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인성교육 새 패러다임 '흙'
어린이 인성교육 새 패러다임 '흙'
  • 월간토마토 김의경
  • 승인 2011.07.07 13: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남어린인성학습원 “모든 순환의 시작, 흙 가지고 놀다”

최근 몇 년 사이 트레킹(trekking;도보여행 또는 걸으며 하는 사색여행)이 유행이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앞만 보며 내달리던 것에서 속도를 늦춰 여유롭게 주위를 둘러보자는 것이 주목적이다. 그러나 단순히 걷는 행위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땅(흙)을 밟는다.’라는 것에 전제한다.
그런데 언제부터 흙이 산으로, 들로 찾아가 밟아야 하는 것이었나. 공기처럼 늘 옆에 있을 줄 알았는데, 무심코 내려다보니 온통 아스팔트 아니면 보도블록뿐이다.

아이들이 소꿉장난하며 노는 아파트 놀이터조차 찰과상, 중금속오염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모래판을 걷어내는 대신 우레탄을 깐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요즘 흙을 무서워하는 아이들이 점점 늘고 있단다. 게다가 주택에 사는 아이보다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흙을 경계하는 경우가 많단다.

유아 대상 ‘흙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충청남도어린이인성학습원 이정임 인성개발실장은 “요즘 숲 속 벌레, 나무, 풀 등을 관찰하는 프로그램도 많이 있지만 흙이 보다 근본적이고, 모든 순환의 시작이라, 이를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을 집중 운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충청남도어린이인성학습원은 충남의 여성, 가족, 사회복지정책을 개발하는 기관이다. 도내 아동을 대상으로 다양한 생태교육 및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6월 15일 글쟁이가 학습원이 있는 충남 공주시 반포면에 들어서자, 어린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흙놀이를 하고 있었다. 초여름 햇볕이 꽤 강렬했음에도 아이들은 얼굴에 흙을 묻히고 재미있어 하는 눈치였다.

이천도자기 흙을 원료로 한 흙물감 그림 그리기, 흙 판에서 뛰어놀기, 흙물 가지고 놀기 등 다양한 체험활동이 탁 트인 학습원 마당, 뒷산 체험장 등지에 펼쳐졌다.

간혹 진흙을 경계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이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은 “재밌다.”라며 까르르 웃었다.
비가 오면 야외활동 대신 흙을 이롭게 하는 지렁이에 대해 배운다. 5세 미만 어린이는 흙과 처음으로 마주하면 더러울까, 뭐지? 하며 경계하는 경향이 있고, 6~7세 어린이는 순간적이고 폭발적인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이렇게 흙을 밟고, 만지면 특유의 촉감과 향 때문에 마음이 안정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놀이가 인성과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이정임 인성개발실장은 “인성이 곧 본성 아니겠느냐.”라며 “순환에 기초한 흙을 만지면서 감정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표출하면서 정서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충청남도어린이인성학습원에서는 ‘흙 세상’ 교육은 6월로 끝을 내고, 숲 생태체험, 색깔 놀이터 등을 진행할 예정이란다.

흙과 인성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학술적으로 규명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한 가지 분명한건 흙을 조물거리는 아이들 표정이 무척 즐거웠다는 사실이다. 다만, 새로운 것과 노는 양 흙을 신기해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흙으로 밥도 짓고, 커피도 끓이며 소꿉장난 했던 글쟁이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 조금 씁쓸할 뿐이었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충청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