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러도 괜찮아, 내 목소리로 피워낸 풀꽃 한 송이
서툴러도 괜찮아, 내 목소리로 피워낸 풀꽃 한 송이
  • 최형순 기자
  • 승인 2026.03.16 2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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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누리별장애인종합복지관, 시낭송 프로그램 ‘누들시’로 전하는 울림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말로는 다 담아내지 못했던 마음의 조각들이 시(詩)가 되어 따뜻한 봄바람을 타고 흘러나왔다.

시낭송 프로그램 ‘누리별이 들려주는 시 – 누들시’

천안시누리별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김경준)은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성인발달장애인의 자기표현 향상을 위한 시낭송 프로그램 ‘누리별이 들려주는 시 – 누들시’(이하 누들시)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3월 16일 진행된 2회기 수업의 풍경은 유독 특별했다. 변규리시낭송아카데미의 변규리 원장과 최형순 시낭송지도사의 섬세한 지도 아래, 6명의 참여자는 시낭송의 기초인 발성법을 익혔다.

평소 타인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조심스럽고 서툴렀던 참여자들은, 이날만큼은 깊은 호흡 끝에 자신의 목소리를 조심스레 세상 밖으로 내어놓았다.

특히 이날의 주인공은 나태주 시인의 국민 시 ‘풀꽃’이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참여자들은 이 짧은 문장을 한 글자 한 글자 꼭꼭 눌러 읽으며 시의 의미를 되새겼다. 서로의 낭송을 귀 기울여 들어주고, 서툰 발음 사이로 배어 나오는 진심에 박수를 보내는 동안 강의실은 단순한 배움의 장을 넘어 서로의 존재를 긍정하는 따스한 치유의 공간이 되었다.

변규리 원장, 수강생들과 함께

‘누들시’ 프로그램은 오는 11월까지 총 33회기에 걸쳐 이어진다. 언어적 표현의 벽에 부딪혀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던 성인발달장애인들이 시라는 징검다리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당당히 드러내는 법을 배우게 된다.

김경준 관장은 “시낭송은 단순히 글자를 소리 내어 읽는 것이 아니라, 잠들어 있던 내면의 자신감을 깨우는 과정”이라며, “참여자들이 시의 운율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향후 이들은 정기적인 연습뿐만 아니라 외부 문화 활동을 통해 감수성을 넓히고, 연말에는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뽐내는 발표회를 통해 지역사회와 직접 소통할 예정이다.

누리별(세상의 별)이라는 이름처럼, 비록 속도는 조금 느릴지라도 저마다의 빛깔로 시를 읊어갈 참여자들. 이들의 목소리가 천안 지역사회에 어떤 잔잔하고도 깊은 울림을 선사할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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