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도랑 살리기
`주민에 의한 ‘충남 연기군 서면 신대리 숫골천’ 복원활동 `
농촌의 어른들께서는 마을 앞 하천을 도랑이라 부릅니다.
행정용어로는 하천의 크고 작음에 따라 소하천, 지방 1-2급 하천, 국가하천이라 불리지만, 큰 하천이 없는 농촌의 소하천은 모두들 도랑이라 불렀습니다. 그만큼 도랑은 우리 어르신네들께는 옛 추억을 떠올리는 친구와도 같습니다. 큰 강이 문명을 만들고 큰 하천이 도시를 만들었다면, 아마도 마을 앞 도랑은 마을의 역사와 문화, 주민들을 정착시킨 삶의 근간일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농촌의 도랑은 그 기능을 잃고 있습니다. 도시가 형성되면서, 대지의 실핏줄 같은 도랑은 그 형태가 사라지고, 그나마 남아있는 농촌의 도랑은 물고기 대신 쓰레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집단화된 마을의 오폐수와 가축분뇨는 도랑의 맑은 물을 더럽히고, 논과 밭의 농약과 비료는 도랑의 생명체를 죽이고 있습니다. 복개된 도랑은 햇빛한번 보지 못하고 악취만 납니다.
그 옛날 도랑에서 물장구치고 빨래하던 모습은 이젠 완전히 사라지고, 사람들의 먹는 물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대지의 실핏줄, 강의 근원, 도랑을 살리려 합니다. 도랑과 실개천이 지나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복원사업을 진행할 것입니다.
(사)물포럼코리아(대표이사 : 서울대학교 김정욱교수)와 환경부는 지난 2007년부터 전국 4대강 유역의 도랑의 실태를 파악하고, 오염의 형태에 대한 분석,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통한 복원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07년도엔 전국 100여개 도랑의 실태를 조사하고, 그중 충북 옥천군 안남면에 위치한 잔다리마을 하천 복원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2008년도엔 전국의 200여개 도랑의 실태를 조사하고 20여개의 도랑을 주민과 함께 복원할 계획입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충남에서도 처음으로 도랑을 복원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연기군과 협의하여 연기군 일대 40여개 도랑의 실태를 조사하고, 그중 연기군 서면 신대리에 위치한 숫골천을 복원하기로 했습니다.
지역주민과 함께 숫골천 주변의 각종 쓰레기를 수거하고 숫골천 바닥에 있는 콘크리트를 철거한 후 수생식물을 식재, 숫골천 주변 꽃나무 심기 등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또 지역주민과 함께 마을 잔치도 열 것입니다. 귀 언론사의 적극적인 보도와 취재로 대지의 실핏줄, 한국의 도랑이 보전되고, 사라져간 가재가 다시 돌아오는 숫골천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