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차세대 전도성 물질 개발
KAIST, 차세대 전도성 물질 개발
  • 이성현 기자
  • 승인 2026.06.08 1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트립티센 고유의 기하 구조 활용 벌크구조에서도 유지되는 전자구조
트립티센 고유의 기하 구조 활용 벌크구조에서도 유지되는 전자구조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여러 겹으로 적층해도 단일층 수준의 우수한 전자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새로운 전도성 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는 화학과 박선아 교수 연구팀이 미국 오리건대학교와 높은 전기전도도를 유지하면서도 층간 간섭을 사실상 제거한 새로운 2차원 전도성 금속-유기 골격체(MOF)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기존의 2차원 전도성 MOF들은 겹겹이 쌓이는 과정에서 면과 면이 맞닿는 층간 상호작용으로 인해 전자 구조가 변하고 성능이 약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층과 층이 서로 직접 간섭하지 않도록 분자의 '각도'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전략을 세웠다.

여러 장의 카드를 완전히 포개지 않고 살짝 비틀어 쌓으면 서로 달라붙지 않는 것처럼 여러 층이 쌓여도 각 층이 일정한 각도로 배열되도록 트립티센(Triptycene) 기반의 분자를 새롭게 설계·합성했다.

그 결과 층간 전자적 결합이 효과적으로 차단되어 전자가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물질인 Ni₃(HITrip)₂는 여러 층이 쌓인 벌크(Bulk) 상태에서도 단일층과 유사한 전자 구조를 유지했다.

특히 전자가 장애물 없이 고속도로를 달리듯 이동할 수 있는 특수한 전자 구조를 그대로 보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는 단일층에서만 구현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던 독특한 물리적 특성을 실제 여러 층이 쌓인 벌크 소재에서도 유지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최초의 사례 중 하나다.

이 소재는 별도의 도핑(불순물을 첨가해 전기적 특성을 높이는 공정)을 거치지 않고도 0.58 S/cm의 높은 전기전도도를 나타내 우수한 전기적 성능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계산화학적 시뮬레이션과 분광 분석을 통해 소재 내부에서 분자와 금속 원자가 서로 협력해 전자의 안정적인 이동을 돕는 구체적인 원리까지 명확히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금속과 리간드 사이의 강한 결합력 때문에 고결정성 구조체를 얻기 힘든 2차원 전도성 MOF의 합성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연구팀은 최적의 합성 조건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연구를 지속한 끝에 높은 결정성과 높은 전기전도성을 동시에 갖춘 시료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된 구조 설계 전략은 차세대 전자소자, 고성능 센서, 에너지 저장 장치뿐만 아니라 카고메 격자 기반의 저차원 양자물질 연구에도 폭넓게 적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층간 상호작용이 억제된 구조적 특성 덕분에 기존 소재보다 단일층이나 수층 수준으로 박리하기가 훨씬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박선아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에 단일층에서만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2차원 전자 구조를 벌크 물질에서도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첫 설계 원리 제시”라며 “층간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제어함으로써 향후 다양한 양자 물성과 전자 특성을 실제 소재에서 구현하는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충청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