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예술회관 임대지원사업 논란
대전예술회관 임대지원사업 논란
  • 월간토마토 이용원
  • 승인 2011.07.2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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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가치와 의미가 쪽수에 정비례한다는 행정편의적 발상?

소송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는 등 볼썽사나웠던 대전 예총(한국문화예술단체 총연합회 대전광역시 연합회) 회장 재선거가 끝났다.

그 난리통에 대한 씁쓸한 기억이 사라지기도 전에, 이번에는 예술회관 임대지원 사업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예총회관 임대지원 사업은 지난 2010년 11월 9일 정례기자회견에서 염홍철 시장이 발표한 원도심 활성화 시책 중 하나다.

대전시 가 올해 예산안 중 ‘예총회관 임대지원 사업 11억 원’을 책정해 지난해 말 시의회에 제출하면서 논란이 됐다. 특정 단체 이름이 거론된 임대지원 사업을 놓고 예산 효율 성과 형평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논란이 일자 시는 ‘예술회관 임대지원 사업’으로 명칭을 바꿨다.

예‘총’회관과 예‘술’회관

예산 심의 과정에서 예총회관이 슬그머니 예술회관으로 그 이름을 바꿨으나 그 내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알려진 바로 는 예술회관 임대를 추진하면서 대전예총과 그 산하단체 사무실을 두는 것으로 염두에 두고 사업을 추진했다.

논의 대상을 대전예총으로 삼은 것이다. 이 때문에 대전충남민예총을 비롯한 예술단체가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어떻게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실마리는 이 사업을 시로부터 위탁받아 시행하는 대전문화재단 문옥배 사무처장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예술회관 임대지원 사업에 첫 시작은 이렇다. 대전예총에 소속한 10개 협회에서 예총회관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먼저 시에 건의했다. 그러니 이 사업의 발생은 대전예총에서 온 것이다. 무조건 민예총이나 다른 예술단체를 배제하고 시작한 사업이 아니다.”

지원 사업이 대전예총 건의로부터 출발했다는 점이다.

논란이 일면서 예총회관 임대지원 사업이 예술회관 임대지원 사업으로 바뀌었으니, 대전예총 입장에서는 ‘죽 쒀서 개 준 꼴’이 다. 예술회관 지원을 건의한 대전예총이나, 이를 받아들인 대전시나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마치, 자식 중 큰아이에게만 옷을 사주었다가 다른 아이들에게 들켰을 때의 그 난감함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결국 시는 아이 어르고 달래듯 사업명을 살짝 바꿔주었다. 총과 술의 차이다. 그렇다고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큰아이를 염두에 두고 산 옷은 큰아이가 입을 수밖에 없는 옷이기 때문이다.

‘쪽수 우위’를 넘어서

왜 비유를 ‘큰아이’라고 했는지는 문옥배 사무처장이 밝힌 다음 이야기 때문이다.

"시에서는 대전예총이 대전을 대표하는 단체라고 판단했다. 이것은 다른 단체를 무시하고 판단한 대표성은 아니다. 많은 예술인이 가입한 협회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장소가 있으면 문화예술사업 시너지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이 사업의 예산을 책정한 것일 거다. 전국의 다른 지자체에서 예총 회관을 지어주거나 지원해주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건의를 받고 관련 예산을 편성한 대전시 시각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대전예총을 대전 대표 문화예술 단체’라고 인식하고 있다.

여러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자칫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는 표현이기에 문 처장도 조심스럽게 부연설 명을 했을 게다. 대전시의 이런 시각에는 ‘회원 수’가 미친 영향이 크다. 예산을 편성하는데 별 부담이 없었을 것이다.

공적 예산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그 수혜 대상이 얼마나 되는지는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그러나 문화·예술 장르는 조금 얘기가 다르다. 쪽수로 말하는 장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행위의 가치와 의미가 반드시 쪽수에 정비례하지 않는다. 그게 예술이라는 장르다.

그래서 우리는 예술영역에서 협회 중심 예산 편성과 지원이 얼마나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며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급감시키는지 잘 알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단체 중심으로 나눠주는 문예진흥기금 지원방식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논란이 늘 뒤따르는 것 아니던가.

오히려, 대표 단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예총회관 지원 사업비 편성 결정은 ‘정치적 고려’가 더 크지 않았을까 싶다.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거나, 예상했으면서도 사업을 강행할 정도였다면 별 부담이 없었다는 의미다.

지역 문화예술 발전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깊게 고민하고 계획한 일은 아니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선거 앞두고 시골에서 마을 안길 포장해주며 인심이나 얻어 보려는 자치단체장의 마음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240평에 사무실 회의실 창작공간까지?

논란이 일자 대전문화재단은 일단 대전충남민예총과 대전 예총 두 곳에 ‘예술회관 입주 희망에 대한 공문’을 보냈다. 그 많은 단체 중 하필 왜 두 단체냐는 질문에 ‘전국 단위, 중앙 단위’를 기준으로 삼았다는 설명이다.

‘대표단체’라는 시각과 마찬가지로 ‘규모의 미학’에 치중한 논리다. 시대 역행이다. 누가 보아도 그냥 면피하기 위한 구색 갖추기다.

현재 대전문화재단이 추진하는 예술회관은 선화동 동양투자신탁 건물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 층을 빌려 사용하며 임대료는 3년 전세계약에 9억 원이다. 사업비 11억 원에서 남 은 2억 원은 리모델링비에 사용한다.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예술회관 안에는 예술단체 사무실 이 외에 교육실, 회의실, 창작 공간(연습실)을 만든다. 또, 이곳은 모든 예술단체가 신청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재단 측은 강조했다. 전용면적이 대략 240평이라고 하는데 이 모든 계획한 공간이 효율적으로 나올지 의심스럽다.

예상한 것처럼 예총을 비롯한 소속 열 개 협회만 들어간다고 해도 100평은 족히 사용할 것이다. 나머지 공간으로 회의실과 교육실, 창작공간을 만들면 어느 정도 규모일지 짐작할 수 있다. 많은 이가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 싶다.

대전예총과 소속 열 개 협회가 입주해 있는 공간에 얼마나 많은 타 단체 혹은 개인, 아니면 아마추어 예술인이 맘 편히 사용할지도 의문이다. 이 공간은 문화재단에서 직접 운영 관리를 맡는다는데 의도하지 않더라도 예총에 대한 추가 변칙 지원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현재 ‘왜 대전예총에게 그런 특혜를 주느냐?’라는 측면에서만 이 사안을 보면 자칫 함정에 빠질 수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논란 때문에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사안을 대전예총과 나머지 문화예술단체 간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본질이 그것은 아니다.

필요한 건 ‘회관’이 아니라 ‘공간’

이 공간을 예술인이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집단 토론이라도 벌여 입주 단체를 결정하고 공간 중 일부를 공용공간으로 돌려 원칙적으로 예술인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면 문제를 깨끗하게 해결하는 것인가?

지금 벌어지는 논란은 잠재울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정답은 아니라고 본다. 지금 우리 지역 예술 현안 중에 정말 시급한 것이 ‘공간’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어떤 ‘공간’이 시급한가다. 소프트웨어를 왕성하게 만들어내고 이 결과물을 담아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게 우선순위다.

작업실을 마련하기 어려운 전업 예술가나 꿈꾸는 아마 추어 예술가가 부담 없이 사용하고 대중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크고 작은 공간이 먼저다. 단체나 협회 등 이익집단의 행정 처리를 위한 공간은 그다음이다. 일의 순서라는 것이 그렇다.

상층부를 만들고 하부를 구축해 가는 방법도 있겠으나 이는 혁명이라도 일으키려 할 때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 공간에서 예술혁명이라도 일으키려 하는가.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그 반대여야 한다. 예술분야라면 더욱 그렇다.

지역을 풍성한 문화예술의 바다로 만들어 놓으려면 예술가 한 사람, 한 사람, 시민 한 명, 한 명이 언제라도 편안하게 예술 행위를 벌이고 누릴 수 있는 토대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순리다. 시급한 곳에 먼저 예산을 써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예총회관에 대해 소회를 밝힌 한 원로 예술인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대전 예술계를 관통한 인사로 그 역시 대전예총 회원이다.

“50년 역사를 가진 대전예총이 아직도 회관 하나 만들지 못했다는 것은 문제지. 이 얘기를 하니까 시에 얘기는 하는데 잘 안 된다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내가 뭐라고 했어. 회원이 5천 명이면 한 사람당 10만 원씩만 내도 5억 원이야. 거기에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후원도 좀 받고 해서 다만 10억 원이라도 자체적으로 만들어 놓고 도와달라고 얘기를 해야 말이 되는 거지.”

곰곰 씹어 생각해보면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있다. 예술회관에 들어가는 11억 원이라는 돈의 출처가 어디인지, 지금 대전 문화예술계에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궁극의 문제는 무엇인지에 대한 진중한 고민이 이어지고 그에 뒤따르는 정책을 생산했으면 정말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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