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세 ’특허출원자‘ 이복상씨 “화재로 소중한 목숨 잃는 사람 없었으면”
77세 ’특허출원자‘ 이복상씨 “화재로 소중한 목숨 잃는 사람 없었으면”
  • 이성현 기자
  • 승인 2021.09.24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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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참사들 지켜보며 심각성 느껴...수년 연구 끝에 개발
방화도어, 대피소 등 비상계단 골든타임 연장 통로로

”더 이상 화재로 소중한 목숨을 잃는 사람이 없으면 하는 마음에서 발명품을 개발해 특허 출원하게 됐죠“

화재 발생 시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발명품을 늦은 나이에 개발한 사람이 있다. 바로 대전 유성구에 거주하는 77세 이복상씨다. 그가 개발한 ‘건물의 비상계단 대피구조’는 말 그대로 거주민이 건물의 각 층마다 연결된 비상계단을 통해 재난으로부터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로 지난 5월 특허청 특허등록을 마쳤다.

비상계단의 경계 위치에 설치되는 방화도어를 비상계단으로의 진입만을 허용함에 따라 화재 발생 지점으로부터 임의의 다른 층으로 드나드는 경로를 차단해 연기나 화재 전이를 방지함과 동시에 비상계단마다 외기가 순환되는 대피소를 마련해 구조 시까지 안전하게 대기할 수 있는 것이 골자다.

<충청뉴스>는 24일 이복상씨를 만나 건물의 비상계단 대피구조에 대한 특허 출원 계기와 활용방안 등 전반적인 설명을 들어봤다.

건물의 비상계단 대피구조에 대한 특허를 출원한 이복상 씨
건물의 비상계단 대피구조에 대한 특허를 출원한 이복상 씨

◆ ‘건물의 비상계단 대피구조’ 특허 출원 계기가 궁금하다.

- 지난 2017년 발생한 제천 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참사를 보더라도 지상 1층 주차장 천장에서 일어난 불이 번지면서 건물 안에 있던 40명이 다치고 29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이 뿐 아니라 전해지는 화재 참사들을 지켜보면서 위험성을 느끼게 됐고, 이쪽으로 관심을 두게 됐다. 누가 만들어도 시급하게 만들어야 하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했고 만든 이가 없어 내가 만들게 됐다.

일찍부터 이런 생각을 줄곧 해왔다. 우리나라 국토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근래 지어지는 건물들은 내부 공간을 확대하고 좁은 부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점차 고층화를 선택하고 있다. 고층 건물은 좁은 부지안에 보다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지만, 상대적으로 저층 건물에 비해 화재 발생 빈도가 높기도 한다. 건물의 높이가 높은 탓에 화재가 발생하면 지상으로 대피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대피 경로가 화재로 차단될 우려도 있어, 저층 건물보다 큰 인명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고층 건물에 화재대피시설을 갖출 것을 요구하는 법안 등이 마련되고는 있지만, 아직 고층 건물 화재 시 건물 내부 인원이 지상으로 용이하게 탈출하거나 필요 시 안전하게 대피하기에 적합하도록 마련된 화재대피시설이 개발돼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평소 그림을 그려왔다. 계단에 주목했고, 계단을 화재나 연기로부터 안전하게 할 방법을 생각하다 특허 속 발명품을 고안하게 됐다.

이복상씨가 개발해 특허 등록을 마친 '건물의 비상계단 대피구조' 개념도.
이복상씨가 개발해 특허 등록을 마친 '건물의 비상계단 대피구조' 개념도.

◆ 건물의 비상계단 대피구조는 어떤 발명품인가.

- 이 대피구조는 크게 비상계단으로의 진입만 허용하는 방화도어, 대피 인원을 수용하는 대피소로 구성된다.

방화도어엔 화재 발생 시 센서가 자동으로 차단되도록 설계돼 있다. 한번 문이 닫히면 내부에서 비상계단으로 진입은 가능하지만 반대로는 열 수 없어 재난 시 모든 층 인원들이 다른 층을 드나들며 대피하는 과정을 억제시키고 화재 발생 지점으로부터 연기나 화재 전이를 방지해 인명피해를 최소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피소는 주 대피실과 보조 대피실로 나눠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비상등과 구호물품, 의료품 등이 내장된 재난 박스와 소화기 등을 비치해 예기치 못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도록 했다. 또 대피소마다 통풍닥트가 설치돼 내부 공기는 차단하고 외기는 공급하는 등 구조 시까지 안전하게 대피해 있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2층 이상 복층 건물이라면 모든 건물에 이 구조를 적용할 수 있다. 건물 계단 활용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비상계단 대피구조 방화도어에 대해 설명하는 이복상 씨
비상계단 대피구조 방화도어에 대해 설명하는 이복상 씨

◆ 신축건물이 아닌 기존 건물에도 적용이 가능한건지.

- 물론 가능하다. 이미 지어진 건물에 대피소를 적용키는 어려울 수 있지만 방화도어는 충분히 가능하다. 방화도어 그 자체로 내부와 비상계단 경계를 완전 차단시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거주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늘릴 수 있다. 화재 발생 시 계단으로만 가면 살 수 있는 것이다.

◆ 해당 발명품이 어떤 식으로 활용됐으면 하나.

- 모든 화재는 일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유사시 이 대피구조를 통해 소중한 생명이 많이 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기쁠 것 같다.

직접 발명품 연구와 사업화를 하고 싶기는 하지만 이제 나이도 많아 직접 하기는 힘들다. 같은 뜻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찾고 있고 그런 사람들과 실제 제작까지 이어지도록 하고 싶다.

이복상씨가 특허출원한 건물의 비상계단 대피구조의 특허증
이복상씨가 특허출원한 건물의 비상계단 대피구조의 특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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