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현대 물리학의 최대 난제 중 하나인 ‘일반상대성이론(중력)과 양자역학의 통합’을 규명하는 기초과학 연구로 2년 연속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상을 거머쥐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물리학과 서선옥 교수의 공동연구 논문이 국제기초과학학회(ICBS)가 수여하는 ‘2026 프런티어 과학상(Frontiers of Science Award)’ 수상 논문으로 최종 선정됐다고 12일 밝혔다.
서 교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양자장론 및 양자중력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ICBS가 2023년부터 제정해 수여하고 있는 ‘프런티어 과학상’은 전 세계 전문가들의 엄격한 추천과 국제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는 최고 권위의 상이다.
수학·물리·정보과학 분야에서 최근 10년 이내에 발표된 연구 논문 중 전 세계 학문적 독창성과 파급력이 가장 뛰어난 최상위 성과에만 수여된다.
올해 시상식은 오는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ICBS 연례 행사 기간 중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수상의 영예를 안은 서 교수의 논문은 2017년 발표된 것으로 양자컴퓨터의 기초를 다진 천재 물리학자 알렉세이 키타예프(Alexei Kitaev)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Caltech) 교수와 함께 진행한 공동연구다. 논문은 발표 이후 관련 학계에서 가장 널리 인용되는 대표적인 이정표 논문으로 자리 잡았다.
서 교수 연구팀은 해당 연구에서 수많은 마요라나 페르미온(입자와 반입자의 성질이 같은 특수 양자 입자)이 무작위적이면서도 강력하게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인 ‘SYK(Sachdev-Ye-Kitaev) 모델’에 주목했다.
이 모델은 무수히 많은 입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다체계임에도 불구하고 수학적으로 극도로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다는 독보적인 장점이 있다. 특히 복잡한 양자계에서 나타나는 혼돈 현상(양자 카오스)의 특성이 실제 ‘블랙홀’의 성질과 완벽하게 유사하여 블랙홀의 미시 구조를 이해하는 핵심 도구로 여겨진다.
서 교수와 키타예프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SYK 모델의 저에너지 영역을 지배하는 양자역학적 자유도가 2차원의 특정한 중력 이론 경계에서 일어나는 동역학과 완벽하게 일치(이중성)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기존 학계가 예측했던 단순 대응 관계를 넘어 명확한 미시 모델 사이의 관계식을 전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차수까지 완벽하게 도출하고 구체화하는 데 성공했으며 블랙홀 내부에서 우주의 정보가 어떻게 저장되고 소멸하는지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한 차원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ICBS 측은 공식 선정 통지문을 통해 “서 교수의 연구는 우주의 기본 입자와 힘의 구조를 탐구하는 형식적 양자장론 분야에 탁월한 기여를 했다”며 “인류 지식의 전선을 확장하려는 연구자의 위대한 헌신은 전 세계 과학계에 깊은 영감을 주고 있다”고 극찬을 쏟아냈다.
이번 연구는 당장 눈앞의 상업적 이익을 쫓는 응용 연구가 아닌 우주 만물의 근본 법칙을 파헤치는 순수 기초과학 연구다. 그러나 SYK 모델이 지닌 정확한 풀이 구조와 카오스 동역학에 대한 물리적 통찰은 미래 산업의 핵심인 양자 정보 처리, 양자 시뮬레이션, 그리고 양자 컴퓨팅 분야의 하드웨어 및 알고리즘을 평가하는 핵심 벤치마크 표준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학계와 산업계의 장기적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서선옥 교수는 “이번 수상 논문은 특정 양자 다체계와 중력 이론이 미시적 수준에서 어떻게 정교하게 대응되는지 그 연결고리를 확립하는 작업이었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후속 연구는 이러한 이중성 단계를 넘어, ‘중력’이라는 거시적 현상이 사실은 양자 시스템 내부에서 시험 입자가 주변 환경과 치열하게 정보를 주고받을 때 발현되는 직접적인 물리 현상 그 자체임을 밝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