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HD 드라마타운 첫발 내딛다
<토마토> HD 드라마타운 첫발 내딛다
  • 월간 토마토 점필정
  • 승인 2011.04.2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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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규모 실내세트와 지원시설…콘텐츠와 사람 길러야

대전시가 HD 드라마타운 조성사업을 대전엑스포과학공원에 유치하는 데 성공하면서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대전시는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설립을 비롯한 영상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드디어 빛을 발한 것이라며 이번 HD 드라마타운 유치가 대전을 신 한류 중심지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HD 드라마타운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드라마산업 발전을 위해 2014년까지 885억 원을 들여 대전엑스포과학공원 6만 6천㎡(2만 평) 터에 조성하는 종합 영상제작단지이다. 이 단지에는 대규모 드라마와 영화 촬영에 적합한 최대 5천㎡(1천500평) 규모의 대형 스튜디오와 수술실과 항공기 등 실제 촬영이 어려운 곳을 재현한 특수세트, 특수효과 스튜디오, 야외 근대촬영장, 미술제작센터 등을 건립할 예정이다.


현재 대전시는 HD 드라마타운이 왜 필요한 거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09년에 낸 ‘<HD 드라마 타운> 설립과 방송콘텐츠 제작인프라 구축방안’이란 제목의 연구보고서에서는 제작비 절감을 공적으로 도와주는 방안으로 종합 영상제작단지 조성을 얘기하고 있다.

보고서는 “드라마가 한류열풍을 이끌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광고시장이 한정된 가운데 제작비가 폭등하고 방송국이나 제작사 모두 수익창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라며 “HD 제작 스튜디오와 촬영장비, 후반작업시설 등 제작 인프라를 공적으로 저렴하게 지원해 제작비를 줄이는 것만이 방송콘텐츠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보고서는 “정부의 <제3차 방송영상산업진흥 5개년(2008~2012) 계획>에서 방송영상콘텐츠가 신 경제 성장산업의 핵심이며, 특히 드라마를 우리나라 브랜드 콘텐츠로 육성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라며 “국제적으로 방송콘텐츠 경쟁력강화를 위해 정부 주도로 방송영상콘텐츠 제작센터 건립에 나서는 만큼 우리나라도 빨리 HD 드라마타운을 조성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대전과 드라마의 낯선 조합

사실 드라마를 편성할 수 있는 방송국은 물론 제작사까지 모두 서울에 있는 상황에서 대전에 드라마타운이 들어선다는 것은 다소 뜬금없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 수도권 촬영장을 두고 대전까지 와서 드라마를 제작할 제작사가 얼마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쪽대본’으로 알려진 국내 드라마 제작환경에서 서울과의 거리는 여러 면에서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정부와 대전시는 HD 드라마타운이 지금이 아닌 미래 드라마 제작환경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중앙, 조선, 동아, 매일경제 종합편성채널 네 곳이 방송을 준비하고 있고, 다양한 형태의 영상매체가 생겨나는 미디어 환경에서 방송영상콘텐츠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수도권 촬영장만으로는 이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현재 운영하는 스튜디오 가운데 가장 큰 것이 1천700㎡(500평)인데, 이것만으로는 점차 대형화되는 세트규모를 감당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대형 실내스튜디오 설립이 시급한 상황에서 대전은 대전엑스포과학공원이라는 가용 터가 있고 서울과의 거리도 그리 먼 편이 아니므로 HD 드라마타운 조성을 위한 조건이 경쟁도시보다 월등했다고 대전시는 설명한다.

그리고 대전시는 대덕연구단지에 입주한 연구기관이 확보한 특수영상 원천기술을 활용해 미래 영상콘텐츠 제작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물론, HD 드라마타운을 실제 이용할 드라마제작사도 대전 입지를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HD 드라마타운 사업추진 실무를 맡은 대전문화산업진흥원은 “지금 계획한 시설에서 1년 내내 제작이 이뤄진다고 해도 영화는 10편, 드라마는 16부작 미니시리즈 기준 20편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며 “HD 드라마타운은 대형 스튜디오가 필요한 대작 드라마와 영화에 한정해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유치가 우선이었다”

그러나 HD 드라마타운 유치를 두고 비판적인 목소리가 있다. 이미 대전을 염두에 두고 진행된 사업을, 그것도 애초 계획보다 한참 축소된 채로 유치한 것이 민선5기 최대 치적으로 자랑할 일이냐는 것이다.

애초 HD 드라마타운은 23만 1천㎡ 터에 1천700억 원을 투자해 대규모 종합세트를 짓는 국책사업이었다. 그러나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결과 발표가 계속 지연되었고, 대전시는 두 차례에 걸쳐 사업규모를 축소해 수정안을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KDI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발표가 늦어져 HD 드라마타운 사업비가 정부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그래서 대전시는 충청권 국회의원들과 국회에서 증액발의를 통한 예산반영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4대강 사업과 맞물린 예산정국 급랭으로 논의대상에서 제외될 위기를 맞았다. 그러다 가까스로 HD드라마타운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비 10억 원을 2011년 예산안에 반영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HD 드라마타운 유치와 사업추진 실무를 맡은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전략사업부 이정근 팀장은 “사업 규모를 떠나, 사업이 무산되지 않고 일단 진행되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라며 “당장은 사업규모가 줄었다고 해도, HD 드라마타운이라는 기반이 있기 때문에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한편으로 HD 드라마타운이 지역에 별다른 이득을 줄 것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어차피 서울 제작사가 서울 스태프와 서울 배우들과 비공개로 작품을 촬영할 터고, 결국 대전이 얻을 것은 저렴한 스튜디오 대관비뿐이라는 얘기다.

이에 이정근 팀장은 “지금 당장은 직접적인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HD 드라마타운이 본격적으로 돌아가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드라마 제작에서 세트와 소품, 의상 같은 미술제작 부분 비용이 큰데, 이와 관련한 인재 육성과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팀장은 “국내 최대규모 스튜디오를 활용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산업적인 부분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우리 대전문화산업진흥원과 대전시가 영상 관련 기업과, 드라마 제작사 종합편성채널 지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만큼, 곧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또 가칭 대전 아시아 드라마 페스티벌이나 테마파크 조성 등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고 이 팀장은 덧붙였다.


문화산업은 결국 사람 싸움이다

사실, 대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문화산업 분야에서 투자는 하드웨어에만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그것이 일정부분 문화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는 하지만, 정작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것을 문화산업으로 발전시킬 ‘사람’을 육성하는 데는 소홀하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경제효과가 얼마이고 영화 <아바타>에 쓰인 컴퓨터그래픽과 특수효과에 관심이 많지만, 정작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에는 관심이 적은 것이 현실이다.

창작 인력 육성에 대한 관심과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기왕이면 창작 인재 육성이 대전에서 이뤄지면 좋겠다. 영상 원천기술도 좋지만, 콘텐츠에서 기술은 부가적인 요소일 뿐이다. 어차피 자본력과 기술력으로 할리우드 드라마와 경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노려야 할 승부수는 재밌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낼 사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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