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은 뉴욕, 세종은 워싱턴… 세종 단일 도시 아닌 '행정 수도권' 관점 전환
- 헌재 위헌 논리 극복과 '이원적 수도' 법적 확립 방안 논의
[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2004년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 이후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수도권 초집중 현상 심화와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행정수도 특별법’을 연내 제정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분출했다.
지난 22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행정수도 특별법 연내 제정 토론회’에서는 행정수도 세종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확립하고, 국가 운영 체계의 일대 혁신을 이루기 위한 각계 인사의 생생한 워딩과 구체적인 입법 당위성이 다각도로 제시됐다.
강준현·김종민·황운하 국회의원실과 세종시청, 행정수도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정치권과 지자체장, 학계 전문가, 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해 대강당을 가득 채웠다.
현장 개회사와 환영사에서는 24년간 이어진 국가적 과제를 이제는 완결 지어야 한다는 절박함과 당위성이 쏟아졌다.
조상호 세종시장은 현장 개회사에서 "노무현 대통령께서 '이 일이 역사적 대의가 있는 일이라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는 뜻을 밝히셨던 말씀을 항상 마음에 담고 있다"며 "대통령께서 이미 경제수도 서울, 행정수도 세종의 이원화된 국가 수도 운영 체계를 천명하셨고 정부 차원의 논의가 잘 진행되고 있는 만큼, 연내 행정수도 특별법을 제정해 24년의 기다림을 끝내고 전국 어디서나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강준현 국회의원은 수도권 설득의 시각에서 입법 필요성을 피력했다. 강 의원은 "매년 5만 명이 서울로 오면서 집값 상승, 교통혼잡 비용 41조 원 발생, 청년들의 무한 경쟁과 저출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중앙부처 이전, 국회의사당 설치법, 대통령 세종집무실법 통과로 이미 관습을 만든 만큼 이제 위헌 판결이 나올 일이 없다. 정부 동의와 여야 공동 발의까지 끝난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법적 지위 부여를 위해 수도권 시민들의 협조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종민 국회의원은 비유를 들어 현 상황을 짚었다. 김 의원은 "행정수도는 기업과 대학이 지방으로 가도록 당기는 방아쇠인데, 방아쇠를 당긴 손가락이 중간에 서 있어 선수들이 뛰지 못하고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부터 가겠다'고 선언한 지금이 우주의 기운이 모이는 때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 통과를 책임지고 추진할 테니 국민의힘도 적극 동참해 여야 합의로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수석 최고위원 역시 "과거 행복도시법도 박근혜 대통령 체제 당시 여야 합의로 통과된 바 있다"며 "정파적 갈등이 있더라도 행정수도 완성만큼은 여야가 함께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민주당과 국회에서 연내 처리를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힘을 실었다.
구체적인 입법 일정과 전략도 제시됐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황운하 국회의원은 "추석 연휴가 지난 9월 말부터 여야 간사가 일정을 잡고 추진하면 빠르면 10월 1일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할 수 있다"며 "여의치 않을 경우 패스트트랙(90일) 절차까지 계산하더라도 연내 제정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구체적 로드맵을 내놓았다.
이어진 영상축사와 현장 축사에서는 세종시를 넘어 충청권 전체의 상생과 국가 운영 체계 개편이라는 확장된 시각이 이어졌다.
이광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영상축사를 통해 "이제 서울은 뉴욕, 대전과 세종은 워싱턴이라는 꿈을 가져야 한다"며 "특별법을 통해 세종시가 행복청과 합쳐지고 61개 중앙정부 및 산하 기관을 통섭하는 장관급 시장 구조와 AI 정부, 세계적 교육 도시로서 자족 기능을 완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수현 충청광역연합장(충남도지사)은 단식 투쟁 경험을 언급하며 "과거 행복도시 건설 특별청 앞에서 12일간 단식 투쟁을 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행정수도 완성이 충청권 560만 지역민 전체의 이익이자 국가 균형 성장 계기가 되도록 충청 광역 연합이 역량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현장 축사에 나선 허태정 대전시장은 "이웃 형제로서 세종시가 대한민국의 행정수도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면서도 "상속받을 때 형제간 위기가 오지 않도록 옆에 잘 서 있겠다"는 위트 있는 발언으로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며 충청권 상생의 의지를 드러냈다.
조승래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장 또한 "행정수도 완성을 세종만의 문제가 아닌 '행정 수도권'의 완성으로 확장해야 한다"며 "세종·대전·청주·천안·아산을 잇는 대도시권이 서로의 자족 기능을 나누고 교류할 때 5극 3특이라는 국정 과제도 내실 있게 실현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안신일 세종시의회 의장은 초대 국회의원이었던 이해찬 전 총리를 회상하며 "오늘 현장에서 행정수도 완성을 향한 절실함을 다시금 느꼈으며, 세종시의회 차원에서도 연내 제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발제 및 패널토론에서는 법학·행정학 전문가들의 정밀한 논리 전개가 이어졌다.
기조 발제를 맡은 강현철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4년 헌재의 위헌 결정은 당시 특별법 실효에 국한된 판단일 뿐, 세종시의 행정수도 법적 지위 자체를 상실시킨 것은 아니다"라며 "양심적 병역거부 등 주요 사례처럼 헌재 판례 변경이 보편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이번 특별법 연내 제정을 통해 법적 지위에 관한 소모적 논쟁을 종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재호 전 국가균형성장위원회 위원장이 좌장을 맡은 패널토론에서 성시경 한국행정학회장은 "행정수도 특별법은 하나의 지자체를 위한 법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국가운영체계를 혁신하기 위한 법안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재희 충남대 도시자치융합학과 교수 역시 "서울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제수도 서울'과 '행정수도 세종'을 받아들이는 다의적이고 중복적인 수도 개념을 수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토론회는 여야 정치권의 초당적 공감대와 학계의 논리적 뒷받침, 지자체의 연대 의지가 한데 모이며 '행정수도 특별법 연내 제정'을 위한 실질적인 입법 동력을 확보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