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연, 대장암 항암제 내성 극복 치료 단서 찾았다
생명연, 대장암 항암제 내성 극복 치료 단서 찾았다
  • 이성현 기자
  • 승인 2026.06.0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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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항암제(5-FU) 내성 원인 규명과 새로운 극복 전략 모식도
대장암 항암제(5-FU) 내성 원인 규명과 새로운 극복 전략 모식도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대장암 치료에 널리 쓰이지만 반복 투여 시 암세포의 저항성으로 한계에 부딪혔던 기존 항암제의 약효를 되살릴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 조현수 박사 연구팀이 경북대학교 허근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대장암 세포가 항암제 '5-FU'(5-플루오로우라실)에 내성을 갖게 되는 핵심 원인이 단백질 ‘EHMT2’(후성유전 효소)의 과발현에 있음을 규명했다고 4일 밝혔다.

대장암 치료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항암제 중 하나인 ‘5-FU’는 뛰어난 효과에도 불구하고 치료가 반복될수록 암세포가 약물에 적응해 약효가 떨어지는 내성 문제가 고질적인 한계로 지적돼 왔다.

그동안 약물 수송체 과발현이나 해독 효소 활성화 등이 원인으로 제시되기도 했으나 암세포가 약물을 견뎌내는 근본적인 유전자 조절 기전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5-FU를 반복 투여해 생존한 내성 대장암 세포를 일반 암세포와 정밀 비교 분석한 결과 내성 암세포에서 특정 유전자 작동을 조절하는 히스톤 메틸전달효소인 EHMT2의 활성이 크게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실제 대장암 환자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EHMT2 활성이 높은 환자일수록 5-FU 치료 효과가 낮고 생존율 또한 떨어지는 경향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EHMT2가 PPM1B 유전자 프로모터에 H3K9 이중메틸화 표지를 형성해 PPM1B 발현을 직접 억제함으로써 내성을 유도한다는 새로운 에피제네틱(후성유전학적) 기전을 최초로 밝혀냈다.

이 기전을 바탕으로 EHMT2의 기능을 억제하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5-FU를 견뎌내던 내성 암세포들이 저항성을 잃고 다시 사멸하기 시작했으며 세포 증식도 크게 감소했다.

반대로 일반 암세포에서 EHMT2를 인위적으로 증가시키자 항암제 저항성이 유도돼 해당 단백질이 내성의 핵심 요인임을 재확인했다.

나아가 실제 환자 환경에서의 임상 전환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미니 장기)와 동물 모델을 활용해 추가 실험을 진행한 결과 5-FU와 EHMT2 억제제를 병용 투여한 결과, 기존 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던 내성 대장암의 성장이 뚜렷하게 감소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번 연구 성과는 새로운 항암제를 개발하지 않더라도 기존 항암제에 대한 암세포의 내성을 낮춰 치료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무적 가치가 매우 높다.

EHMT2 발현 수준을 분석해 5-FU 치료 반응성을 사전에 예측하는 '바이오마커'로 빠르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대장암뿐만 아니라 위암, 췌장암, 유방암 등 5-FU 기반 치료법을 사용하는 다양한 암종의 내성 극복 전략으로도 확장이 가능하다.

조현수 박사는 “암세포가 항암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후성유전체 조절 단백질 EHMT2가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한 것에 의의가 있다”며 “대규모 환자 코호트 검증과 안전성 확립을 위한 임상 연구를 거쳐 정밀의료 기반의 새로운 치료 접근법을 실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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