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실천만이 음식물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기고] 실천만이 음식물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 조홍기 기자
  • 승인 2019.12.1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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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경 충청대학교 평생직업교육대학 초빙교수

1961년 4월 12일은 우주개발사의 기념비적인 날로, 최초로 인간이 우주비행에 성공한 날이다. 당시 소련이 쏘아 올인 로켓에는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타고 있었고, 108분간의 우주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우주에서 지구를 본 가가린은 “지구는 푸른빛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신은경 초빙교수
신은경 초빙교수

가가린의 말처럼 푸르고 아름다운 행성 지구에는 약 800만 종의 동식물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많은 생명체들은 지구의 드넓은 들과, 산과 그리고 강과 바다에 삶의 터전을 일구고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자신이 사는 보금자리와 주변 환경을 파괴하는 유일한 생명체가 있으니 바로 우리 인간이니 창피할 노릇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나이를 약 46억년으로,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을 약 20만 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100년을 살지 못하는 우리로써는 실감하기 어려운 긴 시간이다. 그런데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불과 200년 동안 우리 인간은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인간과 동식물의 보금자리인 지구를 훼손해 왔다. 안타까운 것은 훼손이 여전히 진행 중이며, 그 결과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로 값비싼 대가를 치루고 있다는 점이다.

푸른빛의 아름다운 지구를 파괴하는 것 중 하나가 편리함과 탐욕의 잔재인 쓰레기다. 쓰레기는 배출원인, 성상에 따라 다양하게 나뉘는데 필자가 매일 요리를 하는 주부이자 조리 분야를 교육하는 일에 오랫동안 몸담은 관계로 음식물쓰레기에 대해 얘기하려고 한다.

장 지글러가 쓴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는 전 세계 인구의 약 10%인 8억 명이 영양실조 상태인 반면 전체 음식의 3분의 1이 세계 곳곳에서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해마다 늘어나는 음식물쓰레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하루 배출되는 음식물쓰레기는 약 1만3천 톤으로 1년이면 약 500만 톤에 이른다. 이를 처리하기 위해 8천억 원이란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고 악취와 침출수로 인한 수질오염, 처리 과정에서의 에너지 낭비와 온실가스 배출 등 여러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 문제에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전체 음식물쓰레기의 70%가 가정과 소형음식점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이다. 달리 말하면 가정에서의 노력은 음식물쓰레기를 크게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와 친하게 지내는 일본인 주부는 처음 한국에 와서 엄청난 양의 음식물쓰레기를 보고 무척 놀랐다고 했다. 한국 사람이나 일본 사람이나 삼시세끼 먹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음식물쓰레기 양은 어떻게 그렇게 차이가 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한 끼 해먹을 필요한 만큼의 식재료를 사서 먹을 만큼만 조리하기 때문에 음식물쓰레기가 많이 생길 이유가 없다는 거였다. 실제로 일본 마트에 가 보면 아주 작은 단위의 식재료 판매가 보편화되어 있으며, 보통의 가정의 상차림은 소박하고 간결하여 버려지는 음식물이 매우 적은 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푸짐한 상차림과 국물요리를 선호하고 양념을 중시한다. 한국과 일본의 먹거리와 조리방식의 차이, 그리고 오랜 음식문화가 음식물 쓰레기의 많고 적음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일본가정의 음식물쓰레기가 적은 것은 음식문화의 차이라기보다 일본인들의 생활습관에서 기인한다. 전국적인 ‘NO JAPAN’ 분위기 속에서 필자도 가급적이면 일본제품을 쓰지 않으려고 하지만, 일본 가정의 검소함은 본받아야 할 가치라는 점에는 부정할 수 없다.

자료를 찾아보니 음식물쓰레기를 20% 줄여도 그 효과는 크다. 경제적으로 처리비용이 매년 약 1천 6억 원이 절감되고, 39만 가구가 겨울을 날 수 있는 226만 드럼의 기름이 절약된다. 환경적 측면에서 보면 3억 6천만 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만큼의 온실가스가 줄어 들고, 우리 주변의 악취와 수질오염 개선효과를 거둘 수 있다.

경제적, 환경적 이유 말고도 쾌적한 집안환경, 건강한 식단, 가정 살림살이에 이바지하는 것만으로도 음식물쓰레기를 줄여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이에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조언을 몇 가지 하고자 한다. 내용을 보면 특별할 것도 없이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지만 그만큼 실천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첫째, 합리적인 소비다. 식단과 그에 따른 소비계획을 꼼꼼히 세우고, 필요한 식재료만 적당히 구입해야 한다.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은 폭탄세일, 1+1 행사 등과 같은 충동구매다. 경험에 따르면 충동구매로 구입한 많은 식재료가 냉장고에서 정처 없이 시간을 보낸 후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기 일쑤이다.

둘째, 검소한 조리과정이다. 상차림은 푸짐해야 하고 음식은 많이 만들어야 더 맛있다고들 하지만 그래봐야 남는 것은 많은 설거지꺼리와 음식쓰레기일 뿐이다. 한 번에 푸짐하게 먹거나 많이 만들어 여러 차례 먹는 것보다는 매끼니 다양한 음식을 먹을 만큼 먹는 것이 경제적, 환경적, 그리고 영양학적으로도 유리하다.

셋째, 슬기로운 보관과 활용이다. 식재료가 남았을 때 이를 잘 보관하고 쓰레기가 되기 전에 활용해야 한다. 세상이 좋아져서 인터넷을 찾아보면 식재료 특성에 맞게 오래 보관하는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또한 남은 식재료들을 활용한 다양한 레시피가 차고 넘치니 이를 잘 활용하면 입도 즐거워지면서 음식물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식전환과 실천이다. 얼마 전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오염된 음식물쓰레기를 먹은 돼지에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이처럼 우리가 만들어 낸 음식물쓰레기가 또 어떤 재앙이 되어 돌아올지 모른다. 따라서 음식물쓰레기의 심각성에 관심을 갖고, 생각을 바꾸고 실질적인 행동에 옮겨야 한다. 인식이 올바르게 바뀌어도 그에 부합하는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아무런 결실을 거둘 수 없다.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다보니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국내외 여러 곳에서 노력하고 있고, 성공한 사례도 많다. 성공사례의 한결같은 공통점은 행정지관의 철저한 준비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였다. 만리장성도 다듬어진 돌 한 개에서 시작됐고, 마라톤도 힘차게 내 디딘 한 걸음에서 시작됐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독자 한 분, 한 분의 의 지혜로운 실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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