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빛으로 암세포 공격 스위치 켜는 ‘스마트 면역세포’ 개발
 KAIST, 빛으로 암세포 공격 스위치 켜는 ‘스마트 면역세포’ 개발
  • 이성현 기자
  • 승인 2026.05.27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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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3. 빛 특이적 외부 항원 인식 항체 플랫폼(Extrabody)
빛 특이적 외부 항원 인식 항체 플랫폼(Extrabody)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기존 면역 세포치료제의 고질적 한계로 지적돼 온 정상 세포 오인 공격 등의 치명적인 부작용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빛으로 조절하는 스위치형 면역세포’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과학과 허원도 석좌교수 연구팀이 빛과 화학 자극을 이용해 세포 외부의 항원 인식 능력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차세대 항체 플랫폼 ‘엑스트라바디(Extrabody)’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기존의 대표적인 면역세포치료 기술인 CAR-T(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는 환자의 면역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해 암세포를 찾아 파괴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일단 체내에 주입되면 세포막 표면의 항체 시스템이 상시 활성화돼 있어 암세포뿐만 아니라 유사한 항원을 가진 정상 세포까지 무차별적으로 손상시키는 부작용 위험이 임상 적용의 거대한 걸림돌이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체 자체를 두 조각으로 분리한 뒤 외부 자극이 주입될 때만 다시 결합하도록 설계하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세포에서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항원에 지속 결합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연구자가 원하는 순간에 빛을 비추거나 특정 화학물질을 투여해야만 쪼개져 있던 항체 조각들이 재조립되면서 표적 암세포를 인식하도록 스위치를 단 것이다.

연구팀은 빛과 화학물질에 각각 반응하는 수용체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제 암세포 표면에 과발현되는 주요 표적인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과 HER2(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 단백질에 적용해 성능을 입증했다.

그 결과 자극이 없을 때는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다가 특정 빛 자극이 주어지는 순간에만 세포끼리 접촉하고 항원을 전달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관찰됐다.

특히 연구팀은 이 플랫폼을 합성수용체(synNotch)와 CAR 시스템에 결합해 ‘이중 잠금장치(Double-gating)’를 완성해 냈다. 암세포 항원의 존재와 외부의 빛 자극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될 때만 T세포 내부의 유전자 발현 및 사이토카인 분비 등 면역 신호가 켜지는 메커니즘이다.

실제 T세포 실험에서 연구팀은 빛 자극이 조사된 영역의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해 사멸시키는 데 성공했다.

연구 과정에서 가장 큰 난관은 분리된 항체 조각들의 구조적 불안정성이었다. 쪼개진 단백질들은 세포 밖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유실되기 쉬워, 이를 세포막 표면에 안정적으로 노출(발현)시키는 기술이 전체 실험의 성패를 쥐고 있었다.

연구팀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내향성 칼륨 통로(Kir2.1) 단백질에서 유래한 ‘소포체 방출 및 골지체 통과 신호 서열’을 합성체에 도입함으로써 항체 조각을 세포 외부에 엄청난 효율로 정착시키는 기술적 한계를 돌파했다.

이 플랫폼은 특정 항원이나 항체 형태에 얽매이지 않고 목적에 따라 다양한 항체 조각들을 찌개 블록처럼 갈아 끼울 수 있는 ‘모듈형’으로 개발돼 확장성이 무궁무진하다.

허원도 석좌교수는 “이번 성과는 세포의 인지 영역 자체를 인간의 의도대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사례”라며 “향후 마우스 등 실제 동물 모델 암 조직에 엑스트라바디 CAR-T 시스템을 투여하고 밖에서 빛을 쬐어 종양을 완벽히 제거하는 전임상 연구를 본격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기술은 암 치료뿐 아니라 세포가 다른 세포의 막 성분을 뜯어가는 트로고사이토시스 등 베일에 싸인 세포 간 상호작용 규명을 위한 기초과학 연구 도구로도 혁신적인 가치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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