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횡사와 천수”
“비명횡사와 천수”
  • 허정 이상엽
  • 승인 2017.10.09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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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애환이 많듯이 죽음의 유형도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물에 빠져 죽고, 어떤 사람은 불에 타 죽으며, 어떤 사람은 교통사고로 죽고, 어떤 사람은 스스로 목을 매 죽기도 한다. 반면 아들딸은 물론 일가친척 다 불러놓고 하고 싶었던 말 다 하고 누어 자던 방에서 편히 죽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죽든 저렇게 죽든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모두 운명이라고 한다.

때문에 어떤 사람이 물에 빠져 죽거나 교통사고, 또는 각종 암 등의 질병으로 갑자기 죽으면 타고난 운명이 박복해 저렇게 험하게 죽었다고 운명을 탓한다. 이런 죽음도 운명 저런 죽음도 운명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자연철학에서는 각종 사건·사고·질병·형벌이나 암 등의 질병으로 갑자기 맞는 죽음은 운명을 다 한 것이라고 하지 않고, 천수(天壽)를 다했다고도 하지 않으며, 비명횡사(非命橫死)했다고 한다. 그 사람의 오장육부가 노쇠하지 않았는데 갑작스러운 사건·사고·질병·형벌 등으로 맞는 죽음은 인과(因果)에 따른 죽음으로 여긴다. 타고난 운명을 다 누리지 못한 채, 그 사람의 과실로 맞는 죽음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운명과 체질을 알고 건강관리를 잘하면 오장육부 전체가 노쇠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종 암을 비롯한 전염병 등의 질병에 걸려 죽지 않을 수 있고, 자신의 운명과 시대의 사명 또는 변화를 알면 전쟁·사건·사고 등으로 갑자기 죽음을 맞지 않을 수 있으며, 자신의 운명을 알고 죄를 짓지 않으면 형벌로 죽임을 당하지 않는다.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천명을 알고 순응하여 천수를 누리는 것을 진정한 지혜로 여겼다. 그 시대의 변화와 자신이 타고난 운명을 알면 자연재해를 비롯하여 각종 질병·사건·사고 및 전쟁·형벌 등으로 비명횡사는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죽음에 대한 인식은 유교 또한 운명학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 공자(孔子)님께 "사람에게는 세 종류의 죽음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운명이 아니며 자신이 스스로 취한 것이다. 질병으로 그가 죽는 것· 형벌로 그가 죽는 것· 전쟁에 나가서 그가 죽는 것· 이 세 가지 유형의 죽음은 천명이 아니며 그 사람이 스스로 죽음을 취한 것이 된다(孔子對曰, 然人有三死, 而非其命也, 己自取也. 疾共殺之…刑共殺之… 兵共殺之, 此三者死非命也人自取之)"라고 말씀하셨다.

그 사람의 오장육부가 노쇠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종 사건·사고 등으로 갑자기 죽는 것은 운명이 아닌 비명횡사가 된다.

 

정유(丁酉) 가을[秋節] 역리학당 오원재에서 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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