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문화·예술이 지역에 정착하려면…
독립 문화·예술이 지역에 정착하려면…
  • 월간토마토 성수진
  • 승인 2011.10.2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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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독립문화예술단체 <인디053>…"어떻게 살아남을지 고민한다"

‘인디053’ 이름부터 모호하다. 인디053이 개최하는 인디컬처포럼에 초대받아 사전조사를 했지만 대체 어떤 성격을 띤 단체인지 한마디로 정의할 방법이 없었다. 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정체가 무언지 도저히 갈피를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independence(독립)’의 준말인 ‘인디’. 주로 음악에서 많이 사용되는 말로 상업화에 동조하지 않는 부류와 움직임을 뜻한다. 최근에는 다양한 장르에서 사용한다. ‘인디053’이 걸어온 길도 ‘인디’라는 단어의 의미가 확장된 것과 비슷하다.

2007년 록과 힙합을 하는 동갑내기 네 명이 뜻을 한데 모아 ‘인디053’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음악적 성격을 많이 띠었다. 공연기획, 음반제작, 영상제작을 주로 하다가 관심의 영역을 넓혔다. 문화, 예술 전반에 관심을 두고 지역에 대한 고민도 함께하게 된 것이다.

▲ 신동우 팀장
2010년 7월에는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에 선정돼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대구 방천시장을 주제로 한 컴필레이션 음반 ‘시장이 시작이다’를 냈다. 작가 열일곱 명이 함께 참여해 방천시장 둑길에 김광석을 주제로 한 벽화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은 어떻게, 무엇을 먹고 살지 고민하지만, 대구 예술가들은 어떻게 살아남을지 고민합니다. 그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신동우 기획팀장 이야기다. 음반을 내고 싶은데 유통 방법을 모르는 뮤지션이 먼저 연락해 오기도 한다.

실무자 두 명에 뮤지션까지 합하면 ‘인디053’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30명쯤 된다. 하지만, ‘인디053’ 소속인지 아닌지 가리는 기준이 모호하다. “어디 가서 자기들이 ‘우리는 인디053이다.’라고 하면 ‘인디053’인 거고. 아니면 아닌 거고, 그렇습니다. 뭐, 자유롭게 만나고 활동하고 그러는 거죠.”

최근에는, 문화예술진흥기금 지원을 받아 인디컬처포럼을 진행했다.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나 활동가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날을 달리한 포럼은 인디음악, 힙합, 독립매체, 독립공간을 주제로 진행됐다.

9월 24일 ‘스페이스우리’에서 열린 포럼은 독립매체에 관한 것이었다. 발제자로 월간 토마토 이용원 실장과 독립 출판물 ‘오리북’ 오윤나 작가가 나섰고, 토론자로는 ‘대구문화’ 임언미 편집장, ‘도발대구’ 손호석 편집장이 참석했다.

포럼을 진행하는 동안 주가 되었던 내용은 ‘엄청나게 힘들지만 하고 있다.’라는 것과 독립성에 대한 것이었다. 인디나 독립의 이름으로 시작한 것이 시간이 지나며 그 특성을 잃기도 하며, 인디나 독립이란 이름에 갇혀 성격이 역으로 규정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 구조가 아닌, 시각에 대한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기득권이 아닌 것에 관심을 두는 게 인디나 독립의 성격이란 것이다. ‘엄청나게 힘들지만 하고 있다.’라는 것, 그리고 일정 부분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은 ‘스페이스우리’에 모인 이들을 하나로 묶을 만했다.

그 중심에 ‘인디053’이 있었다. 여전히 정체는 모호하지만, 그 모호함이 바로 ‘인디053’을 설명할 수 있는 최적의 단어가 아닐까. 모호함을 바탕으로 한 ‘인디053’이 자신들의 스펙트럼을 어떻게, 어디까지 넓혀 나갈지 궁금하다. “친구로서 지켜볼게요. 만나서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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