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연, 차세대 CRISPR 진단기술 개발
생명연, 차세대 CRISPR 진단기술 개발
  • 이성현 기자
  • 승인 2025.12.11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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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연 강태준 박사 연구팀 실험 모습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바이오나노연구센터 강태준 박사 연구팀이 우의전·박광현 박사팀과 바이러스 유전자를 증폭하는 복잡한 과정 없이도 극미량의 바이러스 RNA를 바로 찾아낼 수 있는 새로운 CRISPR 진단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기술은 기존 PCR 진단의 한계를 뛰어넘어, 더 빠르고 간편하면서도 정확한 감염병 진단을 가능하게 하는 차세대 플랫폼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금까지 널리 사용된 PCR 방식은 바이러스 유전자를 여러 번 복사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 장비와 숙련된 인력 그리고 긴 검사 시간이 필요했다. 감염병이 급속히 확산될 때 이 같은 절차가 현장에서 신속한 진단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주목받는 새로운 CRISPR 효소인 ‘Cas12a2’에 집중했다 이 효소가 바이러스를 어떻게 인식하고 반응하는지를 하나씩 밝히면서 가장 잘 작동하는 조건을 찾아냈다.

이 기반 연구를 바탕으로 결국 유전자를 증폭하지 않아도 극미량의 바이러스 RNA를 직접 감지할 수 있는 새로운 진단 기술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Cas12a2의 가장 큰 장점은 더 정확하고 더 적은 양의 바이러스도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효소는 바이러스 RNA가 맞는지 두 번에 걸쳐 확인하는 방식으로 작동해 엉뚱한 신호에 속을 가능성을 크게 줄인다.

또 목표를 찾으면 주변 분자를 빠르게 여러 번 자르는 성질이 있어 아주 약한 신호도 포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연구팀은 이 기술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얼마나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바이러스 유전체를 분석해 바이러스를 인식하는 11가지 도구(crRNA)를 만들었다.

여러 조합을 시험한 결과 서로 다른 네 가지를 함께 사용할 때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하나만 사용할 때보다 네 가지를 동시에 쓰면 바이러스를 찾는 정확도와 민감도가 크게 높아진 것이다.

기존보다 최대 1000배 더 적은 양의 바이러스도 검출할 수 있었으며 실제로 1 fM(펨토몰, 1천조 분의 1몰 수준의 극미량) 수준까지 탐지가 가능했다.

극미량의 바이러스까지 찾아낼 수 있는 성능이 확인된 뒤엔 이러한 기술이 실제 감염 상황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검증이 이어졌다.

먼저 다양한 코로나19 변이를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알파·델타·오미크론 등 26종의 변이를 모두 정확히 검출했으며 감기를 일으키는 일반 코로나바이러스·독감·MERS 등 다른 바이러스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아 목표 바이러스만 골라내는 높은 선택성이 확인됐다.

실제 병원에서 확보한 245건의 환자 검체를 분석한 결과 PCR 검사와 민감도·특이도 100% 일치하는 정확도를 보였고, 40건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도 모든 시료를 정확히 판별해 임상 현장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기술임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강태준 박사는 “유전자 증폭 없이도 바이러스 RNA를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기술의 의미가 크다”라며 “이를 기반으로 독감·RSV·항생제 내성균 등 다양한 감염병 진단으로 기술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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