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과 이재범 교수팀, 양자역학 계산화학 기반 고안정성 3D 프린팅 잉크 규명
[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충남대학교 연구진이 친환경 신소재와 웨어러블 기기 배터리 분야에서 성과를 내며 국제학술지에서 주목을 받았다.
16일 충남대에 따르면 공과대학 유기재료공학과 구준모 교수 연구팀은 한국화학연구원 신기영·전현열 박사팀과 유리처럼 투명하면서도 완벽하게 재활용이 가능하고 자연 상태에서 단 6주 만에 생분해되는 친환경 열경화성 고분자 신소재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화학공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ACS Sustainable Chemistry & Engineering’에 게재됐다.
현재 전 세계 플라스틱 연간 생산량은 3억8000만 톤을 넘어섰으며 2040년에는 8억 톤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우수한 내열성과 강도로 산업계에 널리 쓰이는 ‘열경화성 고분자’는 한 번 굳으면 화학 구조상 재가공과 재활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대부분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등 심각한 환경 문제를 야기해 왔다.
연구팀은 감귤류 등 자연계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천연 유기산인 ‘구연산(Citric Acid)’의 다관능성 카르복실기 구조에 주목했다. 이 구연산의 화학적 특성을 활용해 3차원 가교 그물망을 형성하는 새로운 열경화성 고분자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개발한 신소재는 빛 투과율이 매우 우수해 유리처럼 투명할 뿐만 아니라, 수증기와 산소를 차단하는 능력이 실제 유리에 필적하는 고성능을 나타냈으며 극심한 자외선 노출과 급격한 온도 변화가 반복되는 가혹한 내후성 평가에서도 미세 균열(갈라짐)이나 황변(변색) 현상 없이 초기 형태와 강도를 그대로 유지했다.
또 폐기 시 단순 매립만으로도 6주(42일) 만에 자연 환경에서 완전히 생분해돼 자연으로 돌아가며, 필요 시 화학적 재활용 공정을 거쳐 원료 상태로 회수해 재사용할 수 있다.
구준모 교수는 “한 번 쓰면 버려야 했던 기존 열경화성 플라스틱의 한계를 극복하고 환경 보존과 고기능성을 모두 잡은 혁신 소재”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친환경 패키징 및 고성능 디스플레이 필름 등 다양한 산업적 상용화 단계로 연결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자연과학대학 화학과 이재범 교수 연구팀은 제주대학교 김상재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인공지능 및 헬스케어 웨어러블 기기에 자유롭게 내장할 수 있는 유연하고 튼튼한 ‘3D 프린팅 전도성 잉크 기반 초소형 에너지 저장장치’ 원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해당 성과는 재료공학 분야 세계 최상위급 저널인 ‘Composites Part B: Engineering’에 게재됐다.
최근 몸에 붙이는 헬스케어 패치나 스마트 워치 등 유연하고 얇은 웨어러블 전자기기가 급증하면서 기기의 곡면 형태에 맞춰 자유롭게 형상을 찍어낼 수 있는 '3D 프린팅 배터리 제조 기술'이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미세 노즐로 원활히 인쇄되면서도 전도성과 물리적 안정성이 뛰어난 전도성 복합 잉크 개발이 필수 난제로 꼽혔다.
연구팀은 높은 전기전도성을 지닌 2차원 나노 신소재 ‘맥신(MXene)’과 우수한 전하 저장 능력을 가진 전도성 고분자 ‘폴리아닐린(PANI)’을 완벽하게 결합한 복합 잉크를 개발했다.
특히 유해 유기용매 대신 ‘물 기반(Water-based) 친환경 조성 방식’을 새롭게 도입해,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해 쉽게 산화되고 부스러지던 맥신 소재의 고질적인 화학적 불안정성을 원천 해결했다.
연구팀은 물리적 실험 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양자역학 기반의 분자 계산화학 이론을 전격 접목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폴리아닐린과 맥신이 원자 수준에서 어떻게 결합하는지, 또 전자와 이온이 어떤 경로로 빠르게 이동하는지 규명함으로써 초고성능 잉크가 작동하는 나노 단위의 근본 원리를 증명해 냈다.
이 복합 전도성 잉크로 제작된 3D 프린팅 초소형 슈퍼커패시터(에너지 저장장치)는 무려 5000회에 달하는 극한의 반복 충·방전 시험을 거친 후에도 초기 배터리 성능의 91.3%를 유지하는 압도적인 내구성을 보였다.
이는 향후 인체 밀착형 자가발전 센서나 패치형 헬스케어 디바이스의 수명을 비약적으로 늘릴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이재범 교수는 “나노 실험과 최첨단 계산화학 시뮬레이션을 융합해 복합 소재 내부의 전하 이동 프로세스를 원자 수준에서 명확히 밝혀낸 데 큰 학술적 의의가 있다”며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다양한 유연 에너지 소자 설계 전략을 정립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