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레이스
끝나지 않을 레이스
  • 글 사진 송주홍
  • 승인 2013.11.01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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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가 만난 사람_김상열 대전대 교수

그를 칭하는 표현은 다양하다. 대전대학교 국어국문창작학부 교수 겸 방송공연예술학과 학과장, 대전대학교 목요문화마당 문화예술감독, 연극연출가 겸 극작가, 대전 대학연극페스티벌 공동조직위원장 등등. 지천명. 우리 나이로 이제 50이 된 그는 여전히 새로운 걸 도전하고 실험하고 기획한다. 김상열(50) 교수의 숨 가쁜 레이스. 그 레이스에 동행해보았다.

▲ 김상열 교수
목요문화마당 문화예술감독 -예술의 일상적 노출
김상열 교수를 칭하는 수식어를 보면 핵심축이 하나 있다. 바로 연극이다. “고등학교 다닐 때 소극장과 실험극장이 학교 바로 앞에 있었어요. 특별히 관심이 있었다기보다는 눈에 띄니까 궁금해서 갔던 거죠. 그때 유명한 작품을 많이 봤어요.”

대학 때도 마찬가지였다. 마침 대학이 대학로와 가까웠다. 그렇게 연극은 늘 김상열 교수 주변에 있었다. 마음먹고 봤던 게 아니라 일상적으로 예술에 노출되었던 거다.

그 토대에서 김상열 교수는 연출가 겸 작가로 성장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활동을 이어갔다. 대학 졸업 후에는 대학로에서 극단을 창단하고 소극장 문을 열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 ‘연극쟁이’로 활동했다.

1999년. 대전대학교 교수로 오며 김상열 교수가 느낀 대학 문화는 참담했다. 자신이 경험한 학창시절과 너무 달랐다.

“비단 우리 학교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대학에서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는 축제가 유일하더라고요. 근데 축제라는 것도 유명 연예인 데려와서 20~30분 보는 게 전부인데, ‘이건 아니다.’ 싶었죠.”

그러한 고민 끝에 2005년, 대학 지원금을 받아 ‘목요문화마당’ 첫 공연을 올렸다. 한 학기에 6번, 1년에 12번.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격주 목요일 오후 6시면 무대를 열었다.

이를 위해 김상열 교수는 매주 주말마다 서울을 오가며 공연을 보고 예술가를 찾아다니며 섭외했다. 클래식, 연극, 팝, 락, 뮤지컬, 재즈 등 장르불문 학생들이 평소 즐길 수 없던 공연을 두루두루 선보였다. 자신이 경험한 예술의 일상적 노출. 김상열 교수는 그 힘을 믿었는지도 모른다.

“전문적 지식은 5년이면 없어져요. 근데 문화적 마인드는 달라요. 이건 창조성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어느 분야에서든 창조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거든요.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문화예술 공연을 즐기고, 이러한 문화적 소양과 식견을 토대로 사회에서 활동하길 바라는 거예요.”

연극연출가 겸 극작가 -다양한 연극적 실험
“제가 체질적으로 실험적인 연극을 좋아해요. 그래서 다양한 연극적 실험을 선보이고, 사람들과 부딪혀보고 싶은 거예요. 제가 만약 연극 연출을 그만둔다면 제 머릿속에 상상력이 고갈되었다고 느껴질 때일 거예요. 그때가 되면 미련 없이 연극 현장을 떠날 거 같아요.”

연극연출가 겸 극작가. 김상열 교수를 표현하는 또 다른 수식어다. 무대는 대학로에서 대전으로 옮겨왔지만, 여전히 작품을 쓰고 무대에 올린다. <소풍가다 잠들다>라는 작품은 전국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도 궁금했다. 도대체 학생은 언제 가르치고, 목요문화마당은 언제 기획하고, 또 언제 짬을 내서 작품 쓰는지.

“일단 한 소재에 관해 2~3년 고민하는 거 같아요. 그 기간 동안 여러 매체를 통해 자료를 모으죠. 그러다가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나면 작품으로 옮겨요. 짧은 기간 안에 작품을 쓰는 스타일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죠. 요즘도 매일 새벽에 작품 쓰고 있어요.”

대학연극페스티벌 공동위원장 -산학을 잇는 중재자
지난 8월 제1회 대전 대학연극페스티벌이 열렸다. 김상열 교수와 아신아트컴퍼니 이인복 대표가 공동 기획했다. 건양대, 대덕대, 대전대, 목원대 공연 관력학과 학생들이 함께 했다. 대학별로 창작극을 올렸고, 이를 계기로 참여 학생들 간, 학생과 대전 연극계 간에 활발한 교류가 이뤄졌다. 또 대전시민들에게는 대전 공연 관련학과 학생들의 역량을 선보였다.

“연극뿐 아니라 대전 문화예술판에 젊은 피가 없어요. 관련 학과도 많고, 공연장, 소극장 등 인프라 구축도 잘 되어있는데, 학생들은 졸업하고 서울로 떠나요. 학교와 예술판을 중재할 인적 자원과 기회가 없기 때문이에요. 산학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거죠. 대전 대학연극페스티벌은 그런 의미에서 첫 시작이었지만 나름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올해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대전 대학연극페스티벌을 이어가야겠죠.”

인생을 흔히 마라톤에 비유한다. 거기에 맞춰보자면 그의 나이는 결승점을 앞둔 시점인지도 모른다. 근데도 그는 여전히 100m 달리기 하듯 전력 질주한다.

“제가 보통 하루에 4시간만 자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는데, 그래도 시간이 모자라요. 하루가 28시간이라면 조금 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텐데……. 아쉽죠.”

학자로서, 창작자로서, 또 기획자로서 전방위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던 건, 그저 쉽게 넘나들 수 있는 예술영역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김상열 교수. 그 열정의 끝은 도대체 어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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