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伏]이 음력?
복날[伏]이 음력?
  • 허정 이상엽 선생
  • 승인 2017.07.1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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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탕집 앞에 긴 줄이 생겼다. ‘보신탕집’이 북새통을 이룬다. 예약 안 하면 30분은 기다려야 먹는다”라는 뉴스와 “삼계탕집 앞에서 동물단체의 ‘침묵시위’가 있었다. ‘개고기’ 식용반대 서명운동이 있었다”라는 상반된 뉴스가 공존하는 날이 있다. ‘복날[伏]’이 바로 그 날이다.

허정 이상엽 선생

동·서양 음식문화에서 비롯된 갈등이 절정에 달하는 복날은 ‘셋’이 있다. 첫째는 초복(初伏), 둘째는 중복(中伏), 셋째는 말복(末伏)이다.

총칭 ‘삼복(三伏)’이며, 삼(三)은 셋[數名], 복(伏)은 “엎드리다. 굴복하다. 감추다.”이다. 올해 초복은 양력 7월 12일, 중복은 7월 22일, 말복은 8월 11일이 된다.

복날은 가을 기운에 해당하는 금의 기운이 여름의 불기운에 굴복하는 날이다. 경금(庚金)의 기운은 세(歲)라는 달력(이하 24기절력) 사월(巳月)에 생(生)한다.

이때 생한 금의 기운은 소서(小暑)와 입추(立秋)사이 미월(未月)에 이르면 활동을 시작하는 관대(冠帶)가 된다. 그래서 활동을 개시하려다가 왕성한 여름 불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숨는 날[金氣伏藏之日]이 복날이다.

한자 문화권의 심오한 자연철학과 상이한 서양의 음식문화가 갈등을 빚는 복날은 음력일까. 얼핏 생각하면 음력 같지만, 음력과는 관련이 없다.

복날[三伏]은 10간 12지지를 짝지은 60갑자로 날짜를 표기하고 24기절로 년과 월을 정하는 24기절력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왜 복날[伏]을 음력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정확한 이유는 단정할 수 없다. 다만 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이 우리 조상들이 써온 2종류의 달력을 1종류로 축소한 것이 크게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천문연이 24기절력을 음력에 귀속시켜 태음태양력 1종류로 명명해 달력의 종류와 역사를 축소시킨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천문연 편찬 <2016 역서>에서 “음력에서는…(중략)…24기(또는 24절기)를 도입하였다.…(중략)…음력은…(중략)…태음태양력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24기절을 음력에 귀속시킨 것이 그 증거이다.

음력은 354.3671일, 24기절은 365.2422일이다. 음력은 24기절보다 1년에 약11(10.8751)일 짧다. 그런데 어떻게 짧은 음력에서 긴 24기절을 도입했다는 말인가?

1년 중 가장 더운 때인 복날은 하지(夏至)와 입추(立秋) 그리고, 6경일(六庚日) 즉 경자(庚子), 경술(庚戌), 경신(庚申), 경오(庚午), 경진(庚辰), 경인(庚寅) 일에 의해 결정된다.

24기절 중 첫 번째인 동지(冬至)로부터 13번째인 하지(夏至) 후 3번째 경일[庚]은 초복(初伏), 4번째 경일[庚]은 중복(中伏), 5번째 경일[庚]은 말복(末伏)이 된다.

그러나 하지 후 5번째 경일[庚]이 입추(立秋) 전에 들면 입추(立秋) 후에 드는 6번째 경일[庚]이 말복(末伏)이 된다. 이를 월복(越伏)했다고 한다.

24기절은 년과 월의 기점, 60갑자는 24기절력 날짜의 부호이다. 이런 사실은 조선 관상감 편찬 달력[책력], <주례> 및 천문연 천문역법 자문위원이 제시한 시헌력법을 해석한 <대청시헌서전석(大淸時憲書箋釋)>을 통해서 확인되었다.

<역서>에서 24기절은 음력과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혔다면 삼복을 음력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으로 믿는다.

때문에 축소 왜곡된 달력의 역사는 시급히 광정되어야 한다. 24기절과 60갑자가 음력이 아니라는 사실이 부정되지 않는 한, 우리 조상들이 써온 달력은 음력과 24기절력 2종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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