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최형순 기자] 학습은 건물을 짓는 일과 비슷하다. 글을 이해하는 힘은 건물을 떠받치는 주춧돌로, 이것이 약하면 아무리 많은 배움을 쌓아도 학력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국어교육이 모든 학습의 출발점으로 논의되는 이유는, 문해력이 지식 습득을 위해 요구되는 기본 조건이기 때문이다.
국어는 하나의 과목에 그치지 않는다. 교과서를 읽고, 문제에서 무엇을 묻는지 이해하며,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 정리하는 모든 학습 과정에 국어가 작동한다.
국어에서 만들어진 이해력의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교과의 학습 격차로 이어진다. 학력의 뿌리를 국어교육에서 찾는 이유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 자주 언급되는 문해력 문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학습이 어려워지는 이유가 계산이나 암기 부족이 아니라, 글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단계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짧은 정보 위주의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긴 글을 차분히 읽고 의미를 따라가는 경험이 충분히 쌓이지 못한 영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기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을 학습에 적절히 활용하지 못한 결과에 가깝다. 문해력 저하는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만 설명할 수 없으며, 공교육 차원에서 학습 방식 전반을 점검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할 과제라는 신호다.
국어 학력을 높이기 위한 해법은 멀리 있지 않다. 국어교육의 핵심은 교과서를 얼마나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는가에 있다.
글의 흐름을 따라가고, 문단과 문단의 관계를 이해하며, 핵심 개념과 근거를 스스로 정리하는 힘이 국어 학력의 출발점이다. 교과서를 제대로 읽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배움은 누적된다.
지금까지의 국어 수업은 교과서를 ‘풀어야 할 대상’으로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 요지를 빠르게 찾고, 정답을 골라내는 데 집중하다 보니 글 전체를 이해하고 의미를 구성하는 훈련은 충분하지 못했다.
그러나 교과서는 시험 대비 자료가 아니라, 사고를 기르는 가장 기본적인 학습 텍스트다. 국어교육은 교과서를 어떻게 읽고 해석할 것인지를 가르치는 수업으로 다시 자리 잡아야 한다.
교과서 읽기가 자리 잡으면 수업의 역할도 달라진다. 교사는 내용을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의 이해 과정을 점검하고 사고를 이끄는 역할을 맡게 된다.
학생은 수동적으로 지식을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니라, 텍스트를 통해 스스로 의미를 구성하는 학습자로 성장한다. 이는 단기간의 점수 향상을 노리는 방식과는 다르지만, 수능 만점자 인터뷰에서도 확인되었듯이, 학력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리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교과서를 잘 읽는 힘은 국어에만 머물지 않는다. 문제의 조건을 정확히 이해하고, 개념 간의 관계를 파악하며, 자신의 풀이 과정을 설명하는 모든 학습의 기초가 된다. 국어교육이 모든 학습의 출발점으로 강조되는 이유다.
학력은 특별한 프로그램이나 일회성 처방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교실에서 교과서를 제대로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쓰는 기본이 쌓일 때 비로소 형성된다.
학력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대안은 새로운 제도를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 잘 읽기를 중심에 둔 국어교육이 모든 교실에서 흔들림 없이 작동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