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토마토] 멀티공방 아트노리 이진아 대표 인터뷰
[월간토마토] 멀티공방 아트노리 이진아 대표 인터뷰
  • 윤여준 기자
  • 승인 2015.10.21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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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면서도 불안한, 불안하지만 즐기는 그녀의 진솔한 이야기

“진아 씨는 어느 별에서 왔나요.” 몇 개월 전 종영한 모 음악프로그램에서 한 여성 참가자가 독특한 음악성과 어디에서도 들은 적이 없는 목소리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때 심사위원들이 그녀에게 놀라움을 나타내며 묻던 말이다. 공방에서 만난 그녀 역시 동명의 뮤지션만큼이나 엉뚱하고, 독특하다. 그리고 어디서도 듣기 힘든 그녀만의 ‘목소리’가 있다. 유성구 멀티아트 공방 아트노리의 주인, 이진아 씨다.

하다

“학교는 6년을 다녔어요. 휴학을 2년 하고요. 2학년까지 스트레이트로 다니고 3학년부터 1년에 한 학기씩 만 다녔어요. 휴학 하는 동안은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했죠.”

▲ 멀티공방 아트노리 이진아 씨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다 했다. 식당, 술집, 커피숍은 기본이고 베이비시터, 건설현장 근로자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대학교 3학년 때에는 휴학을 하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갔다. 고대 근처 고시텔로 방을 잡고 국숫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하루만 쉴 수 있는 전일제 아르바이트였다.

국숫집 일을 마치면 바에서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 일을 했다. 공용 욕실에서 쥐가 나오던 고시텔은 잠만 자는 공간이었다. 정신없이 일만 했다. 쉬는 날엔 대학로까지 걸어가서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고 이곳저곳을 걸어 다녔다.

문화생활은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그렇게 서울에 있는 몇 개월 동안 모은 돈의 반은 동생의 첫 대학 등록금으로 냈다. 그리고는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대전으로 내려왔다. 졸업 전에는 전통 생활 공예품을 만드는 공방에서 일을 했다. 틈틈이 여행을 다녔다.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는 즉흥적이고 자유분방한 삶이다.

배우다

“한 우물만 파고 싶지 않아요. 한 우물만 파면 언젠가 대박을 칠 수도 있겠죠. 하지만 할 수 있는 게 많으면 대박까지는 아니지만 제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자주 오거든요.”

요리 만드는 걸 좋아해서 요리를 만들고 sns에 올렸다. 사람들은 그녀의 요리 사진을 보고 브런치 도시락을 주문했다. 성취감 있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마찬가지로 아는 사람을 통해 재료비만 내고 배운 꽃꽂이도 써먹을 데가 있었다.

▲ 멀티공방 아트노리 이진아 씨
“전문적인 실력은 아니지만 얼추 따라할 정도는 되요. 이 정도면 가격이 어느 정도 되겠다는 것도 알고요. 어느 날은 탄방동 로데오 타운거리로 나가서 돗자리를 깔고 꽃바구니를 판적도 있어요. 꼭 판다기 보다는 그냥 놀았던 거죠. 누워서 책 읽고 지나가는 사람한테 ‘꽃 사세요.’라고 말도 걸어보고요.

저는 그런 것들이 재밌어요. 삼팔광땡장에서 팔았던 들꽃 향수도 같은 차원이에요. 대학생 때 서울 합정에서 1년간 아로마테라피를 배운 적이 있어요. 수료증을 얻고 국제 자격증까지 취득했어요. 졸업하고 나서 지숙이라는 아는 언니와 함께 진아, 지숙 이름 앞 글자를 따서 ‘진지한 로맨스’라는 이름으로 천연 비누를 만들어서 팔았죠.”

꿈꾸다

그녀의 전공은 미술교육이다. 유성구 덕명동에 자리한 멀티아트공방 아트노리에서는 개인적 주거 공간 및 미술 작업실로 쓰일 뿐만 아니라, ‘괴짜예술특강’과 같은 그녀의 강연도 열린다. 아트노리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 숫자만 8000개를 넘어섰다.

그녀는 지금껏 해오고 배워온 기술들, 미술이나 생활공예, 목공, 가죽공예, 아로마테라피 등이 다 제 역할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다양한 소비패턴 속에서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필요한 것들을 얻는 것이다. 역시 돈은 중요하지 않다.

“예를 들면 친구의 결혼식에 축의금 대신 부케를 만들어 선물하는 거죠. 샵에서 부케를 주문하면 그 값이 만만치가 않아요. 제가 더 정성들여서 만들어주면 의미도 있고 친구도 괜히 돈 쓰지 않고 좋죠. 이렇게 사람들이 돈을 지불하는 대신 서로의 기술을 나누는 삶, 자생하는 삶을 살 수 있기를 꿈꾸어봅니다.

우리 사회는 시스템 밖의 길을 갔을 때 그들을 품어줄 안전망이 없어요. 저는 시스템 밖의 길을 걷고 있잖아요. 어차피 사회 안전장치가 없는 삶이라면 즐기면서 살고 싶어요. 저는 천성이 불안하지 않은 안정적인 삶은 살 수 없는가 봐요. 즐기면서도 불안해하고, 불안하지만 즐기고 있고. 그렇게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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