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방사성 오염물질 골라 잡는 ‘비대칭 맥신’ 원료 세계 최초 수준 합성
KAIST, 방사성 오염물질 골라 잡는 ‘비대칭 맥신’ 원료 세계 최초 수준 합성
  • 이성현 기자
  • 승인 2026.06.11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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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된 비대칭 세라믹 구조의 실험적 관찰 결과
합성된 비대칭 세라믹 구조의 실험적 관찰 결과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양면의 원자 구성이 서로 다른 차세대 나노소재, 이른바 ‘두 얼굴’을 가진 '비대칭 맥신'을 실제로 제작할 수 있는 길이 세계 최초로 열렸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원자력및양자공학과 류호진 교수 연구팀이 차세대 기능성 나노소재인 비대칭 맥신 제작에 필수적인 ‘비대칭 층상 세라믹(MAX상)’을 실험적으로 합성하는 데 세계 최초 수준으로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맥신(MXene)은 전기가 매우 잘 통하고 표면 반응성이 극도로 뛰어난 2차원 나노소재다.

배터리 등 에너지 저장장치, 고성능 센서, 반도체 등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를 이끌 차세대 물질로 각광받고 있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모든 맥신은 위아래 면의 원자 구성이 똑같은 대칭 구조를 띠고 있었다.

반면 양면의 원자 조성이 서로 다른 ‘비대칭 맥신’은 각 면이 서로 다른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어 학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 구조적 비대칭성은 결정 내부에 영구적인 전기적 불균형을 만들어내며 기존 대칭 소재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압도적인 성능과 새로운 물리적 현상을 발현시킨다. 특히 원전 방사성 폐기물 속 세슘 등의 핵종을 안전하게 걸러내는 흡착 필터나 유전·자기 손실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전자파 차폐재로의 진화 가능성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돼 왔다.

그러나 기존 맥신 연구팀이 시도했던 ‘대칭 맥신을 만든 후 한쪽 면에만 화학 작용기를 붙이는 방식’은 외부 처리에 의존해 기능기가 쉽게 탈락하거나 균일하지 못했고 내재적인 비대칭을 만들기 어려웠다.

근본적으로 원자 배열 자체가 비대칭인 맥신을 만들어야 했지만 이를 제작하기 위한 출발점인 ‘비대칭 층상 세라믹’(원료물질) 자체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아 실제 구현은 불가능에 가까운 난제로 남아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고전 결정학의 대칭 규칙을 정면으로 우회하는 역발상을 시도했다. 여러 원소를 황금비율로 섞어 완전히 새로운 특성을 창출하는 ‘고엔트로피’ 재료 설계 전략을 도입한 것이다.

연구팀은 티타늄(Ti), 지르코늄(Zr), 하프늄(Hf), 탄탈륨(Ta), 알루미늄(Al), 주석(Sn) 등 원자 크기가 제각각인 6개의 원소를 동시에 혼합했다.

그 결과 원자들의 미세한 크기 차이와 에너지적 상호작용에 의해 바깥쪽 금속 원자층의 조성이 위아래 서로 다르게 배열되는 안정적인 ‘비대칭 층상 세라믹(전구체)’이 자발적으로 형성된다는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구조적 틀은 유지하되 그 내부를 채우는 금속 원소 자체가 처음부터 비대칭으로 정렬된 신물질을 최초로 합성해 낸 것이다.

실제 실험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원자 배열의 비대칭 조성을 완벽히 입증하는 것은 가장 큰 도전이었다.

연구팀은 X선 회절 분석을 비롯해 원자 단위까지 들여다보는 원자 분해능 투과전자현미경(STEM), 에너지분산분광법(EDS), 역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및 제1원리 계산(DFT) 등 첨단 분석 기법을 총동원했다.

그 결과 대칭 구조에서 반드시 나타나야 하는 특정 회절 피크가 이번 합성물에서 깨끗이 사라졌음을 최종 확인하며 비대칭 격자 구조를 완벽하게 증명해 냈다.

연구팀은 비대칭 층상 세라믹 및 이를 활용한 비대칭 맥신 제조 기술에 대해 이미 한국, 미국, 일본에 특허 출원을 완료한 상태다.

현재 원료인 비대칭 층상 세라믹을 합성하는 베이스캠프는 정복했으나 실용화에 이르기 위해 해결해야 할 후속 과제도 남아있다.

이 원료에서 원하는 원자층만 선택적으로 깎아내어 비대칭 맥신 단일층으로 분리하는 전용 ‘식각(에칭) 공정’의 확립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기존 불산(HF) 기반 공정이나 고온 용융염 공정을 정밀하게 튜닝해 주석(Sn) 등 잔여 원소를 완벽히 제거하는 전용 공정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류호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 결정학의 상식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비대칭 원자 구조를 고엔트로피 설계를 통해 자발적으로 유도해 낸 독창적인 사례”라며 “당장의 응용을 넘어 기존 소재 공학이 허용하지 않던 새로운 구조적 신소재를 탐색할 수 있는 거대한 플랫폼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전용 식각 공정이 완성되면 원자력 발전소의 골칫거리인 세슘 등 방사성 핵종을 선택적으로 걸러내는 필터 개발을 시작으로, 차세대 전자파 차폐·흡수재, 에너지 하베스팅 등 안전·환경 및 첨단 전자기기 분야의 핵심 원천기술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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