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에 게스트하우스가 생긴다고?
대흥동에 게스트하우스가 생긴다고?
  • 월간토마토 김의경
  • 승인 2011.06.14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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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동 안내소, 문화교류, 아카이빙 등 다양한 구실 기대

대흥동 안내소, 문화교류, 아카이빙 등 다양한 구실 기대

대흥동에 게스트하우스가 생겼다. ‘설탕수박’이라는 술집 바로 옆 골목 끝에 있는 ‘산호 여인숙’이다. 5월 31일부터 임시로 영업을 시작해서 오는 8월에 정식으로 문을 열 예정이다.

그런데 웬 게스트하우스? 대흥동이 인사동처럼 유명한 볼거리가 있어 사람들로 북적이는 관광지도 아니고, 모텔이나 여관 같은 숙박업소라면 주변에 이미 적잖게 있거늘. 농촌관광을 목적으로 한적한 시골에 게스트하우스를 세우는 것은 봤어도, 대흥동에 게스트하우스라니, 어떻게 된 일일까? 누가 무슨 꿍꿍이를 벌이는 것일까?

편하게 묵으면서 교류하는 공간

‘산호 여인숙’은 지난 1977년 처음 문을 연 동네여관이다. 그리고 근래까지 10년 정도 운영하지 않고 비어 있었다. 이곳이 바로 대흥동 게스트하우스, 산호여인숙이다.

게스트하우스 운영자는 문화활동가 송부영 씨다. 그는 지난해 대흥동립만세와 맺은 인연을 계기로 대흥동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맡았다. 송 씨 외에도 대흥동립만세 마을기업 사업단도 게스트하우스에 관심을 두고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송부영 씨는 ‘산호 여인숙’이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라고 말했다.

“대흥동은 문화예술이 활발한 곳이라 다른 지역에서 문화예술인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많이 다녀가는데, 머물면서 교류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요. 그래서 ‘모텔이나 여관보다는 편하게 묵으면서 교류하고, 지역을 이해하는 공간을 만들자,’라고 뜻을 모아 이곳 문을 열게 된 거죠.”

‘산호 여인숙’이라는 이름은 그 당시 낭만과 판타지가 묻어나는 데다, 옛 역할을 이어간다는 역사성을 살리고자 기존 상호 그대로 가져가기로 했다고 한다.

공사를 막 시작했던 두 달 전 모습을 기억하는 본 글쟁이에게 현재 산호여인숙은 전혀 다른 공간이었다. 오랫동안 사람 손길이 닿지 않아 낡고 음침한 분위기(귀신 나올 법한)마저 감돌았던 곳이 두 달여 만에 산뜻하게 변했다. 천장을 뜯어내고 페인트를 다시 칠했으며, 타일도 새로 붙였다. 이제 조금만 정리하면 여느 숙박시설 못지않게 쾌적한 곳이 될 것 같았다.

대흥동을 공유하는 공간

공사현장에서 송부영 씨를 비롯한 게스트하우스 관계자들은 막바지 공사로 몹시 분주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대흥동 마을기업 사업단에서 직접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랍장 위에 수북이 쌓인 믹스커피 봉지, 페인트 잔뜩 묻은 옷과 신발에서 이들이 얼마나 많이 이 공간에 힘을 쏟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는 지상 2층 건물로, 객실은 모두 아홉 개다. 그 중 1층은 대흥동 아카이브, 전시 등을 하는 복합문화공간과 사무실, 2층은 머무르는 사람끼리 교류하는 소통의 장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특히 1층에 있는 방 벽면 한쪽을 다 차지한 붙박이 책장은 미리 꽂아 둔 책과 인쇄물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공연과 전시 같은 온갖 소식을 접하는 공간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지금은 밑그림 정도지만, 8월에 열리는 대흥동립만세 같은 대흥동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화행사 때엔 다양한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다. 만약 원도심 답사 등 이 일대를 무대로 테마별 코스여행을 기획한다면 게스트하우스는 저렴하게 숙박하면서 대흥동과 대전을 알 수 있는 안내소로서 주목받을 것이다.

사실 대흥동에 문화예술인이 많고 문화예술을 풀어내는 공간이 많이 모여 있다고는 하나,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고리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게스트하우스 안에 아카이빙 공간을 두고 안내소 구실을 한다면 대전문화의 원형이라 일컬어지는 ‘충남도청’이나 대흥동 뾰족집 등 근대공간부터 중장년층의 추억이 서린 공간, 지금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네의 표정을 담을 수 있고, 이를 또다시 지역주민과 외부인에게 설명하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송부영 씨 역시 “한 번에 모든 기능을 갖추긴 어렵지만, 점차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님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머물고, 대흥동 관련 이야기는 모두 들을 수 있는 공간”으로 게스트하우스가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송부영 씨 바람대로, ‘산호 여인숙’으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에 사람들이 북적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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