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의 급격한 감소와 고령사회로의 진입

인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최소 출산율은 2.1 명이고, 2003년 현재 OECD의 평균출산율은 1.6명, 우리나라는 1.17명에 머물렀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급속한 출산율의 감소는 또한 급속한 고령사회로의 진입을 부른다. 고령 인구의 증가는 노동력 부족에 따른 생산 인구의 감소라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연구기획조정실장도 출산율 저하의 원인을 ▲미혼율 증대(결혼 가치관의 변화, 비자발적 결혼 연기, 초혼 연령의 늦어짐) ▲여성의 자아욕구 및 사회 참여 증대 ▲자녀 효용가치의 감소 ▲질적 측면의 자녀 양육 중시 ▲자녀 양육비 부담 등으로 들고 있다.
대전 주부교실에서 2004년 6월 1일부터 7월 30일에 걸쳐 대전시 거주 20대에서 60대 연령층 8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아도 연령이 젊을수록 결혼을 필수사항으로 여기지 않는 경향이며, 학력이 높을수록 결혼을 선택사항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결혼을 하더라도 한
가정의 이상적인 자녀의 수에 있어서도 연령별 의식 차이가 두드러진다. 60대 이상에서는 모두 2명 이상이라고 응답했으나 20대 이하의
응답자 중 1명이 좋다(15.4%)거나 없어도 된다(7.7%)고 응답한 것.
본 설문에 응한 대전 시민들은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37.1%가 경제력 등 제반 여건의 변화를 꼽았다. 13.9%는 교육비 과다 지출에 따른 부담이라고 하였다. 직장 여성을 위한
출산 휴가제도(90일)는 68.2%가 저출산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였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도 31.8%나 되었다.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로는 정부 및 지자체 차원의 육아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아서(20.1%), 또는 출산휴가로 인한 고용불안이
염려되어서(13.4%)였다.
공공 탁아시설 확충, 출산율 감소 해결
저출산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부 또는 지자체가 신속히 해결해야 할 부분으로 38.5%의 응답자가 공공 탁아시설의 확충을 들었다. 실효성도 없고 경제적으로 크게 도움도 되지 못하는 양육비 지원보다는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탁아시설의 확충을 첫 번째로 꼽은 것이다.
위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2004년 9월 22일 대전시청에서 출산율 저하와 관련한 정책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었다. 이 자리에서 정부 및 지자체에서는 출산에 따른 각종 지원금(양육비, 교육비) 대폭 확대, 공교육 활성화로 사교육비 감축 방안 강구, 가임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의식전환 프로그램 운영, 출산 여성에 대한 출산장려금, 육아휴직 확대 등 여러 가지 의견이 개진되었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것으로 보육 시설의 대폭 확대와 전문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그렇다면 1년이 지난 지금 대전시의 영유아 보육실태는 어떠한가. 대전 주부교실에서는 지난 6월 26일부터 7월 20일까지 영유아 보육시설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부모 360명을 대상으로 보육시설 이용에 대한 의식을, 보육시설 90곳에 근무하는 시설 운영자 및 근무자를 대상으로 시설 운영실태, 프로그램 내용, 보육교사에 대한 복지 수준 등에 관해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으며, 이를 자료로 9월 28일에는 ‘영유아 보육의 공공성 확보’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여성가족부 보육지원과의 이상희 사무관은 “작년 9월부터 약 1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학부모, 보육시설, 유치원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조사를 통해 육아지원의 실태와 다양한 문제점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작년 4천억이었던 보육예산을 올해에는 6천억 원으로 확충하였다. 각 지자체 별로 편성한 예산도 7천3백억이 넘는다. 그러나 이것으로 부모의 육아부담을 완화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설문조사 결과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부모의 61.6%가 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고,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 15%는 비용부담 때문을 이유로 들었다.
부족한 보육시설과 낮은 이용율
대전시의 보육시설 이용율은 19.4%(동구 21.0%, 중구 19.4%, 서구 17.6%, 유성구 20.8%, 대덕구 20.3%)로 전국 평균 19.2%보다 약간 높다. 김은구 대전시 보건복지여성국장은 “우리 시의 보육시설 공급율과 이용율을 보면 시설이 부족하지는 않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백경원(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회개혁실천국) 간사는 보육시설 정원충족율 74.1%로서 공급 면에서 여유가 있다는 대전시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전체 아동 수에 비해 수용할 수 있는 정원이 턱없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것은 이용자 만족도와 관계가 있다”는 의견.
여성부에서 전국적으로 실시한 보육실태 조사에 따르면 일은 하고 싶지만 취업하지 않은 여성의 23%는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곳이 없어서’, 49.1%는 ‘자녀양육과 가사에 전념하기 위해서’라고 응답하였다(일하고 싶지 않아서 4.1%, 적당한 일자리가 없어서 18.1%, 주위의 반대로 1.3%, 건강상 이유로 3.5%, 기타 0.9%).
배재대학교 유아교육과 이성희 교수는 “영유아기 발달에서 가족 영향의 중요성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보육시설에 대한 지원에 치중하기보다 부모가 자녀를 잘 돌볼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체제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보육시설 민간 의존율 높아
2005년 6월 현재 대전시의 보육시설은 총 948개소이지만 국공립 시설은 28개소로 지난 해에 비해 1곳 늘어난 데 그쳤으며 전체의 3% 수준이다. 반면 민간 보육시설은 392개소, 직장 보육시설은 10개소, 가정 보육시설 516개소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처럼 민간 의존도가 높으면 저소득층은 높은 보육료 때문에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 보육시설이 얼마나 공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이에 대해 대전시 김은구 복지국장은 “국공립 시설을 늘리는데 너무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따라서 예산을 적게 투입하는 방안으로 기존 보육시설에 보육교사 수당, 교통급식비, 교구비 등의 지원을 통해 보육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민간 및 가정 보육시설 영아반 교사 864명에게 보조수당으로 월 5만원, 영아 및 장애아 전담 교사와 통합, 시간 연장형 교사 1,450명에게 월 6만원, 기타 유아반 보육교사 1,200명에게 월 5만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또한 시간연장형 21개 보육시설에 보조교사 21명을 배치하고 월 5만원의 보조수당을 지급한다. 또한 모든 보육시설 2,650명의 종사자에게 월 3만원의 교통급식비를, 교재 교구비로 288개소에 각각 10만원, 시간연장형 보육시설 21개소에 각각 616만원씩의 연료비를 지원한다고 한다.
그러나 백경원 간사는 “이러한 정책은 국공립 보육시설의 부족을 메우기 위한 보조적 수단에 불과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재정지원이 확대됨에 따라 시설운영의 투명성을 감시할 수 있는 질 관리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다는 것. 근본적인 해결책은 역시 국공립 보육시설의 확충에 있다는 것이다.
보육의 공공성 확보 방안
유아에 대한 보육과 보호 정책이 수립되고 정착된 유럽 선진국에서는 공공재원의 투입으로 국가 차원의 공적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보육 및 유아교육 관련 예산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1인당 연간 교육비는 1,676 달러로 OECD 국가 교육비
평균(3,788 달러)의 44.2% 수준이다. 보육료 지원도 소득 수준에 따라 4단계로 나누어 보육비의 20%에서 100%까지 차등 지원하고
있다. 그것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340만 원의 60%인 204만 원까지로 상한선을 두고 있다. 보육을 필요로 하는 20~30대 맞벌이
가구의 소득 수준은 전체 연령의 소득 수준보다 낮은 것을 감안할 때 소득 수준을 더 낮게 기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전시에서는
보육의 공공성 확보 방안으로 ‘보육 및 가정 양육 도우미 제도’와 ‘가정양육센터 설캄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육 및 가정양육 도우미는
부모의 긴급한 일로 영유아의 보호가 필요할 경우 해당 가정을 방문하여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보육시설의 교사가 교육, 출산, 휴가 등으로
인해 필요할 시 파견된다. 1회 7일간, 연 30일까지 이용할 수 있다. 가정양육 지원센터는 아직 준비 단계인데, 자녀 양육에 대한 고민 상담과
부모 상호간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활동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보육시설에 대한 평가인증제를 도입해 재정지원과 함께 사후관리
체계를 보강할 계획이며, 민간 보육 시설에 대해 ‘비영리 보육법인’으로 전환하여 공적 자금을 지원해 주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아동이 있는 가구 중 56.2%가 국공립 보육시설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국공립 시설은
1년 이상 대기해야 할 정도로 부족한 현실이다. 매년 400개씩의 국공립 보육시설을 늘려 2008년까지 1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지만, 그것으로 육아부담으로 인한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낮은 출산율로 골머리를 앓던 선진국들은 다양한 출산장려책을 통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프랑스 스웨덴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본격적인 출산 양육정책을 펼쳐 지난해 기준으로 1.4~1.9명(한국 1.16명)의 합계출산율(여성 1인이 평생 낳는 자녀수)을 유지하고 있다. 가장 먼저 정부 차원의 저출산 대책을 세운 프랑스는 1919년부터 가족정책위주의 출산 장려책을 시행, 최근 5년간 연평균 1.89명의 높은 합계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대전시에서는 보육전담 기구와 공무원을 확보해 보육행정 기능을 강화하고, 수요자의 다양한 필요에 따라 시간연장형, 야간보육, 휴일보육, 장애아 보육 등 취약 보육 활성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모두의 지적대로 영유아 보육시설의 공공성 실현의 관건은 재정확보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