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그룹이 불안과 초조함에 휩싸였다.
검찰이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확대와 관련된 윈앤윈21과 큐캐피탈홀딩스 등 구조조정 회사들을 압수수색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계열사 확대 과정의 인수합병으로까지 번지면서 그야말로 좌불안석의 긴장 상태에 빠져 있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에 압수수색당한 회사들을 전혀 들어본 적도 없다“며 검찰이 어느 선까지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압수수색이 지난 2일 극비 출국한 정몽구 회장에 대한 검찰의 압박카드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검찰의 그룹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이미 방대한 자료를 입수한 만큼 그 결과물이 하나둘 터져나오는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이번에 압수수색의 대상이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주요 주주로 있었던 본텍 등 주요 계열사 인수합병에 참여했던 회사들이어서 현대차 그룹의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이 5년여만에 재계 서열 5위에서 2위까지 급성장할 수 있었던 데엔 인수합병(M&A)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편법 인수합병 의혹이 있는 회사로는 기아차에 변속기를 납품하는 '위아'와 기아차에 오디오를 납품하던 전장부품업체 본텍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구 기아그룹의 정밀종합기계 계열사인 위아의 경우 현대차그룹이 1999년 초 기아차를 인수한 뒤 그 해 10월 위아 지분 76.33%를 주당 1원에 기업구조조정회사 윈앤윈21과 한국프랜지에 매각했었다.
그후 윈앤윈21의 지분은 큐캐피탈파트너스로 넘어갔고 2001년 말 현대차그룹은 큐캐피탈파트너스가 갖고 있던 위아 지분 90.6%를 다시 인수했는데,당시 600억원 이상 순이익을 낸 위아의 주식 694만주를 주당 100원,겨우 6억9천4백만원으로 매입해 의혹이 제기됐었다.
또 본텍은 지난해까지도 정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주요 주주였던 회사로 정 사장은 지난해 9월 현대차가 독일의 전자회사 지멘스와 함께 현대오토넷을 인수하자 자신이 보유한 본텍 지분(30%)을 지멘스에 매각했다.
그러나 나머지 본텍 지분은 글로비스(30%)와 기아차(40%)가 보유하고 있었고 이후 현대오토넷이 본텍을 합병하며 본텍의 주당 가치(액면가 5,000원)를 23만3,500원으로 평가하게 되자 정 사장이 대주주인 글로비스의 기업 가치가 크게 높아지게 됐다.
이후 글로비스는 지난해 12월 거래소에 상장됐고 정사장은 한때 5천억워이 넘는 평가이익을 냈다.
이들 회사의 공통점은 모두 옛 기아차 계열사로 화의기업이었다는 것.
이처럼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가 다시 옛 주인인 현대ㆍ기아차그룹의 핵심 계열사가 된 것인데 검찰은 구조조정 전문회사들이 이를 맡아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옛 기아 계열사들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차익을 남겼다는 게 검찰의 판단으로 보이는데 이 때문에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이 경영권 승계부분으로 확대되는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도 있어 현대차그룹은 그야말로 좌불안석(坐不安席)의 초조함을 보이고 있다.
정몽구 회장의 출국에 이어 터져나온 검찰의 공격. 현대차그룹에게 어떤 앞날이 기다리고 있을지 주목된다.
CBS경제부 정재훈 기자 floyd@cb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