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고 진하게 가슴을 울리다”
“잔잔하고 진하게 가슴을 울리다”
  • 토마토 김의경(사진 김선정)
  • 승인 2011.04.2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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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 창단공연하는 김정열기타합주단

“기타를 가슴에 대고 치거든요. 그럼 가슴과 직접 맞닿은 곳에 울림이 느껴져요. 그게 기타의 매력이죠.”
클래식 기타소리는 마치 가족 같은 느낌이다. 드라마 <여름향기> 주제곡이었던 ‘슈베르트 세레나데’, 영화 <스팅>에 나왔던 ‘더 엔터테이너’ 같은 곡을 클래식 기타 연주로 들으면 아주 귀에 익은 멜로디에 흥미가 덜할지도 모르겠지만, 마음이 지치고 버거울 때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그보다 훌륭한 위로가 없을 만큼 푸근하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이 사람들도 자연을 닮은 편안하고 푸근한 클래식 기타 매력에 풍덩 빠진 것일까? ‘김정열기타합주단’ 단원 열두 명이 4월 말 창단합주회를 앞두고 막바지 연습을 하느라 말 그대로 ‘까만 밤을 하얗게’ 밝힌다.

매주 월요일 밤 9시가 되면 가수원, 둔산 등지에서 연습실이 있는 유성으로 모여들어 다음날로 넘어가기 직전인 11시에 연습을 갈무리 짓기 때문이다.

연습실을 찾아간 3월 14일, 마침 기타리스트 김정열 씨의 온몸지휘에 따라 헤르만 네케의 ‘크시크스의 우편마차’ 중 한 부분을 맞추고 있었다. 다소 심심한 연주일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짜잔!”하고 강렬한 부분과 속삭이듯 잔잔한 부분이 확실히 구분돼 듣는 재미가 크다. 창단합주회를 앞두고 바쁜 시간을 쪼개 연습에 참여하는 만큼 세세한 부분도 놓칠 수 없다.

멤버들이 심혈을 기울여 연습하는 덕에, 진짜 공연무대도 아닌데 뒷좌석에서 도둑 청강하는 마음이 몹시 싱숭생숭해진다. 이날이 화이트데이 밤이었지만, 오길 정말 잘했다 싶은 게 정녕 봄은 오는 모양이다.

그런데 잠깐 휴식시간에 열 명 남짓한 멤버를 둘러보니 파란 눈을 한 사람이 눈에 띈다. 호기심에 물어보니 프랑스인이다. 말로 하는 소통은 아직 서툴지만 만국공통언어 음악이 있어 화음을 맞추는 데 크게 무리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멤버 역시 클래식기타 전공자이거나 오랫동안 클래식기타를 수련한 사람들로, 비록 전업 연주팀은 아니지만 바쁜 시간을 쪼개어 연습에 참여할 만큼 열정적이고 실력 또한 이미 프로급이다.

젊은 외국인을 비롯해 중년 남성과 장년 여성까지…. 바깥에선 좀처럼 함께 그려지지 않을 구성체이지만 당사자인 이들은 한결같이 웃는 낯으로 기타 줄을 튕긴다. 간혹 실수를 하거나 화음이 맞지 않을 때에도 타박하지 않고 서로 뒤돌아보며 미소로 격려한다. 지켜보는 이에게 ‘즐기는 음악’이 어떤 것인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덩달아 즐거워질 수 있음을 몸소 일러준다.

이들이 이토록 벼르고 벼른 창단합주회는 오는 4월 30일 5시 반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크시크스의 우편마차’, ‘슈베르트 세레나데’, ‘더 엔터테이너’ 등 영화, 드라마 등을 통해 익숙한 곡뿐만 아니라 중간 중간 매우 고난도 연주실력을 요구하는 곡을 함께 선보여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할 작정이다. 또한, 남성 4인조(서경일, 최원조, 이진훈, 이은명)로 이뤄진 콰르텟, 그리고 성악가 홍효정 씨와 협연도 진행하며 더욱 풍성하고 알찬 데뷔무대를 보여준다.

한 가지 더! 전업 프로 연주팀이 아니면 무료공연을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일 터지만, 이들은 시간을 쪼개 연주회를 보러 온 분들과 100% 음악적 감동을 나누고자 유료로 공연할 예정이다.

“연주회에서 감동은 100% 연주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청중과 연주가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으로 생각해요. ‘연주회장에 가봤더니 표 값이 하나도 아깝지 않더라.’라는 말이 나오도록 멤버 모두가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

합주단을 이끄는 김정열 씨와 멤버들이 채운 열기가 연습실에 가득하다. 그리고 그 열기는 점점 더한다. 아마도 공연까지 이 열기가 더해질 것만 같다.

서정적인 클래식 기타소리에 목말랐던 기타 팬이라면, 아니, 정말 봄이 오는 소리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김정열기타합주단 창단합주회에 기대를 걸어봄직도 하다.

문의 김정열기타합주단 042.476.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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