‘반전의 섬’ 현상이 양성자와 중성자 수가 같은 ‘대칭 핵’에서도 발생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원자는 중심의 원자핵과 그 주위를 도는 전자로 이뤄진다. 원자핵은 핵자(양성자와 중성자)가 여러 층의 껍질(shell)에 배치된 구조를 보이며 이 구조에 따라 핵의 모양과 성질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핵자들은 에너지가 낮은 껍질부터 차례로 채워지며 안정된 형태를 유지한다.

그러나 특정 조건에서는 핵자들이 평소보다 높은 층의 껍질에 자리할 때 오히려 더 안정해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구조 반전을 ‘반전의 섬’이라고 부른다.

이 현상은 지금까지 베릴륨-12, 마그네슘-32, 크로뮴-64 등 중성자가 과도하게 많은 불안정한 핵에서만 관측돼 왔다.

연구팀은 몰리브덴-84와 몰리브덴-86이라는 중성자가 적은 두 희귀 핵을 비교해 이러한 통념을 뒤집었다. 두 핵은 양성자 수(42개)가 같고 중성자만 두 개가 차이(각각 42개, 44개)나 구조 변화를 비교하기에 적합하다.

실험은 미국 미시간 주립 대학교 국립 초전도 사이클로트론 연구소(NSCL)에서 생성된 몰리브덴-84와 몰리브덴-86 방사성동위원소 빔을 표적에 충돌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빔이 표적에 충돌하면 원자핵은 잠시 에너지를 머금은 들뜬 상태(excited state)가 되고 이후 감마선을 방출하며 다시 에너지가 낮은 본래의 안정된 구조인 바닥 상태(ground state)로 돌아간다.

연구팀은 이때 방출되는 감마선을 정밀하게 측정해 들뜬 상태가 얼마나 지속됐는지 측정했다. 원자핵이 바닥 상태로 되돌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원자핵의 실제 구조가 어떤 형태인지를 밝히는 단서가 된다.

분석 결과 몰리브덴-84는 바닥 상태로 매우 빠르게 복귀했으며, 길게 늘어나거나 납작해진 강한 변형을 보였다. 반면 몰리브덴-86은 변형이 훨씬 적었다. 중성자 단 2개의 차이로 원자핵의 모양과 구조가 크게 달라지는 뚜렷한 대비가 드러난 것이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여러 핵 형태를 가정한 이론 계산과 비교했으며, 몰리브덴-84의 강한 변형은 여러 핵자가 높은 껍질을 차지하는 역전 현상이 일어날 때만 재현됨을 확인했다. 즉 몰리브덴-84는 반전의 섬의 특성과 정확히 부합하는 구조를 갖는 것이다.

특히 몰리브덴-84는 양성자와 중성자 수가 같은 대칭 핵(N=Z)이다. 대칭 핵에서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거의 구분되지 않고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여러 핵자가 한꺼번에 높은 껍질로 이동하는 집단적 껍질 들뜸이 나타나기 유리하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집단적 들뜸이 실제로 강한 변형과 구조 반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확히 확인함으로써, 대칭 핵에서도 반전의 섬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또 연구팀은 이번에 확인된 구조 반전이 원자핵을 구성하는 핵력 중 하나인 ‘삼핵자 힘’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밝혔다. 삼핵자 힘은 세 개의 핵자가 동시에 존재할 때 나타나는 추가 상호작용으로, 두 핵자 간 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미세한 구조 차이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하정수 YSF는 “이번 연구는 대칭 핵에서도 반전의 섬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 첫 사례로, 원자핵 구조 변화에 대한 기존 이론을 확장하는 중요한 발견”이라며 “희귀동위원소의 구조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새로운 핵모델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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