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토마토문학상 수상작품집1
월간토마토문학상 수상작품집1
  • 김남숙 기자
  • 승인 2016.12.01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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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당연한 여섯

지극히 당연한 하나를 위해 싸워야 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여섯 소설

숫자 6은 자신을 제외한 약수의 합이 다시 또 6이 되는 완전수라고 한다. 그렇게 《지극히 당연한 여섯_월간토마토문학상 수상작품집1》은 서로 다른 여섯 개의 소설이 만나 하나의 완전한 세계를 이루고 있다.

 혼자가 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혼녀, 친했던 친구에게 왕따를 당하는 소녀, 한때는 잘나갔지만 지금은 백수에 가까운 영화감독, 다른 사람이 되길 꿈꾸는 프랑스 유학생, 적당히 속물적인 게스트하우스 사장, 부지런히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다가 사라져버린 한 집안의 가장. 다양한 삶을 그리는 여섯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각자의 위치에서 살아내며 겪는 고민과 고뇌가 한데 모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지극히 당연한 것이 지켜지지 않는 이 세상에 대해 때로 울분을 터뜨리며, 혹은 냉소하며, 그러다가 스스로를 조롱한다. 당연한 가족, 당연한 일터…… 그리고 당연한 나 자신. 당연한 하나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부단히 투쟁해야만 한다.

이 소설 속의 인물들은 그런 우리를 닮아 있다. 삶의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자 하는 굳건한 의지가 이 여섯 편의 단편소설에 담겨 있다. 제1회 수상작 〈오페라, 장례식, 그리고 거짓말〉은 사랑과 죽음 앞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고독한 내면이 섬세하게 그려진 작품이다. 진경은 남편의 외도로 갑자기 이혼하게 되고, 아직도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깊은 고독감 속에서 진경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 반문한다.

제3회 수상작 〈맑은 하늘을 기다리며〉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10대 소녀들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을 맑은 문체로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순정은 이주, 나래, 미호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한때 나래와는 속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던 사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아픈 날들이지만 순정은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순정은 오히려 가해자인 그들에게도 아픈 사연이 있다는 걸 알고 연민을 느낀다.

제4회 수상작 〈어떤 기시감〉은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한때 잘나가던 영화감독 경우는 최근에 일이 없어 거의 백수와 다름없다. 예인은 그에게 늘 힘을 주는 뮤즈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갑자기 닥친 뜻밖의 불행 앞에서 예인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경우의 세계도 흔들린다.

제5회 수상작 〈검은빛의 도시〉는 프랑스를 배경으로 신자유주의의 문제, 자본주의의 모순 등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다루고 있다.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유학생 정은 클레르몽페랑에서 사는 히피, 농성하는 불법 이민자, 마약을 파는 아이를 동질감을 가지고 바라본다. 서로의 진짜 이름을 불러주지 못하는 사람들 가운데서, 낯선 도시에서 유랑인으로 존재하는 주인공의 잿빛 시선이 담담하다.

제6회 수상작 〈김우식〉은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비판적 시선과 문제적 캐릭터 설정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L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40대 사장은 김우식이라는 남자를 매니저로 채용한다. 김우식이라는 의외의 인물의 등장으로 완벽하다고 자부하던 게스트하우스 운영 시스템은 모순을 드러낸다. 더불어 사장의 그럴듯한 인생에도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제7회 수상작 〈마그리트의 창〉은 오해로 점철된 관계들 속에서 내게 익숙한 누군가의 진정한 모습은 무엇일까 반문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평소에 성실하고 순응적이기만 하던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 간판제작업과 원룸임대를 하던 아버지는 여름날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거나 혼자 일기를 쓰는 엉뚱한 면을 평소에 보이기도 했다. 화자인 딸은 실종되었던 아버지의 모습을 원룸 202호에서 우연히 목격한다.

통쾌한 변화를 꿈꾸는 문화예술잡지 《월간 토마토》가 2009년 제정한

월간토마토문학상 단편소설공모전 첫 번째 수상작품집

대전 지역 문화예술잡지 《월간 토마토》는 2009년부터 ‘예술가 지원 프로젝트’의 하나로 월간토마토문학상 단편소설공모전을 진행했다. ‘등단’ 제도가 작가의 권위를 부여하는 세태에서 조그만 잡지사에서 문학상 공모전을 여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총 7회의 공모전이 있었고, 총 여섯 편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회를 거듭하며 응모작품 수도 200여 편을 훌쩍 넘었으며,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재기 발랄한 작품들을 발굴해왔다. 《지극히 당연한 여섯_월간토마토문학상 수상작품집1》은 그 첫 번째 결실로 그동안의 수상작품들을 모은 단편소설집이다.

■작가 인터뷰

“장마가 지면 강에 물거품이 일거든요. 근데 밤에는 꼭 모래사장처럼 보여요. 아무 생각 없이 발을 디뎠다가 정말 깜짝 놀랐어요. 얼마나 놀랍고 무서웠던지. 그때 알았어요. ‘죽음’이라는

것, 생각만큼 쉬운 것이 절대로 아니라는 것을요.”_박덕경

“작품을 읽는 사람에게 아름다움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다. 바르거나, 착하지 않아도 아름다울 수 있지 않나.”_한유

“〈어떤 기시감〉을 재능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꼭 그런 건 아니에요. 휘둘리지 말고, 생각하고 살자는 거예요. 사회가 못 하게 하지만 스스로 생각할 시간이 있어야 해요. 내가 결정하고 생각해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해요.”_김민지

“도시를 어슬렁거리며 유랑하는 게 도시 사람들만의 정착일지도 몰라요.”_신유진

“따뜻하게 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거짓말로 따뜻해지면 안 돼요. ‘김우식’은 그걸 공격합니다. ‘당신 거짓말이지?’ 하고 질문을 던지는 거예요.”_이우화

“현실 속 틀에 박힌, 전형적이고 통속적인 것을 깨부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마그리트의 창〉은 아빠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독자 개개인의 이야기이기도 해요.”_염보라

■본문 중에서

부두는 흰 바탕에 노란색을 조금 섞었을 뿐인데 세월에 두꺼워진 나무껍질처럼 투박하고 거칠다. 그런 부두를 따라 하늘과 바다가 갈라져 있다. 바다에서 나오지 못하는 것들 물, 파도, 영혼, 이런 것이 부두에 부딪친다. 무언가를 갈망하면서. 마치 그리움처럼. 부두는 무작정 오는 것과 무작정 가고 싶은 것을 적절하게 조절해 주고 있다. 나에게 닥친 이 밤, 이 어둠처럼.

(박덕경, 〈오페라, 장례식, 그리고 거짓말〉, 22~23쪽)

미호의 시선이 가늘게 흔들린다. 목덜미의 옷깃을 쥐고 있던 손이 느슨해져 순정이 저절로 풀려났다. 비스듬히 가라앉아 가는 햇살이 붉은 기 섞인 음영을 새기고 있다. 미호의 오뚝한 콧마루 한쪽에. 쇄골로 이어지는 목덜미에. 어깨 너머 해질 녘 하늘을 지나는 구름에.

(한유, 〈맑은 하늘을 기다리며〉, 71쪽)

“잘될 거야, 넌. 재능이 있잖아.” 그는 순간 온몸에서 힘이 쑤욱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발끝까지 노곤해져 당장 이불 속으로 들어가 잠들고픈 이 느낌을 그는 사랑했다. “하지만 어쩌면 빛을 못 볼지도 몰라. 고흐처럼.” 이어 투명한 빛이 스며들어 갈비뼈 구석구석을 채웠다. 예인이 경우를 격려하는 레퍼토리 중 그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 바로 고흐를 운운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말해 주는 저 한 문장을 듣기 위해 의정부에서 서초동까지, 아니 스무 살부터 지금까지, 아니 어쩌면 전생에서부터 현재까지 움직여 온 건 아닐까, 그는 생각했다.

(김민지, 〈어떤 기시감〉, 89쪽)

딱 한 사람밖에 타지 못하는 엘리베이터, 혼자라는 것이 당연하고, 정당화되는 순간. 이 지극히 당연한 혼자인 시간과 공간에서 외로움이 사라진다. 진짜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은 사실은 누군가와 함께할 때며, 사람들 속에 섞여 있을 때다, 같이 살던 남자가 떠나기 전, 그의 불안한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이다. 외로움을 느끼지 않아야 할 순간에 찾아오는 외로움은 당황스럽다. 그리고 그의 방문이 열리는 순간, 나는 지독한 당황스러움을 느낀다.

(신유진, 〈검은빛의 도시〉, 162쪽)

그건 이름이 아니라 공백이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려 해 보았지만 막상 그의 이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커다랗고 새하얀 공백이, 나를 관통하는 거대한 허무가 내 사고를 표백시키고 있었다.

“아니요, 그런 거엔 관심 없습니다.”

우식은 천천히 말했다. 그는 형체가 있으나 영혼이 없어서 최대라고 해 봤자 사물로서의 질감이 느껴질 뿐 그 외의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내가 절대로 만나선 안 될 사람이었다. 내가 외면한 부분으로만 형성된 사람이었다. 그는 나의 빛을 빨아 당기는 하얀 블랙홀이었다.

(이우화, 〈김우식〉, 142쪽)

이번엔 꽃게의 다리를 아주 또렷하게 본 것도 같았다. 그동안에는 환상이라고 생각했고 또한 요즘 기가 허해져서 오는 현상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꽃게의 모습이 자주 뚜렷하게 보였고 보이지 않을 때는 게가 걸어가는 특유의 둔탁하지만 아주 미묘한 소리가 들려왔다. 남에게는 잘 들리지도 않을 꽃게의 발걸음 소리가 내게는 아주 선명하고 또렷하게 들려왔다.

(염보라, 〈마그리트의 창〉, 272쪽)

■추천의 글

문학이 위기에 처했다고 너나없이 말하고 있는 시대에, 그럼에도 여전히 문학이 읽히고 또 문학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며 도전하는 이들이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우리가 신인 소설가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패기, 열정, 참신한 문제의식과 새로운 상상력이다. 여기에 실린 작품들 하나하나가 그런 에너지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식으로 충만해 있다. 삶과 세계에 대한 낯선 시선을 통해 우리는 결코 마르지 않는 문학의 힘을 다시 확인하게 될 것이다. _김운하 소설가

■차례

책을 펴내며_통쾌한 ‘변화’를 조용히 꿈꾸다

제1회 수상작

박덕경 〈오페라, 장례식, 그리고 거짓말〉

제3회 수상작

한유 〈맑은 하늘을 기다리며〉

제4회 수상작

김민지 〈어떤 기시감〉

제5회 수상작

신유진 〈검은빛의 도시〉

제6회 수상작

이우화 〈김우식〉

제7회 수상작

염보라 〈마그리트의 창〉

■지은이

박덕경

1971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방송통신대 국문과를 졸업했고 2010년 제34회 방송대문학상 단편소설 부문에 선정되었다.

한유

충남 청양에서 태어나 공주대를 다녔다. 앤솔러지 《빨간 구두》에 로맨스 〈히아신스〉를, 지금은 폐간된 장르문학 월간지 《판타스틱》에 호러 〈버스정류장 소녀〉를, 엔블록미스터리걸작선 공모전을 통해 미스터리 〈검은 집〉을 발표했다. 앞으로는 호러 위주로 쓸 생각이다. 의미를 추구하는 독자와 재미를 추구하는 독자 모두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엄청 무서운 호러소설을 쓰는 것이 목표. 아무런 꿈도 희망도 없는 도시괴담 장편을 집필 중이며, 현재 마늘 관련 일을 하고 있다.

김민지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학을 졸업한 뒤 특허회사의 사무원, 방송사의 막내, 잡지사의 기자, 요가 강사 등으로 일했다. 문학은 스물 중반 직장생활에 지쳐 갈 즈음 적적한 마음에 접하게 되었고, 지금껏 마음의 위안으로 품은 채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대전에서 아이를 키우며 또한 적적하게 살아가고 있다.

신유진

1982년 전주에서 태어났다. 동덕여대 문예창작과를 중퇴하고 프랑스 유학을 떠나 파리 8대학 공연예술학과 학사와 연극학과 석사를 졸업했다. 2009년 《문장21》 단편소설 부문 신인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번역가로 일하고 있고 틈틈이 극단 활동도 하고 있으며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단편소설이나, 짧은 글들을 계속 써 나가고 있다.

이우화

1983년 부산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2006년 제4회 대산대학문학상에 시 부문으로 수상했다. 2016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 부문에 당선되었고, 같은 해 방송작가협회에서 주관한 제2회 방송평론공모 우수상을 수상했다. 서른여덟 살에 공무원이 되고 사슴 같은 아내와 만세를 누리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염보라

1992년 경기도 안산에서 태어나 단국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문예창작 전공 과정 중이다. 《한국시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의정부문학상 동화 부문, 이즈웰 가족사랑 수기 공모전에 당선되었다. 소설과 시, 아동문학(동화)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작업하고 있으며 현재는 대학원에서 시창작 전공으로 시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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