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뉴스 이성현 기자] 연구자의 경험과 반복 실험에 의존해 온 차세대 디스플레이 공정 조건을 인공지능이 역으로 추적해 설계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기존 대비 수명을 40배 이상 향상시킨 고성능 퀀텀닷 발광다이오드(QLED) 소자 제작이 현실화됐다.
한국연구재단은 서울대학교 곽정훈 교수와 성균관대학교 임재훈 교수 공동연구팀이 QLED 제작 과정에서 퀀텀닷을 균일하고 촘촘하게 배열할 수 있는 최적의 용매 특성을 AI로 역설계하는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QLED는 나노미터 크기의 반도체 입자인 퀀텀닷을 발광층으로 사용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용액 상태의 퀀텀닷을 기판에 코팅해 저비용으로 대면적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디스플레이 분야는 오랫동안 소재 합성이나 소자 구조를 변경해 성능을 높여왔으나 동일한 퀀텀닷을 사용하더라도 공정 용매의 증발 속도, 점도, 밀도 등에 따라 박막의 정밀도가 달라져 소자 성능에 편차가 발생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용매의 물리적 특성과 박막 구조 간의 인과 관계를 풀기 위해 머신러닝 학습 모델을 도입했다.
연구팀은 먼저 5가지 대표 용매로 만든 박막 표면을 원자힘현미경(AFM)으로 분석해 데이터를 정량화한 뒤 용매의 물성 정보와 함께 AI에 학습시켜 가장 고른 박막을 형성하는 용매 조건을 역설계하도록 유도했다.
머신러닝이 도출한 최적의 조건을 단독으로 만족하는 용매는 존재하지 않았으나 연구팀은 다중 용매를 계산된 비율로 조합해 이상적인 물성을 실제로 구현해냈다.
이 과정에서 2종 혼합 데이터로 학습된 모델을 4종, 5종 혼합 용매에 적용할 때 예측 정확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으나 다양한 모델 중 새로운 조합에서도 안정적인 예측력을 유지하는 서포트 벡터 회귀 모델을 선별 적용해 이를 극복했다.
또 조성이 완전히 다른 퀀텀닷과 조절된 소자 구조를 적용한 대조군 실험에서도 동일한 수준의 최적화 정확도와 재현성을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추가적인 X선 산란 분석을 통해 AI 공정으로 제작된 퀀텀닷 박막은 입자 간 간격이 좁아진 것이 아니라 동일한 밀도 내에서 규칙적인 배열 구조를 가졌음이 정량적으로 증명됐다.
이 복합 설계 기술을 실제 QLED 소자에 적용한 결과 기존 단일 용매 공정 대비 효율은 2배, 동작 수명은 40배 이상 대폭 늘어났다.
곽정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AI를 활용해 디스플레이 소재와 공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설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향후 유기발광다이오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등 용액 공정을 사용하는 다양한 전자소자 전반으로 최적화 기술이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연구팀은 열처리 공정과 리간드 화학 등 대량 양산 공정에 필수적인 변수들을 추가로 학습시켜 예측의 폭을 넓히는 한편 효율과 수명까지 통합 설계하는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