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안압도 정상이고 불편한 것도 없는데 이제 안약을 끊어도 되지 않을까요?”
녹내장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다. 안약을 사용한 뒤 안압이 정상으로 유지되고, 특별한 불편도 없다 보니 치료를 계속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특히 매일 빠짐없이 안약을 넣는 일이 번거롭게 느껴지거나, ‘평생 사용해야 한다’는 말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도 적지 않다.
이 질문에는 녹내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숨어 있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시야가 점차 좁아지는 만성질환이다. 문제는 병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녹내장이 어느 정도 진행되기 전까지는 시야 손상을 알아차리기 어렵고, 일상생활에서도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은 비가역적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녹내장 치료의 목표는 손상된 시신경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손상을 최대한 늦춰 남아 있는 시신경의 기능을 오래 지키는 데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치료가 바로 안압을 낮추는 것이다. 안압은 녹내장 발생과 진행의 위험인자이며, 여러 대규모 연구를 통해 안압을 충분히 낮추면 녹내장 진행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 부분에서 환자들이 가장 흔히 갖는 의구심은 ‘안압이 정상인데 왜 계속 안약을 넣어야 하는지’다. 녹내장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정상 범위의 안압이 아니라 녹내장 진행을 늦추고 시신경을 보호할 수 있는 ‘목표 안압’을 유지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정상 범위의 안압에서 녹내장이 발생하는 ‘정상안압 녹내장’이 흔하기 때문에, 현재 안압이 정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치료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
녹내장 안약은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약을 자주 빠뜨리거나 임의로 횟수를 줄이면 실제 안압 상태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려워질 수 있으며, 그 결과 약제를 추가하거나 변경하는 등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두 번 잊었다고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반복적으로 누락된다면 알람을 설정하거나 식사, 취침과 같은 일상 습관에 점안을 연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물론 안약을 오래 사용하다 보면 충혈이나 이물감, 눈 주위 색소침착, 속눈썹 변화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스스로 약을 끊기보다는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작용 기전이 다른 다양한 녹내장 안약이 개발돼 있어 환자의 상태와 생활습관, 전신질환 등을 고려해 치료를 조정할 수 있다.
녹내장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지만, 반드시 실명으로 이어지는 병은 아니다.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안압을 꾸준히 유지한다면 대부분의 환자는 평생 일상생활에 필요한 시력을 유지할 수 있다. 안압이 정상이라고, 증상이 없다고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기보다는 담당 안과 전문의와 함께 꾸준히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소중한 시력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