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다”
“시작이 반이다”
  • 편집국
  • 승인 2005.10.0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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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의 새 틀을 짜는 데는 상당한 합의비용이 든다. 이해당사자간 줄다리기가 길어질수록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과 더불어 그 후유증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3년 째 표류 중인 국민연금법 개정안도 마찬가지 경우이다.
‘적게 내고 많이 받도록’ 설계된 현행 국민연금 체계를 ‘조금 더 내고 덜 받는’ 시스템으로 전환하여 건전한 연금재정을 확보하자는 취지의 이 법안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이해가 걸린 까닭에, 지난 2003년 이후 국회 상정 때마다 정부 및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지만 지지부진 답보 상태에 있다. 이에 따른 늘어나는 비용부담은 고스란히 국민(국민연금 가입자)의 몫이 된다.

올해 국민연금 개혁이 무산되면 연금액 수준은 적어도 2009년까지 평균소득의 60%로 유지되지만 이 결과, 재정수지를  맞추려면 현재 월 소득의 9%인 보험료율을 2010년 10.56%로 인상한 뒤 5년마다 1.56%포인트씩 더 올려 2030년 16.8%로 끌어 올려야 하는 등 국민 부담이 훨씬 가중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른바 ‘더 내고 덜 받는’ 현재 정부안(2010년부터 5년마다 1.38%포인트씩 인상)보다도 높은 것이다. 연금 개혁이 늦어질수록 후 세대는 물론이려니와 현 세대 부담도 커진다는 의미가 된다.

사실 거의 모든 선진국들은 고령화 추세 속에 과도한 재정압박을 벗어나야 함과 동시에 늘어나는 고령인구의 노후생활을 보장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고심하고 있다. 전체 인구에서 경제활동인구 대비 은퇴인구 비중이 급속히 높아지면서 연금 지출 역시 빠르게 늘어나 재정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늘어나는 노령인구의 노후보장을 포기하게 되면 이에 따른 사회불안 역시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엄청난 사회적 저항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대체로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체계에서 ‘많이 내고 적게 받는’ 쪽으로 연금제도 개혁에 나서고 있다. 더욱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진행과 저출산이란 심각한 거시경제 변수에 노출된 우리나라로선 현행 국민연금제도의 시급한 개선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시작이 반이라 했다. 외국에 비해 훨씬 그 역사가 짧은, 88년에 시작된 우리나라 국민연금 제도는 오히려 외국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지난 6월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의장 직속의 ‘국민연금제도 개혁협의회’를 만들어 당을 초월해 공론의 장을 마련하자고 제안했고 여야 대표도 합의했다. 하지만 협의회는 결성조차 되지 않았다. 더 이상 국민을 볼모로 ‘공염불 시간 보내기’는 용납될 수 없다.   지속 가능한 건전한 국민연금제도를 위해 연금개혁의 주체인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수혜자인 국민 모두 제도 개혁을 위해 조속히 결단과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이성환 국민연금관리공단 대전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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