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체험학습의 장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생생한 체험학습의 장 ‘이보다 좋을 순 없다’
  • 편집국
  • 승인 2005.09.02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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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자연사박물관

몇 년 전, 대전 엑스포 광장에 모조 공룡 몇 마리와 뱀 전시회가 있었다. 그 좁은 공간에서 그것을 보려고 얼마나 사람들이 줄을 섰는지, 표를 파는 사람들이나 서있는 사람들이나 진땀을 흘리고 있는 것을 보고 대전사람들이 얼마나 희귀한 것에 목말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와는 차원이 다른 곳, 때를 기다리지 않아도 연중무휴로 볼 수 있는 곳이 오픈했으니 바로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이다. 이곳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사계절 경치가 아름다운 계룡산 자락에 위치한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은 큰 뜻을 내비치며 2004년 9월 21일 마침내 문을 열었다. 현재 국내에는 목포와 서울 서대문에 국립자연사박물관이 두 곳이 있지만 이곳은 유일하게 민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 총면적 4천평 이상 국내 최대 규모의 자연사 박물관으로 소장품은 20만 7천여 점 중에 5천 ∼7천 만점씩을 교체하여 전시하고 있다. 이곳은 1층-공룡의 세계, 2층-생명의 땅 지구, 3층-자연과 인간이란 테마로 이루어져 크게 우주로부터 작게는 곤충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알고 싶어하는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는 장소다.

그러면 이곳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입구에 들어서면 길 옆으로 길게 늘어선 여러 가지 공룡의 모습들이 보이고 박물관 바로 밑으로는 보기에도 시원한 분수대가 있다. 또한예쁘게 심어진 정원수를 향해 물을 뿜는 광경과 만유인력을 발견하게 된 뉴턴의 사과나무 종자가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다음으로 안내데스크에 들어서면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일명 계룡이(청운공룡)의 거대한 뼈가 눈에 띈다. 이 공룡은 미국 와이오밍주 모리스 지층에서 발굴되어 원형이 85%이상 보존된 길이 25M, 높이 16M(건물4층 높이), 몸무게 80톤(코끼리 15마리)의 표본으로 세계에서 3개 밖에 없는 세계 최대 초식공룡이다. 천장에는 하늘을 날았다는 익룡이 걸려있고 뮤지엄샵과 특별전시실, 강당을 볼 수 있다.

2층에는 우주, 지구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 여러 가지 광물과 보석, 화석 등 동물의 세계와 바다, 곤충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데 진열된 수백 마리의 나비와 각양각색의 희귀새들, 물고기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3층은 식물의 세계와 인류의 진화 과정을 주제로 영상실과 수석, 분재정원이 있으며 자연상태로 만들어진 600년 된 학봉장군 미이라가 전시되어 눈길을 끈다. 또한 전시품을 둘러보고 차를 마시며 피곤한 몸을 쉴 수 있는 카페테리아가 있다.

이곳의 많은 전시품 중에는 특별히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이 있는데 그 중에는 계룡이, 맘모스, 동굴곰, 동굴사자, 화석인 드로마이사우로스, 시타코사우루스, 암모나이트, 검치호랑이, 긴 흰수염고래, 천연기념물들, 보석(108탄생석, 천국의 12보석)등이 있다. 전시시설 외에도 다양한 공간을 갖추어 국제회의, 전시, 세미나, 학회, 결혼식 등의 용도로 대관해주고 있다.

이러한 박물관은 가까운 일본만 해도 200여 개가 넘지만 국내에서는 너무나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동안 대전의 학생들이 실물을 보기 위해서는 단체로 체험학습을 가거나 아니면 의식이 깨어 있는 부모를 따라 먼 곳까지 가야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국내 유일의 계룡산자연사박물관으로 인해 대전의 시민들은 그 수고를 덜게 되었으니 그것은 우리가 사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동학사 옆에 있기 때문이다.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은 이기석(86) 관장이 자신의 사재를 다 털어 40년 간 모아온 희귀한 자료들을 만인의 교육자료로 내놓기 위해 지었다. 그는 충남 청양군 운곡면에서 태어나 학교와 병원이 없어 고생하던 어린 시절의 아픔을 모태로 하여 의사의 길을 걷게 된다.

살면서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은 이관장은 대전보건대학을 설립하고 동양 최초의 박물관 학과를 개설, 충실한 인적자원을 양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국립중앙박물관에 1년 간 교육생으로 지내기도 한 그는 OECD가입 국가 중 세계 박물관 협회에서 자연사박물관으로 인정 못 받은 나라는 한국뿐이라는 데에서 자연사박물관 건립 의지를 가지게 되었고 그의 끈질긴 노력 끝에 세계박물관협회(ICOM)에 등록, 2004년 ICOM서울 대회에는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이 참여하게 되었다.

“소장품을 장롱 속에 넣으면 내것 한 점 밖에 안되지만 1만 명이 볼 수 있도록 내놓으면 1만점이 된다. 노벨과학상 수상은 그 나라의 박물관 수에 비례한다”며 배우는 학생들이 노벨상 수상 과학자의 꿈을 실현 할 수 있도록 계룡산 자연사 박물관이 그 역할을 다 할 것이라고 이 관장은 말한다.

이기석 관장은 40여 년 동안 수집한 표본 중에 애착이 가지 않는 것이 없다며 귀중한 자료가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급한 나머지 세계 이곳저곳을 안 다녀 본 곳이 없을 정도라고 했다. 예전에는 노력하면 귀중한 표본자료라 할지라도 운 좋게 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국가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물의 경우, 나라마다 해외 유출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자료들을 구할 수 없는 상태다.

이관장의 소장품 중에 사연이 없는 것이 없겠지만 그중에서도 한가지만 이야기하자면 1층에 전시된 청운공룡(브라키오사우루스)이다. 이것은 2001년 계룡산자연사박물관 팀과 래리마틴 박사가 이끄는 캔사스대학 연구팀이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발굴하여 복원한 거대초식공룡이다. 이 공룡은 미국에서 발견되었고 큰 가치가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미국 측에서 거액을 제시하며 국내로 들여오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았다. 

 하지만 그들을 설득하고 국내로 들여오게 되었을 때는 그 기쁨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김태경(35) 홍보과장은 “현재 이 박물관은 한국 기초과학 지원연구원, 한국 지질자원 연구원과 협약하여 교육프로그램과 전시물 자료 연구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그냥 전시만 하는 다른 박물관과는 다르게 과학적인 면을 함축하여 교육하고 창출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때 이곳을 세울 때 세간에서는 환경파괴를 문제삼아 반대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지역은 온천개발을 한다고 여기저기 땅이 파헤쳐졌는가 하면 주위에 숙박업소가 널려 있다. 이것들이 들어설 때 누가 와서 ‘안 된다’고 큰 소리 한 번 쳤는지 물어보고 싶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사재를 털어 애써 모은 보물들을 전시해도 매달 적자인 재정을 감당 못해 홍보 한 번 해보지 못하고, 게다가 정기적으로 전시물을 교체하는 비용도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계룡산자연사박물관.
우리는 앞만 보는 근시안적인 삶에 눌려 먼 곳을 바라 보지 못해서는 안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가릴 수 있는 안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겠다.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은 매달 마지막주 일요일 오후 4시, ‘재미있게 저절로 배우는 자연 이야기’ 특강을 열고 약 1시간 동안 무료교육을 하고 있다.   
/ 송윤영 기자

안     내 : 042-820-7500 
좌석버스 : 102번(LG주유소하차) 도보로 15분, 103번(휴일만 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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