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 편집국
  • 승인 2006.01.31 18: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람난 남편 이혼 요구, 받아줘야 하나?

▲ 이인상 변호사
주부 유모씨는 8년전 남편 김모씨와 결혼해 남자 아이 하나를 두고 있다. 결혼 당시 남편은 모 공기업 전주지사에 근무하고 있었고 유씨는 간호사로 근무하던 중 동료의 소개로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키크고 잘생긴 얼굴에 좋은 매너로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연애시절 여자교제 문제로 가끔씩 다투곤 하였지만 결혼하면 이 생활도 끝이라는 남편의 말을 믿고 결혼했다.

결혼 후 논산지사로 발령난 남편을 따라 논산에서 살던 중 일이 터졌다.
어느날 우연히 남편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는데 여자 목소리여서 누구냐고 했더니 그냥 아는 사람이라며 전화를 끊었다. 남편에게 추궁했지만 남편은 ‘모르는 사람이다, 잘못 걸려온 전화겠지’하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해 그냥 넘어갔다. 몇 개월 후, 처음보는 여자가 집에 찾아와 남편과 결혼해야 하니 이혼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유씨는 너무 황당한 나머지 남편에게 따졌더니 논산에 와서 만난 여자인데 다 정리되었다며 다시는 안만나겠다고 해서 남편 말을 믿고 끝냈다. 그렇지만 부부싸움 이후 그 일이 마음에 걸려 남편에 대한 애정은 사그라들고 서로간에 대화도 오고가는 것이 없이 가정생활이 삭막해져갔다. 결혼 3년째의 일이다.

남편은 서로 냉각기를 갖자고 제의했고, 유씨는 미혼으로 혼자 살고 있는 전주 언니 집에 가서 살았다. 그동안 남편은 유씨와는 상의도 없이 같이 살던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유씨가 1년여 지난 후 애를 생각해서 다시 합쳐 살자고 했지만 남편은 마음이 떠났다며 이를 거절했다. 결국 유씨는 남편과 합치지 못하고 5년간 별거생활을 하고 있는데 남편은 오랜 별거생활로 더 이상 결혼생활이 의미가 없다며 이혼을 요구했다.

유씨가 이에 응하지 않자 이혼소송을 제기했는데, 남편의 이혼청구는 어떻게 될까?

우리 민법은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사유 6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즉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가 있을 때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이다.

그런데 마지막 이혼사유, 즉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경우 그 원인이 전적으로 또는 주로 이혼을 요구하는 자에게 있을 때 그러한 이혼청구가 인정될 것인가? 다시 말하면 혼인 파탄의 책임있는 자가 오히려 이혼소송을 제기하여 이혼을 요구할 수 있는가가 문제된다.

이에 관해 이론상 혼인파탄을 자초하여 파탄에 책임있는 사람은 스스로 그 파탄을 이유로 이혼청구를 할 수 없고 오히려 상대방이 그 책임자를 상대로 이혼청구를 할 수 있다는 유책주의와 일단 혼인이 파탄된 이상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여 당사자의 책임유무를 불문하고 이혼청구를 허용하자는 파탄주의가 있다.

판례는 유책배우자(파탄에 책임있는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배척하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다만,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적으로 이혼에 불응하고 있기는 하나 내심으로는 혼인을 계속할 뜻이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인정한다. 

사례를 보면, 남편 김씨가 결혼을 한 후에도 다른 여자와 교제를 계속한 것이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었고, 그로 인해 서로간의 냉각기를 가진 후에 아내 유씨가 귀가하고자 했으나 이를 거절했기 때문에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은 남편에게 있다.

비록 그 후 5년간 별거생활로 사실상 혼인생활이 파탄에 이르게 되었더라도 유책배우자인 남편의 이혼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아내 유씨는 이혼청구를 할 수 있다.

/ 변호사 이인상법률사무소 ☎042-471-8080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충청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