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형 주민자치, 시민참여의 새로운 문을 열다
당진형 주민자치, 시민참여의 새로운 문을 열다
  • 최형순 기자
  • 승인 2019.07.11 16: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진형 주민자치,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주민 주권행정’ 실현

과거 농촌경제 중심의 부락단위 공동체에서는 읍면동 직원이나 이‧통장이 가가호호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가능했다.

김홍장 당진시장(우), 주민자치 정책대상(1월 23일)수상
주민자치 정책대상(1월 23일)수상

하지만 도시화,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는 오늘날 읍면동 중심의 행정체제만으로는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요구를 합리적으로 수용하기에는 한계에 다다른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필요했던 관 주도의 행정보다 지금처럼 다원화된 민주사회에서는 지역현안에 대해 지역주민이 함께 행정에 참여하고 논의하며 풀어가는 행정환경이 중시된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1995년부터 실시한 주민자치는 24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지역의 현안을 의제로 다루기보다는 취미와 여가활동 중심의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당진시가 민선6기에서 역점시책으로 추진했던 ‘당진형 주민자치’는 이러한 형식적인 주민자치에서 벗어나 주민자치의 의미 그대로 주민이 중심이 돼 지역사회를 이끌어 가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즉 ‘주민 주권행정’을 실현하는데 있다. 지역주민들이 지역의 현안에 대해 개선방안을 찾고 주민들이 직접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발굴해 추진하는 것이 당진형 주민자치의 핵심이다.

하지만 제도적인 주민자치 기반도 부족하고 주민자치 기능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낮다보니 지난 2015년 3월 제1기 주민자치위원회가 출범할 때만 하더라도 시기상조라는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출범이후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출범한지 9개월 만인 2015년 12월 조례가 개정되면서 좌초 위기를 겪었고, 한 지역에서는 주민자치위원회를 재구성하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이처럼 시행초기 당진형 주민자치가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은 주민들의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점과 지역현안을 주민이 스스로 결정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파격적인 시도에 있었다. 실제로 공모로 위촉된 주민자치위원에게조차도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자치위원회 출범이후 당진시가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당진형 주민자치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2016년 5월, 14개 읍면동별 자율규정인 주민자치운영세칙안이 마련됐으며, 시는 같은 해 11월 충남도내 최초로 주민자치위원들을 대상으로 주민자치학교를 개설하고 주민자치의 이해와 제도적 기반, 사례연구, 관련 조례 등 주민자치위원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소양 교육을 진행했다. 현재는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 교육을 반드시 사전에 이수토록 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또한 시는 전국 최초의 캐릭터 수습 공무원 뚝이를 통해 온라인상에서 시민들과 활발히 소통하며 당진형 주민자치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 왔다. 2017년 선보인 주민자치 교육극은 우리주변에 있을 법한 스토리를 유쾌하게 녹여내며 실질적 주민자치가 결코 우리의 삶과 동떨어지지도, 남의 이야기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신평면 주민총회
신평면 주민총회

- 당진형 주민자치, 성공 비결은?

당진형 주민자치는 지난해 1월 제5회 대한민국 주민자치대회 정책부문 대상 수상을 시작으로 행정안전부 선정 대한민국 주민자치 선도도시 선정, 충남 정부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 최우수 사례 선정, 충남 동네자치 한마당 3년 연속 최우수상 수상, 행정의 달인 배출에 이르기까지 많은 성과를 거뒀다. 2018년 한 해 동안에만 무려 주민자치 분야 8관왕을 달성했다.

전국 시군구의 사례발표 요청도 잇따랐고 당진형 주민자치를 배우기 위해 당진시를 벤치마킹 한 사례도 올해 5월 말 기준 95회 2442명에 달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그렇다면 외부 기관의 평가에서도,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당진형 주민자치를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진형 주민자치 정책 중에는 여러 우수사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이 개인 균등분 주민세를 활용한 지역특화 사업이다. 개인 균등분 주민세는 지방자치단체의 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치경비를 부담하는 조세로 시는 지난 2016년부터 개인균등분 주민세를 주민주도형 주민자치사업 예산을 연계해 지역 주민자치회 중심으로 주민들이 직접 실행하는 읍면동 특화사업과 공동주택 어울림사업 등을 추진했다.

이처럼 개인균등분 주민세와 주민주도형 주민자치가 연계된 특화사업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문화, 교육, 지역복지, 사회진흥, 청소년, 마을계획 등 총 6개 분야로 확대해 추진됐다.

이 사례는 2018년 7월 서울특별시와 지역재단 주관으로 열린 제15회 전국 지역리더 대회와 충청북도자치연수원 주관으로 열린 충북지역 주민자치역량강화 교육에서도 우수사례로 발표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열린 제17회 주민자치박람회에 신평면 주민자치위원회와 당진2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참가했는데, 신평면의 우수사례인 아랫목 토론회와 조나단이랑 떠나는 토요캠프, 당진2동의 고등학생-초등학생 멘토링 사업 모두 균등분 주민세를 재원으로 추진한 지역특화 사업들이다.

- 당진형 주민자치, 대한민국 주민자치의 표준으로

당진형 주민자치의 위상은 지난해 8월 행정안전부가 전국 지자체에 배포한 주민자치회 시범설치 및 운영에 관한 표준 조례 개정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조례 개정안 2조에는 ‘주민총회’와 ‘마을계획’을 담고 있다. 모두 이미 당진시가 2018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주민총회, 마을계획과 내용이 일치한다.

또한 개정안 21조에서는 주민자치회가 읍면동 주민을 위한 공공사업을 추진하거나 사무를 수행하는 경우 전년도 개인균등분 주민세 징수액에 상당하는 예산을 재원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했는데, 주민세를 활용한 주민자치 사업 또한 2016년부터 이미 당진시가 추진해 오고 있는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처럼 당진시가 올해 송악읍 등 6개 지역에서 시범 도입한 주민총회는 최근 들어 주민주권 구현을 위한 선도적인 모델로 크게 주목받았다.

주민총회는 주민자치위원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마을계획단이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직접 발굴하고, 일정 인원 이상의 주민이 모인 총회에서 전자투표를 통해 우선순위 사업을 선정하는 마을회의라는 점에서 광장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전자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선사업은 시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실제 사업화돼 주민주도로 추진된다. 최우선 순위에 선택되지 못한 제안은 주민참여예산제도를 통해 사업화를 모색 한다.

2019년 충남도민참여예산 공모사업에 각각 1위와 2위에 선정된 신평면의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와 당진3동의 ‘낮에도 밤에도 가고 싶은 공원 만들기’ 모두 올해 주민총회에서 주민들이 선택했던 사업들이다.

신평면의 경우 지난해에도 청소년 100인 토론회에서 청소년이 제안한 사업이 도민참여예산 공모사업에 선정돼 사업비 3억 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지역에 필요한 사업과 현안을 잘 알고 있는 주민들이 직접 사업을 발굴해 추진한다는 점에서 상향식 주민자치 모델로도 평가받는 주민총회는 자치단체가 가진 권한 중 일부를 주민에게 돌려줌으로써 자치분권을 실현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2018년 최초 6개 지역에서 시범 도입되었던 주민총회는 올해 당진지역 14개 전체 읍면동에서 진행 중이다.

-당진형 주민자치, 실질적 주민자치 신호탄 쏜다

2015년부터 매년 새로운 정책들을 선보이며 주민자치 분야 대한민국 표준으로 자리 잡은 당진형 주민자치는 제3기 위원회가 출범한 올해도 변함없이 다양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당진형 주민자치의 대표 정책인 주민총회는 14개 읍면동에서 전면 시행됐다. 또한 시는 올해 단체와 단체, 지역과 지역의 경계를 허물고 상생을 모색하는 지역주민 소통협력 사업을 새롭게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해정구역상 서로 다른 읍면동이 비슷한 생활권을 공유하고 있거나 설립취지나 목적, 구성원은 다르지만 상호 협력이 필요한 사업이 있는 경우 지역 혹은 단체가 협력해 함께 추진하는 일종의 공동체 활성화 사업이다. 이미 신평면과 송악읍은 이 사업을 계기로 두 지역의 경계에 위치한 오봉제에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원을 조성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지역주민 소통협력사업 외에도 올해 시가 추진 중인 ‘손끝으로 만나는 우리마을 사업’도 주목해야 한다. 이 사업은 온라인상에서 주민들이 언제나 마을계획을 논의하고 의견을 건의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각자의 생업으로 인해 참여가 여의치 않은 시민들도 주민총회 온라인 투표에 참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주민자치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시는 당진형 주민자치뿐만 아니라 전국의 주민자치 우수사례를 공유하기 위한 전국단위 정책 박람회도 7월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 간 개최한다. 그동안 주민자치 발전을 위한 포럼이 열리기도 했지만 전국 단위의 박람회를 개최하는 건 당진시가 전국 최초다. 시는 박람회 개최에 앞서 7월 22일부터 8월 2일까지를 당진시민 참여주간으로 정했다. 이 기간 중에는 정책박람회 외에도 각 읍면동별로 주민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박람회에서는 정책포럼과 자치분권 특강, 주민자치 분야 우수사례 공유, 사례전시, 프로그램 경진대회, 주민총회 참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특히 근로자 등 평소 주민자치 활동이 여의치 않은 시민들의 참여 활성화를 위해 기업과 상공회의소, 노동자 단체 등과 함께 전국 최초로 근로자의 주민자치 활동을 보장하는 업무협약도 맺을 계획이다.

주민총회의 전지역 확대와 지역과 단체의 경계를 허무는 주민자치,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의견을 주민자치 사업으로 제안할 수 있으며, 근로자도 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고 주민자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도시, 당진은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 구석구석으로 실질적 주민자치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